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출구전략 실체, 몽니와 어깃장
        2010년 06월 22일 09: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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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은 둥글다고 했지만, 객관적인 전력 자체를 뛰어넘는 변수는 아니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브라질에 1대2 석패를 당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던 북한이 지난 21일 밤 포르투갈에 0대7 참패를 당했다.

    한국시간으로 23일 새벽 3시30분은 전국이 낮같은 새벽을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월드컵 첫 원정 16강을 결정할 나이지리아와 마지막 경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사상 최초로 남북이 동시에 월드컵에 진출한 이번 대회에 국민의 시선이 쏠려 있는 사이 정치권은 갈등의 소용돌이가 요동치고 있다.

    선거민심을 수용한다던 여권이 세종시 출구전략을 내놓았지만, 실체는 ‘충청권 참패’라는 선거결과를 외면하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이를 ‘몽니’ ‘어깃장’ ‘막장’ 정치로 평가했다.

    다음은 22일자 전국단위 아침신문 1면 기사다.

    경향신문 <4대강 사업 또 ‘꼼수’>
    국민일보 <세종시 ‘+α의 정치학’>
    동아일보 <공기관 ‘감사자리’ 전쟁>
    서울신문 <지자체 감사 회오리>
    세계일보 <중 ‘핫머니 놀이터’ 되나>
    조선일보 <협공 받는 ‘MB교육’>
    중앙일보 <삼성·한화·웅진 "세종시 원안 땐 갈 이유 없다">
    한겨레 <대통령 자문기구 ‘민주평통’ "남북관계 출구전략 마련을">
    한국일보 <‘묻지마’ 지자체 인수위>

    대전 충청남도 충청북도 광역단체장은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다. 하지만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은 모두 야당 후보들에게 패배했다.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충청권 민심은 매서웠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약속했던 세종시 원안 추진을 좌초시키려하자 따끔한 표심을 보여줬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6월14일 KBS 1TV가 생중계하는 가운데 방송연설을 통해 세종시 출구전략을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이 여야를 떠나 역사적 책임을 염두에 두면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기를 바란다. 정부는 국회가 표결로 내린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표결처리 하기로 하면서 정치권 갈등의 근원이었던 세종시 수정안은 상임위 차원에서 안락사할 것이란 관측이 떠올랐다. 국토해양위 소속 의원들은 세종시 수정안 폐기에 동의하고 원안에 찬성하는 이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위, 세종시 원안 지지의원 과반수 넘어

       
      ▲ 한국일보 6월22일자 4면.

    한국일보는 22일자 지면에 국토해양위 소속 의원들의 세종시 관련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공개했다. 한국일보는 4면 기사에서 “국토해양위 소속 의원 31명 가운데 세종시 원안을 지지하는 의원은 18명이었다”면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하는 의원은 10명으로 주로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이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친이명박계 쪽에서 상임위에서 부결되더라도 본회의 표결을 강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정치권에는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조선일보는 5면 <세종시 수정안 ‘본회의 표결 논란’ 가열>이라는 기사에서 “한나라당은 아직 공식적으로 ‘본회의 회부’를 천명한 바 없지만 친이계 측에서 실무 절차를 거론하고 있다. 수정안의 본회의 상정에 대해 여야 합의가 안 될 경우 직권 상정 권한을 사용할 수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도 ‘법대로 하겠다’고 하는 등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 "여권 주류 ‘원안론자=비애국’ 의도"

       
      ▲ 경향신문 6월22일자 8면.

    ‘세종시 총리’라 불리는 정운찬 총리도 강경론의 한 축이다. 세계일보는 1면 <정 총리 "세종시, 쫓기듯 결론 낼 수 없어">라는 기사에서 “정운찬 총리는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에서 ‘우리 국민은 길게 보면 항상 옳은 선택을 했다. 그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두고두고 후회할 결정을 하실 리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세종시 수정안에 동의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옳은 국민’을 대표할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의미하는 발언이다. 여권 주류의 세종시 본회의 표결 강행 움직임을 ‘협박의 정치’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경향신문은 8면 <세종시 논란 ‘출구서 재점화’>라는 기사에서 “여권주류의 세종시 수정안 본회의 재의결 전략과 함께 ‘원안론자=비애국’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정치권의 시계가 세종시 ‘원안·수정안’ 논쟁이 한창이던 10개월여 전으로 되돌아간 꼴”이라고 평가했다.

    "땅값 이점도 없는 세종시에 뭐하러"

       
      ▲ 중앙일보 6월22일자 1면.

    여권 주류는 세종시 원안을 선택하면 “기업이전은 어렵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야권과 친박근혜계 쪽에서는 기업이전은 원안에도 담겨 있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청와대 의중이 담긴 메시지는 이미 기업의 판단에 영향을 주고 있다.

    중앙일보가 기업의 견해를 1면 기사를 통해 전했다.

    중앙일보는 1면 <삼성·한화·웅진 "세종시 원안 땐 갈 이유 없다">라는 기사에서 “세종시 투자를 계획했던 기업들은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고, 원안대로 갈 경우 세종시에 들어가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수정안에 들어 있는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저렴한 땅값, 세금 감면 등의 인센티브가 원안에는 없어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는 E4면 <"과학비즈니스벨트도, 땅값 이점도 없는 세종시에 뭐하러…">라는 기사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폐기되고 원안대로 갈 경우 이런 인센티브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이 알려지면서 기업들의 생각도 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기업들은 세종시에 투자하기로 하고 정부와 맺은 이행각서는 세종시 수정안 통과를 전제로 맺은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수정안이 아니라면 이행각서도 효력을 잃는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종시 본회의 표결 압박, 정치적 의도 담겨

       
      ▲ 국민일보 6월22일자 1면.

    한겨레는 1면 <여권, 세종시 수정안 본회의 상정 압박>이라는 기사에서 “여권 인사들이 ‘원안으로 갈 경우 기업 이전 불가’를 거론하며 ‘대국민 협박성 발언’을 쏟아내 6·2 지방선거 충청권 참패로 확인된 세종시 민심을 거스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1면 <세종시 ‘+α의 정치학’>이라는 기사에서 “여권이 본회의 표결을 요구하고, 부결시 플러스알파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수정안 좌절로 인해 플러스알파가 백지화되는 데 대한 책임이 야당에 있음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가 1면 기사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면 여권이 아니라 여권 주류이고 책임을 묻겠다는 대상은 야권은 물론 여당 내 친박근혜계까지 포함된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세종시 출구전략은 국민통합과 상생을 주도해야 할 권력의 핵심부가 다시 갈등과 대립을 이끄는 선택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깃장’ ‘몽니’라는 언론 평가가 나왔다 여야 대립은 물론 여여 대립을 부추기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역사적 소명인가 정치적 몽니인가"

       
      ▲ 세계일보 6월22일자 8면.

    세계일보는 8면 <역사적 소명인가 정치적 몽니인가>라는 기사에서 “친박계의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친이계가 여당의 6.2 지방선거 참패로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수정안이 어차피 부결될 것을 예상하면서도 본회의 표결을 고집하는 것은 친박계 표심을 동요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같다’면서 ‘추후 세종시 수정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아질 경우 반대했던 친박계의 책임을 묻겠다는 속셈도 엿보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실체가 드러난 청와대의 세종시 출구전략에 대해 격한 표현을 마다하지 않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한겨레는 <세종시 문제, 끝까지 ‘꼼수와 오기’로 일관하는가>라는 사설에서 “정부 여당이 그동안 세종시 수정안 관철을 위해 보여온 태도는 오만과 독선, 꼼수의 연속이었다”면서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막장 드라마’ 수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여당 주류가 주장하는 국회 상임위 세종시 수정안 부결시 본회의 표결 강행에 대해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언론은 거의 없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청와대가 대립하는 사안이라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사설, 청와대 힘 싣기

       
      ▲ 동아일보 6월22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공개적으로 청와대와 여권 주류의 힘을 실어줬다. 동아일보는 <세종시 수정 결사반대…표결은 거부하는 비겁함>이라는 사설에서 "국가적 대사에서 국회의원 299명 각자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도 분명하게 역사적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지방선거가 비록 여당의 패배로 결말나긴 했지만 그것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사설 하단에는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수도분할반대국민연합(공동대표 류동길 장기표)’의 5단 광고가 실렸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의 반대에도 세종시 수정안 본회의 표결을 강행할 경우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연설과 여야의 국회 상임위 표결 합의로 정리될 것처럼 보였던 세종시 논란이 이렇게까지 번진 이유는 무엇일까.

    한겨레 "제대로 정신이 박힌 정부라면…"

       
      ▲ 한겨레 6월22일자 사설.

    이명박 정부는 세종시가 ‘연착륙’하기를 바라는 것인지, 고사되기를 바라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겨레는 22일자 사설에서 이명박 정부의 현주소를 이렇게 진단했다.

    “제대로 정신이 박힌 정부라면 마땅히 이렇게 말해야 옳다. ‘우리는 수정안이 통과되길 바란다. 하지만 원안으로 가게 되더라도 세종시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런데 청와대 고위당국자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협박과 어깃장이 고작이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의식수준이요, 국정운영 방식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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