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vs 군 정면충돌서 드러난 진실
    2010년 06월 23일 03: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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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6월 10일 천안함사건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합참의장을 비롯한 국방부와 합참의 정책·작전 계통의 직무수행에 대한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감사원이 징계를 요구한 25명 중에는 군 서열 1위인 이상의 대장을 비롯하여 장성급만 13명, 별이 27개다.

단일 사건으로 이 정도의 징계규모는 93년 하나회사건 이후 최대 규모다. 국방부와 합참은 감사결과에 강력히 반발했다. 14일에 이상의 함참의장은 이에 항의하며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이번 감사원 중간발표와 일부 언론의 보도는 지난 3월 26일 천안함사건이 발생할 당시 군은 ‘위기조치반’도 소집하지 않은 ‘노는 군대’, 음주 후 지휘를 하지 않고 취침한 ‘술 취한 군대’, 문서를 조작하고 허위보고를 한 ‘거짓말하는 군대’였다는 것이다.

과연 사실일까? 그 정도로 군은 타락했을까? 그리고 언론이 감사의 전후맥락에 대한 깊은 고찰 없이 군의 기강해이만을 두드려댄 것은 과연 실체적 진실에 접근한 것이었을까?

감사원 발표, 곧이곧대로 믿어도 될까

김황식 감사원장과 김태영 국방장관은 6월 11일 각기 국회 천안함 특위에 출석하여 상반된 주장을 표출했다. 특히 김장관은 감사원의 발표가 군의 특성을 무시한 일방적인 판단임을 주장했다.

일요일인 13일에 청와대에서 김장관은 인사비서관, 안보특보, 외교안보수석 3인과 대장급 군 인사를 협의하고, 그 직후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 김장관이 이대통령에게 "감사원 발표 중 일방적이고 왜곡된 부분에 대해서는 국방부가 완곡하게 반박하겠다"고 말했고, 이대통령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국방부의 소명을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여기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감사원의 감사 의도와 군의 반박이다. 감사원은 최초 사건 발생 당시에 북한 잠수함의 어뢰공격 정황을 군이 고의로 무시하고 사태를 안이하게 처리했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된 지적으로는, 폭발음을 들었다는 초병 보고를 묵살한 점, 어뢰피격으로 판단된다는 속초함의 보고를 고의로 누락한 점, 속초함이 사격한 검은 물체는 새떼가 아니라 반잠수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 북한 잠수함의 공격가능성에 대한 특수정보(SI)가 있었는데도 대비하지 않은 점, 사건 초기에 국방부가 안이하게 인식하고 위기조치반도 소집하지 않았던 점 등이다.

이에 대한 군의 반박은 당연히 사태 초기에 어뢰공격으로 인식할 수 없었다는 점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감사원 발표 직후 이상의 합참의장은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어뢰에 맞은 것이 확실했다면, 의장으로서 제 조치가 확 달라졌을 겁니다, 민감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천안함을 때린 놈은 올라갔을 테니까, 적 잠수함이나 잠수정 기지를 바로 때리면 그만입니다. 교전규칙상 ‘비례성의 원칙’이죠"라고 말했다. 이 말은 역으로 당시에는 ‘어뢰공격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는 증언으로 읽힌다.

구석에 몰린 군, ‘어뢰공격 징후 없었다’ 고백

김태영 국방장관도 11일 천안함 특위에서 "최초 3월 26일 밤,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열린 안보관계 장관회의에서 ‘좌초’ 비슷한 보고가 있어서…"라며 사실상 좌초 가능성을 의식하고 있었음을 시인했다. 첫날 안보관계 장관회의 후 청와대는 언론에 "북한 소행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함 침몰이 적의 공격으로 인한 ‘안보사태’가 아니라 암초 충돌이나 재질 피로파괴, 유실된 기뢰 폭발 같은 ‘재난사태’로 성격이 사실상 기울었던 셈이다.

실제로 합참은 감사결과에 대해 사건 당시 천안함이 ‘무언가에 얻어맞았다’라는 것이 원인을 짐작케 하는 보고받은 내용의 전부라고 반박했다. 시간대별로 해군의 보고내용을 보면 ‘파공(破孔)이 형성되어 50% 침수되었다’ ‘60% 침수되었다’라는 식이었다.

전선과 후방의 북한군은 평온하기만 했다. 이때 ‘파공’과 ‘침수’라는 좌초를 연상시키는 단어가 쓰인 점에서 알 수 있듯 굳이 대비태세를 격상시킬 필요성은 제기되지 않았다. 비상사태를 발령해 군사작전을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정황은 사건 초기에 청와대와 국방부·합참으로 하여금 ‘좌초’에 경도되도록 돌아가고 있었다. 정작 어뢰가능성에 대해 확신하게 된 때는 천안함 함미가 인양된 다음날인 4월 16일이라고 국방장관은 밝히고 있다.

제1, 제2연평해전 등 이제껏 모든 북한의 도발이 있었을 때는 반드시 ‘징후’라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이 북한 전후방은 "특이동향 없음"이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세계 최강의 한미 연합정보자산이 동원되었다. 이렇게 보면 선체 절단면이 드러나고 ‘결정적 증거’라는 어뢰 추진부 파편이 발견되기 전까지 현 정부는 천안함사건을 ‘재난사태’에 준해 관리했던 것이다.

감사결과의 의문점과 새로운 반전

여기에서 중요한 진실이 밝혀지고 있다. 일부 언론이 군이 초기에 "천안함 침몰이 좌초라고 말했다"는 데 대해 군은 "절대 그런 적이 없다"며 완강히 부인해왔다. 그러나 막상 감사원이 개입하자 "어뢰라고 짐작할 정황이나 보고는 없었다"고 항변하는 것이다. 일견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군이 기존 입장을 스스로를 부정하는 데까지 나아갔다는 중요한 반전이다.

그런데 감사원 발표는 이 모든 정황을 "처음부터 어뢰피격 가능성을 인식하고 관리했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사건을 재구성한 감사다. 이러한 ‘뒤집기’ 의도가 내재된 감사는 감사과정에서 어뢰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반증들을 의도적으로 비껴간다.

예컨대 "물기둥은 목격되지 않았다"는 백령도 초병의 진술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아예 감사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초병이 목격한 ‘하얀 섬광’이 버젓이 100미터가 넘는 물기둥으로 둔갑했는데도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문도 제기하지 않은 정말 이상한 ‘진실규명’이다. 이는 정보세계에서 절대 금기시되는 의도적인 ‘정보선택’이다.

결국 불완전한 추정에 대해 검증의 기능을 수행한 감사가 아니라, ‘어뢰피격 판단’을 망설였던 군에 대한 징벌의 의도로 진행된 감사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서 초래된 문제점은 국민적 의혹 해소와는 거리가 먼 ‘의혹 부풀리기’가 되고, 심하게 말하면 ‘새로운 조작’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심지어 보수언론까지도 감사원 감사와 민군합동조사단 발표 사이에서 모순되는 점까지 우려하며 필자와 똑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중앙일보 2010.6.21).

어뢰 말고 다른 원인은 없어야 한다?

어뢰피격설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참여연대가 공안기관과 우파언론의 몰매를 맞는 동안, 다수의 군인들도 같은 이유로 처벌을 당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5월 20일, 합동조사단이 발표한 물증은 발표 5일 전에 인양된 것이다.

애초에 물증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여유도 없이 조잡한 추정을 섞어서 발표된 조사결과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허점은 무수히 드러났다. 여기에다 비교적 신중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한 일부 군인들에 대한 처벌이 더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흔히 생각하듯 군은 결코 단일한 실체가 아닌 것이다.

오직 어뢰만을 외치고 다른 가능성은 모조리 지워나가는 작금의 여론몰이는 근래 보기 어려웠던 사회적 광기로 발전할 조짐이다. 이 아수라장은 분명 진실 규명과는 거리가 먼 하나의 카오스다. 그것이 지금 ‘과학’의 이름으로 진행중이다. 천안함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한 까닭이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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