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6시간 일해야 등록금 낼 수 있어"
    By 나난
        2010년 06월 22일 04: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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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4,000원 인생이 아니다. 딱 1,000원만 더 인상해 달라.”

    2010년 최저임금은 시급 4,110원이다. 올해 전국 대학 176곳의 평균 등록금 6,845,000원을 벌기 위해서는 1,666시간을 일해야 한다. 치솟는 등록금과 물가 인상으로 인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4,000원 인생이 돼야 하는 20대 청년들의 고민은 날로 깊어만 가고 있다.

    하지만 2011년 최저임금을 논의하고 있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이들에게 ‘기대’보다는 ‘낙심’을 주고 있다. 지난 18일 전체회의에서 경영계는 “10원 인상”을 제안했다. 이는 인상률 0.2%로, 한국은행과 OECD 등이 올 한국 경제성장률을 5% 후반대로 전망하고 있는데 비춰볼 때도 납득되지 않는 수치다.

    알바 투자시간, 수업시간의 2.6배

       
      ▲사진=이은영 기자

    이에 20대 청년들이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할 수 있는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딱 1,000원만 올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가 애초 제시한 시급 5,180원보다 70원 적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밤낮 없이 움직여도 등록금은 고사하고 생활비도 충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평균 등록금을 벌기 위해 20대 청년들은 연간 수업시간 640시간보다 2.6배나 많은 시간을 아르바이트에 투자해야 한다.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형근 씨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3일 야간 근무를 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충당하고 싶었지만 너무 부담이 돼 생활비라고 벌겠다는 심정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때 점장은 ‘석달간은 교육도 하고, 일도 배우는 시기라 시급 4,000원을 주겠다’고 했지요. 하루 8시간 일주일에 3일을 일해도 한 달에 받는 임금은 40만 원이 고작으로, 공부와 생활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는데 턱없이 부족합니다.”

    부족한 생계비 "쪽팔리지만 부모님께"

    그는 40만 원으로는 “방값에 핸드폰 요금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한다. 결국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바람은 “20대 청년이 이 사회에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것”이다.

    1년의 교육비가 1천만 원이 넘는 한국사회에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20대 청년은 김 씨뿐만이 아니다. 경희대에 재학 중인 황재인 씨는 “지하철 정기권으로 이동하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니며 돈을 아껴도 “한 달 용돈 5만 원”만 손에 쥘 수 있다.

    “1주일에 1~2번 예식장에서 그릇치우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시급 4,500원으로 12시간 일하면 약 5만 원을 받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한 달이면 40만 원을 받지만, 자취로 인해 들어가는 방세와 핸드폰 요금, 교통비를 제외하면 용돈은 5만 원이 고작입니다.”

    그는 “대학교 5학년생이라 집에서 용돈 받기도 민망한 나이”라며, 결국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쪽팔리지만 부모님께 다시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그 역시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할 수 있는 돈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10원 인상도 과분하다?

    20대 청년들은 최저임금을 삭감하지 않고 ‘양보해서’ 동결했다는 경총이 결국 ’10원 인상’을 제안한 것에 대해 “현재의 최저임금으로는 저축은커녕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렵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계 보장을 위해서는 최저임금이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와 청년유니온, 21c한국대학생연합은 22일 ‘딱, 천원만 더! 알바생들의 최저임금인상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경제위기를 빌미로 외환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인 2.75% 인상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에는 훨씬 더 높은 인상이 돼야 하는 게 상식”이라며 경영계의 10원 인상안을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은행도 경제성장 목표치를 5.2%로 높여 잡는 등 여러 호조건 속에서 유독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10원 인상도 과분하다는 식의 태도는 사회적 동의를 얻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다”며 “경영계는 면피용에 불과한 최저임금 10원 인상 입장을 철회하고, 최저임금의 1천 원 인상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딱 천원만 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금덕 청년유니온 사무국장은 “청년유니온 실태조사 결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66%가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영계가 ‘10원 인상’을 얘기하며 ‘시급 2,000원도 많다는 식의 망발을 하는 행위에 대해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은 오는 25일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을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4~5월 두 달간 진행한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실태조사’ 결과와 1,109명이 서명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안,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담은 한 아르바이트생의 편지를 최저임금심의위원회 공익위원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최저임금법 1조는 이렇게 돼있다. “노동자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여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기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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