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명적 대중정치의 한 종
        2010년 06월 26일 01: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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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초에 한정된 단어가 아니다. ‘파시즘’은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용어이며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서든 벗어날 수 없는 한계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와 현대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는 개념들을 뽑아 그 의미와 역사, 실천적 함의를 해석하는 ‘비타 악티바’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이 『파시즘』(장문석, 책세상, 8,500원)인 것도 그 맥락에서 당연하다.

       
      ▲책 표지 

    이 책은 역사적 현상으로서의 이탈리아 파시즘과 독일 나치즘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국가 구성과 자본주의 발전 과정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파시즘의 발생 기원을 살펴보고, 파시즘의 대중적 지지 기반 및 전통과 근대성 여부의 문제를 분석해 파시즘의 성격을 규명해간다.

    저자는 파시즘이 명확하게 분석되지 않아 모호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시공간적으로 광범위하게 남용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파시즘을 “근대적이고 혁명적인 대중정치의 한 종”으로 보는 ‘새로운 합의’의 틀을 가져온다.

    ‘새로운 합의 이론’ 역시 모든 파시즘에 적용될 수 없다는 한계를 노정하는 만큼 절대적인 준거가 될 수는 없지만, ‘종으로서의 파시즘’이라는 이상형을 제시함으로써 역사에 출현한 다양한 파시즘의 성격을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게 하는 기준을 제공한다.

    이 책에 따르면 파시즘의 기원은 이탈리아의 국가 구성 과정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작동한 복잡한 정치적 역학 관계 그리고 이탈리아 자본주의 발전이라는 다른 맥락에서 작동한 사회적 역학 관계와 관련이 있다. 파시스트들은 파시즘을 국가 구성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읽어내며 이 때문에 파시즘의 기원을 설명코자 자본주의 발전의 맥락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파시즘이 특정한 사회 집단에 기반을 둔 계급적 현상이 아니라고 말하며, 파시스트들 역시 모든 계급에게 모든 것을 약속하는 정치적 수사를 구사해 모든 계급을 완전히 만족시킬 수 없었다. 저자는 파시즘을 배태한 자본주의 발전 과정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되, 파시즘의 지지 기반을 특정 계층으로 환원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파시즘의 성격을 규명하려는 시도 가운데 무엇보다 쟁점이 되는 것은 파시즘의 대중적 지지 기반의 문제와 파시즘의 근대적 성격 여부이다. 이탈리아는 민족이 국가에 완전히 통합되지 못한 상황을 배경으로 등장했고 이 체제는 이탈리아인들에게 법과 질서의 회복을 통해 안정감을 주고 현실적 동의를 이끌어냈다.

    다만 저자는 파시스트 집권기에 일어난 다양한 저항과 소요 사태를 주목하면 이런 동의의 명제가 한계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히며 파시즘에 대한 동의와 저항이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는 지점들이 존재했고, 이 시기의 구술 연구를 통해 드러나듯이 노동자들이 파시즘을 수용한 것은 맞지만 이것은 동의와 저항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독일 나치즘을 통해 파시즘이 근대 세계에서 탈출해 공동체적 조화와 질서를 강조하는 유토피아적 반모더니즘의 형태로 규정하거나, 정치적 반동과 기술적 진보 혹은 과거로의 복귀를 호소하는 낭만주의와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는 근대성이 결합한 반동적 모더니즘으로 규정한다.

    유토피아적 반모더니즘, 반동적 모더니즘, 대안적 모더니즘 등 파시즘을 그 어떤 것으로 규정하든지 중요한 것은 파시즘이 새로운 인간과 새로운 사회를 창출하려는 ‘총체적’ 비전과 ‘전체주의적’ 기획을 추구했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 파시스트들의 ‘새로운 사회’는 파국으로 끝났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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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장문석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영남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세기와 20세기의 이탈리아 기업사와 지성사를 중심으로 민족주의, 파시즘, 유럽 통합 등 서양 현대사의 주요 주제들을 공부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피아트와 파시즘》,《민족주의 길들이기》 등이 있고,〈그람시와 리소르지멘토―리소르지멘토는 실패한 혁명인가?〉,〈두 도시 이야기―20세기 초 밀라노와 토리노의 산업과 정치〉,〈파시즘과 근대성―미국주의에 대한 인식과 표상을 중심으로〉 등 다수의 논문을 썼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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