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많으면 약해지는 게 노조다. KBS는 두 개의 노조가 있다. 현재 파업 중인 노조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본부장 엄경철)다. 그런데 기존의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은 파업의 언저리에서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사측이 KBS 본부와의 임·단협 교섭에서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청원경찰들을 동원해 총파업 투쟁에 나선 KBS 본부 조합원들에게 욕설, 폭행을 자행해도 입장 표명 등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국민적 관심사인 KBS 파업에 대해 이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은 사실상 회사 편을 드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역국 조직개편’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는 KBS 노조 강동구 위원장(좌)과 최재훈 부위원장 (사진=KBS 노동조합) |
김우진 KBS 본부 홍보국장은 “강동구 KBS 노조 위원장은 경영권 침해를 운운하며 KBS 본부 총파업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KBS 노조는 지금 ‘어용노조’로써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 같다”이라며 비판했다.
KBS 노조의 이런 태도는 KBS 본부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KBS 노조는 ‘김인규 사장 퇴진’ 총파업 투표를 벌였지만 부결되었다. 이후 노조 집행부 사퇴 요구가 제기됐지만, 강동구 위원장 등 현 집행부는 이를 거부했다. 이에 반발한 조합원들은 집단적으로 KBS 노조를 탈퇴해, 지난 3월 KBS 본부를 출범시킨 바 있다.
사측의 노골적인 탄압 속에 KBS 본부의 총파업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KBS 노조는 현재 지역국 TV 뉴스 폐지를 골자로 한 ‘지역국 조직개편’ 저지 운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조직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개편하고, 최재훈 부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는 이날부터 5일 간 서울 본사를 떠나 청주, 전주, 목포, 진주, 창원 KBS 등을 돌며 전국 순회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KBS의 한 중견 PD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구 노조가 ‘지역국 조직 개편’ 투쟁에 나선 것은 자신들의 조직 기반 때문이다. 현재 구 노조에는 지역국의 하위직급(비일반직)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라며 “하지만 구 노조는 행동력이 없어서 이마저도 말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KBS 본부 총파업과 관련해, 강동구 KBS 노조 위원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나는 KBS 노동조합은 알아도, KBS 본부는 어디에 있는 단체인지 모르겠다”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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