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정당’과 연합정치
        2010년 06월 22일 04: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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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선거 결과와 진보신당의 성적표, 그리고 진보정치의 전망에 대한 논쟁이 여러 공간에서 ‘가열차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 논쟁은 예전 ‘진보논쟁’의 구도와 맥을 같이 한다는 측면에서 새로울 것은 없지만, 진보신당이라는 특정한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그 노선(및 전략)과 리더십, 그리고 지지층 문제까지 확대되고 있어서, ‘진보신당 논쟁’이라 불러도 무방하리라고 본다.

    ‘진보신당 논쟁’

    지금 진행되고 있는 ‘진보신당 논쟁’의 내용을 선명하게 대립시켜주는 말은 ‘3%정당론’과 ‘정체성(identity, 혹은 독자성)’일 것이다. 전자는 자연스럽게 ‘연합정치론’으로 이어지며, 후자는 ‘선명성’을 바탕으로 한 ‘독자성장론’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이러한 ‘이분법’에는 항상 논쟁구도의 도식화라는 전제가 붙는다. 그런데 알다시피 이분법과 도식화는 논쟁에 담겨있는 의미를 풍부하게 이해하는데 제약을 가하기도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연합정치’에 관련된 것이 대표적이다.

    연합정치 자체를 부정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온 마이웨이’를 주장하는 이들은 드물다. 최소한 진보신당 내에서는. 더군다나 대중정당으로서 지지율 3%를 무슨 좌파운동의 순혈도 정도로 여기는 당원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연합정치’란 말 그대로 2개 이상의 (이질적인) 정당 혹은 정치세력들 간 공동의 정치적 목표를 위한 정치행위를 일컫는다. 그러므로 전략이냐 전술이냐의 선택은 주어진 국면과 목표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요컨대 전략이냐 전술이냐의 문제보다는 연합정치의 궁극적인 목표가 논쟁의 의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연합정치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의 문제다. 현재 연합정치가 진보신당의 선거정치에 대한 궁극적인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연합정치는 집권전략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의 ‘이슈공조’가 법안통과를 위한 단기적인 전술로서의 연합정치라면, 선거정치에서의 연합정치는 집권전략 혹은 다수화전략과 동의어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다.

    노선, 사람, 정책

    현재 진보신당의 처지에서 ‘집권’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 정당의 목적이 집권이라는 것은 정당권력의 종착점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이 가지고 있어야 할 노선과 사람, 그리고 정책이 어우러진 비전을 의미하는 것이다.

    3% 정당으로는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행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연합정치가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하는 분들에게 드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돌려드리고 싶다.

    “그럼 3% 정당 가지고 어떻게 연합정치를 당의 명운을 건 전략으로 구사할 수 있겠는가?” 이번 논쟁에서 많은 이들이 당내 문제를 언급했다. 심상정 전 대표의 문제도 문제지만, 이를 제어하지도, 제어할 수도 없는 당의 ‘실력부재’ 자체가 더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연합정치의 전제조건은 정당 내 튼튼한 구심점의 존재와 당원간 신뢰다. 이번 심상정 사태로 드러난 것 중 확실한 것이 있다면 진보신당은 연합정치를 구사할 만큼 아직 정당으로서 내구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3% 정당론’은 진보신당의 현실과 정치적 위상을 잘 표현해 주는 말이다. 이것은 민주노동당과의 분당이후, ‘진보의 재구성’이란 큰 그림이 세부적인 실천프로그램의 부재 때문에 미완성인 채로 방치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진보신당이 힘을 쏟아할 방향은 다시 진보의 재구성이다. 기존 정당들을 나열하고 경계짓는 재구성이 아니라, 평등․평화․생태․연대의 가치를 외연확대로 연결시키고 기존의 가치인 노동을 심화시키며 진보의 재구성에 동참시키는 것이다. 이른바 ‘당적 노동운동’과 진보를 구성하는 가치들의 ‘경쟁적인 결합’이 필요하다.

    다시 ‘진보의 재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보의 재구성은 새로운 리더십으로 인격화될 때 비로소 대중과의 소통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당에서 정책과 비전만큼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진보정당 10년에서 반성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민주화세대의 리더십에서 민주화 이후 세대의 리더십으로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진보신당 논쟁이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이 새로운 리더십의 창출과 충원구조에 대한 논의도 같이 고려되어야 한다.

       
      ▲ 사진=사회당

    이전 글에서 민주노동당의 실질적인 선거평가서는 이후 선출된 당 대표의 면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7.28재보선을 진보신당의 실천적인 선거평가서로 삼는 것은 어떤가. 서울 은평에 사회당 후보가 ‘기본소득’을 내걸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보편적 복지, 권리로서의 복지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진보신당이 사회당과 연대하여 지난 지방선거에서 불발된 좌파연합정치의 실험대로 삼는 것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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