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작권 전환 연기, 언론 평가 '극과 극'
        2010년 06월 28일 09: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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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미국이 2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오는 2012년 4월17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1일로 늦추기로 합의했다.

    2007년 2월 합의한 2012년 4월17일 한국 이양에서 3년7개월 정도 늦춘 것으로 한미 양국 정상 간 합의를 3년여 만에 뒤집은 꼴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또 체결 뒤 각국 의회 비준이 남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오는 11월까지 실무협의를 해나가기로 했다. 기존 협정 내용이 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실상 ‘재협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작권 전환 연기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겨레는 “군사주권은 포기하고 통상·식품안전 분야의 기존 성과는 내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은 최악의 정상외교로 비판받을 만하다”(사설 <군사주권은 포기하고 FTA는 내주고>)고 말했고, 경향은 ‘대국민 기만극’, ‘치욕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로 예정되어 있던 전작권 환수라는 역사적 과업을 팽개쳤다”(사설 <치욕스러운 전작권 전환 연기 합의>)고 지적했다.

    반면 중앙은 전작권 전환 연기는 잘못된 일을 ‘고쳐 잡은 것’으로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평가했고, 동아도 “천안함 폭침 이후 불안정해진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한 결정으로 평가된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다음은 28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전작권 전환 3년7개월 연기>
    국민일보 <한·미, 전작권 전환 3년7개월 연기>
    동아일보 <전작권 전환 2015년 12월로 연기>
    서울신문 <전작권 2015년 12월 환수>
    세계일보 <전작권 전환 2015년 12월로 연기>
    조선일보 <전작권 전환 3년7개월 연기>
    중앙일보 <MB·오바마 “전작권 2015년 12월로 연기” 합의>
    한겨레 <한·미, 전작권 2015년 전환·FTA 재논의>
    한국일보 <전작권 전환 3년7개월 늦춘다>

    한겨레 경향 “밀실협상…전작권-FTA 맞바꿨나”

    한겨레와 경향은 한미 두 정상이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고 한미 FAT를 조정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이 둘을 맞바꾸기 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한겨레는 2면 <‘밀실협상’ 정부, 전작권-FTA 맞바꿨나>에서 “이날 정상회담은 미국이 한국 정부의 전작권 전환 연기 요청을 ‘수락’해주고,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관해서는 오는 11월까지 미국 의회 등의 불만사항이 조정될 수 있도록 한국에 압박하는 모양새를 띠었다”며 “청와대는 ‘협정문을 고치는 재협상이 아니라, 조정을 위한 실무협의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결국은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를 건드려 미국의 경제적 이득을 높이는 쪽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는 어떤 식으로든 내용의 변경은 없을 것이라던 그동안의 정부 태도를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 6월28일자 한겨레 2면.

    경향도 3면 <공론화 과정 없는 밀실 협상…FTA와 ‘거래’ 의혹>에서 “가장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정부가 왜 이 시점에 와서 굳이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려는지”라며 “명분도 실익도 없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당장 청와대가 이유로 내세우는 ‘북한의 위협’도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한국은 북한의 국내총생산보다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 “군사주권 포기…전작권 비밀공작하듯 한 것 현 정부가 유일”

    양국이 합의까지 했던 중요한 사안을 ‘밀실협의’로 뒤집으면서도 이를 정부의 성과인양 자랑하려는 태도 역시 문제다. 전작권이라는 중대한 문제가 공론화 없이 합의된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겨레는 “전작권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밀실 협상’, ‘깜짝 외교’로 다뤄온 정부의 태도에 대한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와 국방부, 외교부 등은 최근까지도 ‘2012년 전작권 전환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밝혀왔다. 심지어 3년여 연기가 이미 합의됐음에도, 지난 24일 국회 운영위에서 청와대 참모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가 논의되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아직 협의 중’이라고 답변했다”고 지적했다.

       
      ▲ 6월28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 <군사주권은 포기하고 FTA는 내주고>에서 “정부가 극구 부인했던 것과 달리 전작권 환수 연기를 꾸준히 논의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밀실외교로 깜짝성과를 자랑하려는 모양”이지만, “전작권 문제는 국가공동체의 안보 유지를 위한 큰 틀의 원칙 문제로,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활발한 토론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실제로 1987년 노태우 당시 대선후보의 전작권 환수 공약과,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 환수, 2007년 전작권 환수 합의 때 모두 공론장에서 활발한 논의가 벌어졌다. 전작권 문제를 비밀공작 하듯이 다룬 것은 현 정부가 유일하다”고 문제 삼았다.

    경향 “이명박 정부 자주국방 ‘거꾸로’”

    경향은 이번 한미 간 새 합의를 두고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의 주도적인 역할 수행을 2015년까지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후폭풍을 우려했다. 경향은 4면 <자주국방 ‘거꾸로’…군 전력건설 수정해야>에서 “현 정부는 미군의 보완전력 제공에도 불구하고 미측에 전작권 전환 시기 지연을 요청,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 주도의 군사작전 권리를 포기한 셈이 됐다”며 “전작권 전환 시기가 3년7개월 늦춰지면서 군의 전력건설 방향도 불가피하게 수정돼야 한다. 한국군의 자주적 능력 향상보다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뒷받침해주는 방향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전작권 연기 사유 타당할까…한겨레 “핵심은 군사주권”

    전작권 연기 사유 타당할까. 정부는 전작권 전환 시기 연기한 것과 관련해 지상군작전사령부(지작사) 부재, 독자적 정보 능력 등 한국군의 준비 부족을 사유로 들었다. 참여정부가 2012년 4월17일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짠 도상계획을 3년 4개월 동안 실제 집행해보니 군사적 능력을 갖추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더라는 설명이다.

    한겨레는 하지만 3면 <청 “한국군 준비 부족”…국방부는 “충분한 능력 보유”>를 통해 “청와대의 설명은 여러 면에서 사실과 다르다”고 문제 삼았다. 군은 “한-미 양국군은 그동안 전작권 전환을 충실하게 준비해왔으며, 한국군은 연합방위를 주도할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한국군의 준비 및 능력에 자신감을 보여왔는데 이는 청와대와 국방부 설명이 엇갈리는 지점이다. 설혹 청와대 설명처럼 한국군의 핵심전력 확충에 차질이 생겼다면 이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폭 삭감된 국방예산 탓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이어 전작권 전환은 군사주권이 핵심이라며 “지금의 한미연합방위체제에서는 한국이 아닌 미국이 주도적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다. 운전은 미군이 하고 한국군은 조수석에 앉아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격화돼 군사준비태세인 ‘데프콘3’이 내려지면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한미연합사령관에 넘어간다”고 문제 삼았다.

    보수신문, 협상과정은 ‘극적으로’…한국 부담은 ‘작게’

    보수신문은 전작권 전환 연기를 요청하고 협상이 진행된 상황을 전하는 한편, 이로 인한 미국의 대가 요구는 없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조선은 2면 <작년 북 핵실험 후 ‘이심전심’ 한·미… 천안함 사건에 결단>에서 한국이 지난 2월 초 미국에 전작권 전환 연기를 요청하던 시점을 자세히 전하고 미국 국방부까지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 6월28일자 중앙 4면.

    조선은 3면 <3월까지 미 공식입장은 “반대”…오바마 “동맹국 도와라”>를 통해 이번 결정에는 오바마 미 대통령의 결단이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조선은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해 2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천안함을 침몰시키는 등 도발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을 전작권 전환 문제와 연계시켜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가 된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을 배려하는 방안으로 전작권 전환 연기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중앙은 <2010년 2월 오바마를 움직여라… 김태효 워싱턴에 특파 사전 작업>, <2010년 6월 게이츠 설득하라…MB·김태영도 싱가포르 접촉>을 통해 협상이 이뤄진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 6월28일자 조선 2면.

    조선은 2면 <“이미 2013년까진 분담금 합의…연기 따른 대가는 없다”>에서 “정치권 일각 등에서 이에 대한(전작권 전환 연기) 대가를 미측에 지불하지 않았느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국방부는 미측에서 대가를 요구한 것도, 대가를 주기로 한 것도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며 정부의 해명을 반영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이미 2013년까지 합의가 돼 있어 적어도 2013년까지는 추가부담 가능성은 없는 상태라는 설명이다. 조선은 “그러나 전작권 전환 자체가 유사시 한반도 방어에서 우리가 주도하고 미측이 지원하는 형태로 우리측의 역할 및 부담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전환준비 기간이 3년7개월 늦춰짐에 따라 우리측의 준비 비용이 어느 정도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도 4면 <청 “전작권 합의 대가 없다”…‘한미FTA 빅딜설’ 등 분분>에서 “한국이 연기를 요청한만큼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을 한국이 부담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한국의 방위기 분담금 증액,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 등 우회적인 비용 지출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최악의 정상외교”…중앙·동아 “바람직한 결정”

    한미 전작권 전환 연기 합의에 따른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사설 <군사주권은 포기하고 FTA는 내주고>에서 “되찾기로 했던 전작권은 그 뒤 3년7개월이나 더 외국 군대의 손에 남게 됐다. 군사주권을 포기해 한반도 안보를 위태롭게 만드는 매우 잘못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북한의 핵실험, 천안함 사건 등을 사정 변경 이유로 들지만 모두 턱없는 핑계”라며 “군사주권은 포기하고 통상·식품안전 분야의 기존 성과는 내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은 최악의 정상외교로 비판받을 만하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치욕스럽다고 했다. 경향은 이날 사설 <치욕스러운 전작권 전환 연기 합의>에서 “전작권 연기 문제에 대한 공론화 절차도 없이 양국 정상이 갑자기 일정을 3년7개월이나 늦춘다면 일종의 대국민 기만극이 아니냐”며 “정부는 유사시 자국 군대에 대한 작전 지휘권 환수를 스스로 포기하고 미국에 연기를 요청했다. 치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 6월28일자 경향 사설.

    중앙은 지난 2007년 한미 합의 문제를 부각시키며 당시 “중요한 요소들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전환 시점이 결정됐다”고 문제 삼았다. 중앙은 사설 <안보 숨통 열어준 전작권 전환 연기 결정>에서 “이런 점에서 한미 정상이 전환 시점을 예정보다 3년7개월 연기한 2015년 12월 1일로 고쳐 잡은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라며 “국가 간 합의를 다시 조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잘못된 합의’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두 정상의 합치된 의지가 힘든 결정을 이끌어 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정이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두 정상 사이에 정치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부는 대(對)국민 설득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훈수를 뒀다.

       
      ▲ 6월28일자 중앙 사설.

    동아 역시 이날 사설 <전작권 전환 연기만으로 안보걱정 해소되진 않는다>에서 “이 합의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결코 용납하지 않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볼 수 있다”며 “천안함 폭침 이후 불안정해진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한 결정으로 평가된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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