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리반, 즐겁게 노래하며 싸운다”
        2010년 06월 25일 08: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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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리반’은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칼국수집이다. 그런데 칼국수를 팔지는 않는다. 김영삼 시절 청와대에 칼국수를 배달하던 집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는데, 동교동 167번지 두리반에는 칼국수 먹자는 손님이 아니라 인디밴드들과 문인들과 ‘데모꾼’들로 북적댄다.

    철거된 가게에 서로 품앗이하는 철거민들뿐 아니라 시인과 소설가와 록밴드들이 제 집 삼아 드나드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24일 낮, 두리반 주인의 남편인 유채림 씨를 찾아 들어선 두리반의 모습은 여느 철거 싸움터와는 많이 달랐다. 붉은 페인트로 휘갈겨놓은 구호보다는 꽃 그림이 더 많았고, 건물 곳곳에서 부딪히는 지원자와 방문객들의 면면도 젊고 밝아 보였다.

    두리반이 처음 철거당할 때까지의 과정은 우리가 익히 들어온 철거 이야기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보수정당의 자치단체장이 재개발을 허가해주고, 재벌 돈을 등에 업은 개발업자가 뛰어들고, 지주들은 떼돈을 챙기고, 용역깡패들이 난동을 부리고, 세입자들은 협박과 회유에 뿔뿔이 흩어지고….

    보증금까지 떼이고 쫓겨나다

    “2006년 3월에 마포구청장이 이곳을 지구단위계획지역으로 발표했는데, 당시에 이곳 상인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2008년 2월에 명도소송장을 받았고, 그 전까지는 ‘이 동네가 개발되는 모양이다’ 정도로만 생각했지 아무도 자신들의 가게가 그 대상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2007년 늦가을쯤에 근처 건물들이 팔린다는 소식이 있어 두리반 건물도 그렇게 되는 건지 집주인에게 물었더니, 절대 그렇지 않을 거라고 펄쩍 뛰더라고요. 하지만 불과 3개월 후에 명도소송장이 왔으니, 이미 당시에 거의 물밑 거래가 끝났다는 얘기죠. 저희가 장사를 시작한 2005년쯤에는 평당 800만 원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이번 거래가격은 평당 8,000만 원에 육박하니까, 열 배 장사를 한 거죠.

    개발업자는 건물을 매입하자마자 라틴댄스클럽이 있던 4층 건물 유리창을 다 깨고, ‘위험’, ‘철거’라는 락커칠을 하고 누더기 천으로 건물을 감쌌어요. 그러니 영업이 될 리가 없는 거죠. 영업을 할 수 없게 되니 이발소, 꽃가게 등이 차차 떨어져 나갔고요, 두리반은 작년 12월 24일에 용역들이 들이닥쳐 집기를 다 들고 가버렸어요.”

    애초, 세입자들의 요구는 말 그대로 소박했다. 세입자들이 개발업자에게 보낸 공문은 이렇게 말한다. “저희 세입자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저희 세입자는 귀사의 보상으로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인근에 점포를 얻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뿐입니다.” GS건설 상무 출신이 만들고 GS건설이 돈까지 대준 시행사는 이런 요구를 묵살했다.

    다시 당선된 사업 결정 구청장

       
     ▲ 두리반 주인의 남편인 소설가 유채림 씨

    도시환경정비사업법에 의한 영업권과 시설투자 보상 의무가 없는 지구단위계획이었고, 개발업자는 이사비용 몇 십만 원이나 몇 백만 원을 제안했다. 두리반 근처의 11세대 세입자들은 맞소송을 했고, 패소했고, 항소했고, 다시 패소했다. 권리금과 시설투자비용이 다 날라갔고, 법원은 재판비용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말라는 판결까지 내렸다.

    “이게 마포구청장이 인허가해준 거잖아요. 이번 선거에서 구청장이 민주당으로 바뀌었는데, 어떤 개전의 가능성이 있을까요?”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가능성이 많지 않아요. 개발이익 일부를 구청이 가져가는 데 현혹돼서 건설업자만 배불리는 사업을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죠.

    이번에 당선되신 분이 지난 2월에 여기에 와서, 이전 자기 임기 때 자신이 이 사업을 결정해서 피해자가 발생한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더라고요. 속으로는 ‘패가망신 시켜놓고 사과 한 마디로 될 일인가’ 생각 들었지만, 웃고 말았죠.”

    “지금 민주당 당선자가 예전에 구청장이었고 그 사람이 이 사업을 결정한 거네요. 그러면 민주당이 결정하고 한나라당이 집행한 거네요?”

    “아뇨, 지금 민주당 당선자가 예전에는 한나라당 구청장이었어요. 한나라당 재공천을 못 받고 4년 쉬었다가 이번에는 민주당으로 공천받아서 당선된 거죠.”

    용산 사태가 한명숙 국무총리와 오세훈 시장의 합작품이듯이 보수양당 체제 아래에서 두리반들이 기댈 수 있는 정치적 후원자 같은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각설하고. 철거된 두리반에 모인 사람들은 예전의 철거반대투쟁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용산 투쟁을 거치며 발전해온 운동의 성과 덕분이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두리반 주인의 남편이 작가회의 회원이라거나 그곳이 홍대 앞이라는 우연의 결과물이기도 한 듯하다.

    밝고 아름다운 농성, 62개의 밴드

       
      ▲ 함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는 지원자와 방문객들

    “우리가 다양한 공연을 시작한 건 2월부터였어요. 영화 상영, 음악 공연을 했죠. 3월 말 경에 젊은 밴드들이 5월 1일에 큰 행사를 열자는 제안을 하더라고요. 사실은 5월 1일까지 두리반이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좋다, 같이 해보자 했죠.

    5월 1일 공연에 3,000명이 모였어요. 처음에는 51개 밴드를 기획했는데, 밴드가 너무 많이 몰려와서 62개 밴드에서 자를 수밖에 없었어요. 그 밴드들 공연할 장소가 필요해서 그 때부터 두리반 건물 전체를 다 점거하고 썼지요.

    처음에 두리반을 지켜준 건 한국작가회의 분들이었고요, 나중에 두리반을 지켜준 건 홍대 앞 자립음악가들이라고 할 수 있죠. 이렇게 하면서 두리반이 사회에 널리 알려지고, 용역들이 폭력을 함부로 행사할 수 없게 된 거죠.”

    “예전의 철거 싸움하고는 많이 다른 거 같아요.”

    “두리반이 이런 시도의 처음은 아니예요. 용산이 문화운동 형식을 띤 첫 싸움이었죠. 그런데 워낙 희생자가 많은 참사 현장이라 즐겁게 웃고 노래할 수 없으니, 문화운동이 빛을 보지 못했죠. 반면 두리반은 웃고 노래하면 저절로 퍼져나갈 수 있는 공간이죠.”  

       
      ▲담벼락 응원 낙서들. 

    요즘 두리반에서는 거의 매일 문화행사가 열린다. 철거반대투쟁의 현장이며 동시에 지역의 문화운동 거점이기도 한 것이다. 두리반 부부와 젊은 예술가들의 작은 해방구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서럽기만 한 철거민들의 마음에 아름다움을 불어넣어 주고 소비와 향락으로만 치부되곤 하는 홍대 앞의 음악가들에게 생생한 사회 참여의 통로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두리반은 이미 승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노래는 울려퍼진다

    “전에는 출판사 일을 했어요. 본업은 소설이라고 말하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니 항상 무언가 다른 일을 하면서 짬짬이 소설을 썼죠.

    하지만 철거 싸움을 하면서 그나마 직장도 다닐 수 없게 됐고요. 그런 의미에서 두리반은 우리 가족에게 더없이 소중한 곳이죠. 여기가 무너진 순간 소설적 생명도 끝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영업을 재개해야만 다시 소설을 쓸 수 있죠.

       
      ▲두리반 주인인 안종려 씨와 남편 유채림 씨

    철거 싸움처럼 처참한 싸움이 없어요. 그걸 새로운 형태의 싸움으로 만들고 싶어서 많이 고민했죠. 정직하게 농성하고 찾아오시는 분들 따뜻하게 맞이해왔고요.

    앞으로도 특별한 계획이 따로 있는 건 아니예요. 철거농성장이라는 게 하루 아침에 와르륵 무너질 수도 있고, 하루 아침에 협상이 끝날 수도 있죠.

    어쨌든 임대차보호법이나 도시정비법은 건설업자나 투기꾼들, 부자들이 세입자들에게 휘두르는 폭력이거든요. 이런 법 자체를 인정할 수가 없어요.

    그거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라도 끝까지 싸워야죠. 천막이라도 치고 끝까지 버텨야죠. 이 상황에서 뭘 못하겠어요.

    앞으로 상가임대차보호법, 도시환경정비사업법을 개정하자는 서명운동을 할 거거든요. 레디앙 독자 분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주시면 570만 자영업자들에게 그보다 큰 선물은 없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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