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휴머니스트’, 그의 인생
    By 나난
        2010년 06월 26일 01: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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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스 멈퍼드(1895~1990)는 때로는 도시학자로, 때로는 문예비평가로, 때로는 역사학자로 불린다. 그는 95년의 긴 생애를 살았으며 우리에게 ‘참된 유토피아’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런 그를 맬컴 카울리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휴머니스트”라고 불렀다.

       
      ▲책 표지 

    그는 현대 우주로켓의 기원을 고대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찾았으며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의 본질을 설파한 사람이다. 그렇게 총 28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작을 남겼으나 오히려 그는 박사학위는 커녕 번번한 대학의 학사 학위도 없는 사람이다.

    『메트로폴리탄 게릴라-박홍규의 루이스 멈퍼드 읽기』(박홍규, 텍스트, 14,000원)는 문명의 다른 이름인 ‘도시’를 특정 분야에 진지를 두지 않은 채 돌출하며 비판했던 루이스 멈퍼드의 생애와 사상을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다방면에 걸친 멈퍼드 저작의 일관성을 ‘아나키즘’으로 규정하고, 20세기 문명의 주류였던 기술적 전문화와 권력의 집중화, 도시의 거대화, 인간의 기계화 및 물질 만능주의에 맞선 그의 비판적 사상을 아나키즘으로부터 찾아낸다.

    멈퍼드는 ‘아나키스트’로 학위 취득을 염두에 두지 않았고 평생 고정적인 직업도 갖지 않았으며 40년 이상을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자가용과 텔레비전은 물론 컴퓨터도 없었던 그의 삶을 들여다보았을 때뿐만 아니라 젊은 날 그의 사상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크로폿킨과 에머슨 그리고 패트릭 게디스와 같은 인물들에 근거한 것이기도 하다.

    역사, 문학, 사상, 예술, 건축, 도시학 등 여러 분야에 걸친 멈퍼드의 방대한 저작을 연대순으로 소개하면서 그 시대적 배경과 함께 후대 연구자들에 대한 영향력까지 수록한 이 책은 글쓴이의 진솔하고도 평이한 문체와 서술 방식 덕분에 읽는 이가 ‘보기 드문, 좋은 친구’를 소개 받는 듯한 즐거움을 누리게 한다.

    독일 유태계 이민의 사생아로 뉴욕에서 태어나 진보와 순수의 시대를 호흡하며 자랐으나 두 차례의 대전을 겪어야 했고 전쟁으로 인해 아들을 잃기까지 했던 개인사와 함께, 나치에 맞서서는 참전을 부르짖었고 냉전 시대에는 반전과 반핵을 주장했던 용감한 지성인의 초상화를 그의 방대한 저작과 구체적 인용에 근거해 그려 나가고 있다.

    ‘좋은 삶’과 ‘인간성’을 문명 비판의 으뜸 잣대로 견지했던 이 고전적 사상가의 일대기는 또한 20세기 주류 문명에 대한 전인적 저항사와 참된 문명의 구축이라는 21세기 우리 모두의 과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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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박홍규

    오사카 시립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 로스쿨 객원교수를 역임하였다. 영남대학교에서 법학을 가르쳤으며 현재 교양학부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노동법을 전공한 법학자이지만 전공뿐 아니라 인문, 사회,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저술과 번역 작업을 왕성하게 벌이고 있다.

    시골로 들어가 밭농사를 지으며 자전거로 출퇴근한 지 10년차인 그는 나빠지기만 하는 세상에 대해 절망할 때마다 멈퍼드를 읽으며 위안과 힘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윌리엄 모리스의 생애와 사상》,《내 친구 빈센트》,《베토벤 평전》,《아나키즘 이야기》를 비롯하여 많은 책을 썼으며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이반 일리히의 《학교 없는 사회》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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