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MB냐 진보대연합이냐"
        2010년 06월 25일 06:02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오는 7.28 은평을 재선거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복귀전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각 야당의 선거대응 역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가 유독 ‘연합정치’ 프레임이 강력하게 작용했고 실제 연합정치의 성과를 체험한 상황에서 ‘MB정부 심판’의 강한 상징성이 부여되는 은평을에서도 ‘반MB연대’가 성사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진보진영 사이에서는 진보진영 후보단일화도 물색되고 있다. 비록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의석수가 지난 2006년과 비교해 더욱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핵심지역에서 민주당 등 보수정당과 후보단일화를 이룸으로서 보수양당체제를 더욱 굳건히 하고 진보정치의 가치를 훼손시켰다는 일각의 비판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야권은 지방선거에 이어 ‘반MB연대’-‘진보대연합’의 길에 또 다시 놓인 셈이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진보대연합이 먼저 시작했다. 23일 김수행 서울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등 진보적 교수 24인은 “사회당 금민 후보로 진보진영이 힘을 모으자”는 내용의 제안문을 발표했다.

       
      ▲ 은평을 재보궐 선거 후보로 선출된 사회당 금민 후보 (사진=사회당)

    제안문에는 “진보정치세력 독자성 확보와 자유주의세력을 대체하는 대안적 정치세력으로의 성장을 염원하는 모든 정치사회단체와 개별인사들은 금민 후보를 은평을 재선거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추대하고, 공동선대본을 구성해야 한다”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향해 금 후보를 지지할 것을 요구했다.

    진보신당 "진보연합" vs 민주노동당 "반MB연대"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우선 당의 후보를 출마시킨다는 계획이어서 진보연합이 성사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진보신당은 ‘진보연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우선 당의 후보를 출마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당 내에서 거론되는 마땅한 후보가 없는 상황이다.

    반면 이상규 서울시당 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진보대연합보다 ‘반MB연대’에 보다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상규 위원장 본인이 ‘반MB연대’를 위해 서울시장 후보를 사퇴했고, 당 지도부도 지난 몇 차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MB연대가 당의 공식 선거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맞서 ‘반MB연대’역시 점차 시동이 걸리고 있다. 25일 민주당 정세균 대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창조한국당 송영오 대표, 국민참여당 이재정 대표 등 야 4당 대표들은 여의도 한 호텔에서 오찬회동을 갖고 지속적인 야권연대를 다짐했다.

    이 자리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2012년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때까지 야권연대 지속되어야한다”고 말했고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도 “야권연대가 이것으로 끝나선 안 될 일”이라며 “당장 재보선에서 (야권연대를)보여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들의 동상이몽

    그러나 지방선거에서와는 달리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단일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국적 차원에서 연대의 공간이 넓은 지방선거와는 달리 단 8곳에서 1명씩만을 뽑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상대적으로 연대의 공간이 좁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연대는 해야 하지만 폭과 깊이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그와 같은 대목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25일 <한겨레>에서 “유권자들의 연합정치에 대한 열망은 여전하다”며 “이번에도 연합정치를 구사해서 중도진보든, 정통 진보진영이든 진보적 후보가 당선되는 게 필요하며 이를 위해 민주당의 통 큰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민주당이 특히 은평을 같은 상징적 지역을 양보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지난해 10.28재보궐선거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민주당이 지도부 선거 중이라는 것도 민주당의 양보를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미 민주당에서 장상, 윤덕홍 최고위원과 고연호 지역위원장, 이계안 전 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에서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내부 교통정리조차 쉽지 않은 탓이다.

    또한 국민참여당 소속으로 출마한 천호선 후보는 “지금의 민주당에서 변화의 모습을 기대하기가 불가능 하다”며 당장 민주당을 겨냥하고 나섰고 민주노동당 차기 당 대표로 유력한 이정희 의원도 “이번에는 민주노동당 이상규 후보로의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동상이몽이다.

    "야권단일화 불가능할 것"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지방선거와는 달리 재보궐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정치적 의미를 덜 부여하고 은평의 경우 뉴타운과 그 밖의 지역에서 받아들이는 정책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반MB정서’에서 선거가 치러진다고 낙관하기는 어려운 곳”이라며 “또한 국회의원 선거라는 특성상 야권의 후보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국회의원 선거는 내놓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고 민주당에서는 하나라도 내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야권단일화는 명분도 약하고 실현도 불가능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홍 소장은 “일반론적으로 한나라당에 더 어려운 선거인 것은 사실”이라며 “야당연대가 어렵지만 전체적으로는 야당에 다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대연합에 대해 홍 소장은 “국민참여당이 민주당과 협상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진보 대 반진보의 구도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민주당 후보보다는 세가 약할 것”이라며 “그러나 진보연합이 이뤄질 경우 민주당도 곤혹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