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이 아니라 죄인이고 빚쟁이"
    By 나난
        2010년 06월 22일 05: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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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유니온(위원장 김영경)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최저임금심의위원회 공익위원에게 편지 보내기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700만 원에 육박하는 등록금과 생활비로 인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현실을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청년유니온은 22일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휴학을 한” 한 20대 청년의 편지를 7명의 공익위원에게 우편으로 발송했다.

    편지에서 20대 청년은 높은 등록금을 지적하며 “공부를 하는 데에 있어, 왜 부모님께 죄짓는 기분이 들어야하며, 부모님도 왜 자식 뒷바라지로 고통을 받으셔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자녀는 자녀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힘겹게 현재를 살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을 간 것이지 아르바이트를 하기위해 대학을 간 것이 아니”라며 학자금 대출 등과 관련해 “대학생인 저는 빚쟁이가 된 기분”이라며 “그 빚을 저는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루하루 알바로 허덕이는 삶이 아닌, 부모님께 부담이 되지 않도록 일한 노동의 대가가 오르는 것이 그 빚을,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방법”이라며 “부디 어려움에 처해 있는 교수님의 제자들과 더 많은 젊은이가 받는 부담과 고통을 헤아려, 조금이라도 덜어 주실 것이라 믿는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호소했다.

                                                               * * *
    다음은 <공익위원에게 보내는 알바생의 편지글> 전문.

    교수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지방의 한 국립(법인)대에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4학년이고, 현재는 휴학 중입니다. 다른 친구들처럼 스펙을 쌓기 위해서 또는 공부를 하기위해서 휴학을 한 상태가 아니라,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휴학을 한, 생계형 휴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부모님의 도움과 소액의 장학금으로 몇 번의 등록금을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안 형평상 사립대보다 싼 등록금임에도, 부담이 되어 2학기정도 학자금 대출을 받았습니다.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로 해결했다 하더라도, 생활비는 감당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 제 고향은 강화도 입니다. 부모님은 강화에 계시고, 저는 대학 진학을 위해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취를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방을 얻을 순 없었고, 그나마 고시원 생활로 시작하였습니다.

    몸 하나 누울 공간밖에 안 되는 그 방값은 20만 원이 조금 안되었지만, 학교 다니면서 필요한 용돈, 생활에 필요한 생활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었습니다. 결국 부모님께 대부분 도움을 받았고, 조금씩은 아르바이트 하는 것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웠습니다.

    사실 2학년이 될 때까지도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 것에 대해 별로 죄송하단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주변 친구들도 다 그렇게 대학을 다니는 것 같았고, 부모님도 별 말씀이 없으셨기 때문입니다. 등록금을 낼 때면 조금 부담스러워 하시긴 하셨지만요.

    하지만 안정적이지도, 일정하지도 않는 아버지의 수입과, 그리고 조금도 다르지 않는 어머니의 수입은 제가 아무리 무심하다 하더라도 느낄 수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이 버거워하시는 모습을 때때로 보게 되었고, 그럴 때면 저는 이렇게까지 해서 대학을 다녀야 하는 건지 하는 자책과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때론 부모님을 원망도 하면서요.

    공부를 하는 데에 있어, 왜 부모님께 죄짓는 기분이 들어야하며, 부모님도 왜 자식 뒷바라지로 고통을 받으셔야 하는지 사실 저는 지금도 잘 이해가 되진 않습니다. 그냥 자녀는 자녀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힘겹게 현재를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점차 아르바이트를 더 많이 하게 되었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기에 수입엔 늘 한계가 있었고, 생활의 부담을 덜 수는 없었습니다.

    교수님! 교수님이 강의를 하고 계시는 대학에도, 저와 같은 제자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등록금과 생활비 내주는 게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부모님들도 계실 테지만, 그렇지 않은 부모님들이 더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자들과 그들의 부모가 받는 고통을 당장 덜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대학을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록금과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제자들이 받는 시급이 올라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작지만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당장 저부터도 4,110원의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사업장에서 일했었고, 그나마도 일을 정말 많이 해야 생활비를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택했던 건 편의점 야간 알바 입니다. 고된 아르바이트와 바쁜 학교생활로 몸도 마음도 병들어 갔습니다.

    4,110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특히 대학을 다니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그 돈은 더욱 무겁게 느껴집니다. 대체로 평일 오전오후는 수업으로 인해 알바를 할 수 없다고 하면,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평일 저녁과 주말이 됩니다.

    하지만 평일 저녁 얼마나 일해야 생활비를 채울 수 있을까요? 주말의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일해야 등록금을 벌 수 있을까요? 저는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을 간 것이지 아르바이트를 하기위해 대학을 간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부모님 역시 자녀들의 더 나은 미래와 행복을 위해 대학을 보낸 거지, 일을 하느라 공부를 소홀히 하는, 그리고 아르바이트로 고통을 받게 하기위해 보낸 것은 아닐 텐데 말입니다. 또한 자녀의 대학 뒷바라지로 자신들의 삶은 또 잠시 포기해야 되는 걸 생각하진 않으셨을 텐데 말입니다.

    지난 생일도 저는 편의점 야간 알바를 했습니다. 알바를 하고 집에 가니 너무 지쳐서 바로 잠들었고, 결국 다시 출근하는 시간이 되어서야 깨면서 그날 저는 제 생일인지도 잊은 채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 명절에 어머니를 만났을 때, 그냥 어리광 섞인 말투로 딸 생일날 전화 한통 하지 않아 서운했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의 대답에 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순간 죄스러움과 안타까움에 눈물을 쏟을 뻔했습니다.

    차라리 어머니께서 제 생일인 걸 깜빡했다고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그때 아빠도 엄마도 돈이 하나도 없었는데, 혹여 네가 용돈 달라고 할까봐 전화를 할 수가 없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만약 부모님께 도움을 받지 않고 대학을 다닐 수 있었다면, 부모님도 저도 전화 한 통 하는 것에 부담을 갖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대학생인 저는 빚쟁이가 된 기분입니다. 사회로부터, 부모로부터,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그 빚을 저는 혼자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저 혼자 극복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빚쟁이는 저 혼자만이 아니라 많은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루하루 알바로 허덕이는 삶이 아닌, 부모님께 부담이 되지 않도록 일한 노동의 대가가 오르는 것이 그 빚을,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께서 내년 최저임금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고려하고 계신 줄로 압니다.

    부디 이런 어려움에 처해 있는 교수님의 제자들과 더 많은 대학생, 그리고 젊은이들이 받는 부담과 고통을 헤아려, 조금이라도 덜어 주실 것이라 믿으며 글을 마칩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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