• "노동부와 현대차, 제발 법 좀 지켜라"
    By 나난
        2010년 06월 28일 03: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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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치기로 법을 바꾸고 그 법대로 하자며 노사자율의 원칙을 내팽개치고 노동조합 파괴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정권과 자본, 입만 열면 준법정신을 떠드는 저들의 준법 성적표는 어떨까? 전과 14범인 이명박 대통령과 700억 횡령으로 징역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삼성 이건희, 두산 박용성 등 재벌총수들은 ‘범죄 집단’이다.

    실제 횡령으로 기소된 최고 경영자들은 평균 46억 원을 횡령하고도 절반이 넘는 59%가 집행 유예로 풀려났다. 재벌들에게 법은 유리할 땐 노동자 때려잡는 무기가 되고, 불리하면 ‘개무시’해도 되는 규제(?)일 뿐이다.

    법을 지키지 않는 자는 누구인가?

    2010년 3월 25일 대법원은 원청회사와 사내하청 노동자와의 관계에 대해 중대한 판결을 내렸다. “원청회사인 현대중공업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근로관계상의 제 이익에 실질적인 지배력 내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면 노조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부당노동행위의 주체 내지 단체교섭의무를 지는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9075 판결)”는 것이다.

       
      ▲ 전주, 울산, 아산공장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들은 현대자동차와 71개 협력업체에게 상대로 각각 ‘2010년 임금 및 단체협상’을 위한 공동교섭과 집단교섭을 요청하며 공동요구안을 발송했다.(사진=금속노조)

    대법원은 아무런 제한 없이 사내하청 노동자의 사용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지만 법적 보호장치가 미비하고, 노동기본권이 박탈되고 있는 현실에서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동안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동일한 업무에 대한 원청 노동자들과의 극심한 차별에 더해 노조를 만들면 업체가 계약 해지되어 단결권을 행사하기 어려웠다.

    원청회사의 다양한 사유로 인한 하청업체 및 개인에 대한 계약해지는 ‘정당한 사유 없는 해고는 할 수 없다’는 근기법상의 해고제한 규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또한 어렵게 노조를 만들더라도 정작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원청회사가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의무에서 벗어나 교섭권이 박탈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노동기본권 보호를 위해서는 원청회사에게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지우는 게 필요했던 것이다. 이것은 2008년 6월에 있은 금속노조의 제소에 따른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위원회’가 한국정부에 대한 권고한 내용과도 일치한다.

    교섭 거부하는 현대․기아자동차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 대법판결을 계기로 사내하청조합원들의 요구(원청회사와 연관된 요구를 선별)를 모아 2010년 5월부터 원청회사인 현대차와 기아차에 교섭을 요청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그룹의 답변은 현대중공업은 어떨지 몰라도 현대기아동차는 사내하도급과 아무런 연관이 없으므로 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청회사와 사내하청 노동자가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말에 동의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기가 막힐 뿐이다. 사내하청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일상적인 업무지시부터 노동조건 결정권에다 재계약 여부로 밥줄을 쥐고 있는 막강한 원청회사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하니 원통할 따름이다.

    더욱이 배를 만들고 공정별로 하도급을 주는 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과 라인작업을 하는 완성차 사내하청, 어디가 더 원청회사의 지배력이 높다는 말인가?

    금속노조는 현대․기아차의 교섭거부에 항의하며 6월 23일부터 양재동 본사 앞에서 주 2회 1인 시위와 공장별 항의집회, 선전․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여 원청회사의 교섭의무를 확인하고 쟁의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다. 그리고 올해만큼은 기필코 원청회사를 상대로 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을 실현할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지금이라도 당장 사내하청 노동자의 요구 및 교섭요청에 대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고 교섭에 응해야 한다. 물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의 힘이 크지 않아 당장은 묵살할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분노를 축적시켜 갈 뿐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분노가 쌓여 현대․기아차에 대한 전면적인 투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노동부, 대법 판례 맞게 행정지침 변경해야

    또한 대법 판례 위에 군림하는 노동부가 행정지침을 고수함에 따라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대법 판결과 어긋나는 판정이 지속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법 판결 이후 지난 6월 14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노동자(사내하청)들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대한 판정회의가 있었다. 혹시나 했으나 역시 원청회사의 사용자성은 인정되지 않았다.

    GM비정규직지회 해고자들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은 두 가지 측면으로 제기됐다. 하나는 하청업체의 해고 조치가 부당하다는 것이며, 동시에 뒤에서 개입한 원청회사도 부당노동행위의 당사자이므로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노위의 판정은 다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절망으로 내 몰고 있다.

    첫째, 하청업체의 해고조치는 부당하지만 이미 업체가 폐업하고 없어졌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 원청회사는 직접근로관계의 당사자가 아니고 실질적으로 지배, 개입한 증거가 없으므로 판단할 이유가 없다며 각하했다.

    GM대우비정규직지회에서 원청회사의 사용자성 입증을 위해 현장조사를 요구하였지만 정작 피해 당사자인 지회의 출입을 막고 배제시킨 가운데 진행된 결과이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대법원 판결기조에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행정지침을 변경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앞장서서 막아서며 원청회사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항변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행정관청에서 수용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의 판단과는 다르다며 개별 건건마다 대법원 판결까지 가 보라고 버팅기고 있는 기막힌 형국이다. 행정부가 대법원 판결위에 있는 이상한 법치주의 국가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법위에 군림하는 자가 있는 이상한 법치주의 국가

    우리나라가 정상적인 법치주주의 국가라면 먼저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노동부의 행정지침을 바꿔 원청회사가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부터 모범을 보여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교섭요청에 대해 성실히 응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법’ 위에, ‘대법원 판례’ 위에 군림하는 노동부와 완성차 자본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쌩 까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 원청회사가 사내하청 노동자의 사용자로서의 책임도 같이 지라는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투쟁은 대법 판결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주체로 서서 원청 자본을 상대로 한 전면적인 투쟁을 전개하고 것이 전 사회적인 제도개선 투쟁과 맞물릴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는 가르쳐 주고 있다.

    이제 제조업 비정규직 고용형태인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적이 누군지 분명해 졌다.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원청 자본과 대법원 판결위에 군림하는 노동부와 이명박 정권에 맞서 투쟁해 나가는 길 외에 다른 길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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