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 노선논쟁, 어디로 가나?
        2010년 06월 22일 05: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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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붙은 진보신당의 노선논쟁은 어디로  향할까. 19일 진보신당 전국위원회는 ‘선거평가 및 당 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특별위원회(당발특위)’를 구성해 임시 대의원대회까지 선거평가서와 향후 당 발전전략을 모색키로 했고, 심상정-김석준 후보 등이 ‘해당행위’를 했다는 특별징계안은 부결시켰다.

    특별징계안 부결은 이용길 후보를 제외하고 다른 두 후보가 연합정치를 위해 후보를 사퇴한 것이 “당론을 위배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기보다 “당의 입장부터 확실하게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에서 비롯되었고, 이 역시 당발특위에 넘겨진 상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전국위원회 결정에 대해 “우선 선거평가 작업부터 힘을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보신당 내부 노선 논쟁의 핵심은 당의 향후 ‘진로’와 관련된 것으로 모아진다. 이른바 ‘심상정 논쟁’ 역시 연합정치라는 이름의 당의 진로를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선거 평가도 해나가겠지만 앞으로의 핵심 논쟁은 당의 진로에 대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 역시 “앞으로 이어질 논쟁의 중심은 ‘연합론-독자론’이 아니”라며 “진보신당이 이번 선거에서 확인한 자산과 역량을 기반으로, 당을 강화시키는 전제 하에서 향후 정세를 어떻게 볼지, 전략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부분에서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논쟁 시점은 2012년, 공간은 진보신당이다. 현재 양론이 팽팽하게 갈릴 것으로 예측되는 논점은 2012년에 진보신당이 어떠한 형태로 존재하느냐에 달려있다. 노회찬, 심상정 등 당의 간판들은 현재의 진보신당의 모습보다 “진보의 재구성을 통한 진보연합정당”에 보다 무게를 싦고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연합정치에 대한 고려가 아닌 당 발전전략 수립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지난 14일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독자적 진보정당 건설의 길로 가야 하지만 여러 세력과 같이 가는지를 택해야 한다”며 “새롭고 강력한, 진보정당이 추구하고 표방하고 대변하는 가치를 정교하게 제출하고 여기에 동의하면 어디서 오든 모여야 하고, 가장 바람직한 시기는 2012년 총선 전에 정당으로서 세력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심상정 전 대표의 생각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심 전 대표는 14일 <한겨레>인터뷰에서 “사회변화를 받아 안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진보적 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이 없다”며 “진보적 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정치노선을 정립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일단 그것을 융합하는 정치과정을 적극적으로 만들면, 조직적 전망도 나오지 않느냐”고 말한 바 있다.

    "친노세력 일부까지 함께 하는 통합정당 필요"

    이들이 구상하는 것은 좁게는 민주노동당 등 제 진보정치 세력과 힘을 모으는 진보대통합정당 건설부터 심상정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제시한 친노진영 인사까지 외연을 넓히는 방향이 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연합정당-진보대통합 정당으로 가는 의견의 경우 그 범위와 순서, 전제조건에 대해서도 논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우 부산시당 부위원장은 “진보신당이 진보적 정책을 강화해 나가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2012년에는 현실적 연합정치의 행보를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시적 선거연대에는 불안정성이 있는 만큼 진보대연합이라는 새 정계개편의 흐름을 형성하고 시민사회, 과거를 반성하는 친노세력까지 접근할 수 있는 좋은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관점이다.

    반면 이번 기회를 통해 진보신당의 독자적 생존과 발전방향을 보다 근본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 전국위원회에서 ‘심상정 징계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약 40%의 의견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들은 "독자적 생존을 전제로 선거연합이라는 ‘전략’을 구상할 수는 있지만, 당의 전략으로는 당의 독자생존과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지역위원회 위원장은 “당을 창당할 때 제대로 된 진보정당의 모습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것 아니겠느냐”며 “선거시기 정치적 대응을 유연하게 할 필요성이 있지만 진보신당은 분명히 연합을 위해 창당한 정당이 아닌 만큼 당을 충실히 갖추고 그동안 소홀했던 노동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는 내용을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진 변호사 역시 진보신당 당 게시판에 “연합정당론은 본질적으로 진보신당과 같은 정당에게는 파괴적인 논의인데다 일반적으로도 정당의 합당은 선거연대와는 차원을 달리한다”며 “앞으로의 생존과 발전만이 우리의 화두가 되어야 할 것으로 소소하지만 오래 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각오로 2012년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선거평가와 함께 이같은 논쟁이 본격적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이면서 진보신당 당심이 어디로 향할지도 관건이다. 정경섭 마포구위원장은 19일 전국위원회에서 “최근 탈당자들을 살펴보면 이유가 전혀 상반된다”며 “이처럼 당원들 내에서도 연합정치에 대한 찬반이 팽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독자노선이 연합의 전제"

    윤난실 진보신당 부대표는 “진보신당이 자기중심성을 갖고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가 논의되어야 할 것이고, 현재의 객관적 상황과 제세력들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어떤 대응을 해 나갈지가 중요하다”며 “2012년이 하나의 ‘단계’일 수는 있지만 당의 발전전략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10년을 내다보는 토론이 필요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장석준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도 “(연합이냐 독자냐는)언론을 중심으로 양극단으로 몰고 가는 사이비 논쟁”이라며 “연합을 하더라도 우리가 바라는 조건을 형성하고 중심을 잡아가기 위해서는 독자노선을 깔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고, 진보세력통합 역시 진보신당 연대회의 창당을 할 때 명시한 창당 정신”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정치학 박사)는 “누구와 연합하고 안하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진보의 재구성 역시 특별한 논제는 아니”라며 “중요한 것은 진보세력이 정치에 너무 취약하고 논쟁의 지점이 너무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경기장에는 나가지 않고 덕아웃에서 싸움하는 격”이라며 “당은 50%의 민심을 잡고 권력을 잡아 집권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진보정치는 정치의 영역이 미치지 않는 곳에 대해 정치적 개척하는 것이 중요함에도 진보는 자기 과신과 절제되지 못한 태도로 인간적 모멸감을 줄 수 있는 행동을 내부에서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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