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 그저 징그러워서 싫어?"
    2010년 06월 21일 04: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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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미학적 취향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인식했을 때가 기억난다. 광화문 광장 리모델링 직후, 게이 친구와 함께 구경 갔었다. 우리는 둘 다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너무 흉측해서.

물론 그 전에도 인식만 못 했을 뿐,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학부 시절,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는 도중 몇 줄 앞에 앉아 있는 여학생의 발에 눈이 갔다. 분홍색 하이힐에다 보라색 스타킹까지 신고 있었다. 분홍색 하이힐. 보라색 스타킹. 분홍색 하이힐. 보라색 스타킹.

이것은 코스프레가 아니라 정상적인 대학에서, 정상적인 강의 도중의 실제 상황이었다. 그 끔찍함을 보고, 코티솔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팍 올랐었다. 그날 공부 모두 망쳤다. 나의 미학적 평정심이 옷 못 입는 여학생 한 명으로부터 폭행당했다. 비명을 지르면서 강의실에서 뛰쳐나왔다.

이러한 경험들 때문에,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약간 이해되기는 하다.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폭력적이야

   
  ▲ 각각 인테리어 디자이너, 음식&와인 감정가, 스타일리스트, 패션 전문가, 문화 분석가인 스타일리쉬하고 쉬크한 다섯명의 멋진 남자들이 평범한 이성애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주는 미국에서 제작한 TV프로그램

예술계에 종사하는 게이들이 많다고들 하지만, 솔직히 예술계보다 ‘아름다움’을 더 구체적으로 다루는 디자인계나 패션계에 더 많이 진출했다고 본다. 게이들은 이성애자들을 흉측함과 미학적 무감각으로부터 구원해주기 위해서 지구상에 내려졌다고 가끔 생각한다. (당황하지 마라. 이것은 그다지 오리지널한 생각도 아니다.)

보편적인 아름다움의 최고 상징인 <모나리자> 조차도 게이가 그렸고, 그 모델 역시 게이였다는 설이 있다. 당신이 지금 입고 있는 옷은 게이가 디자인했거나 게이가 디자인한 것을 따라한 것일 확률이 높다.

게이들이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것은 일상생활의 진부한 진리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떨어진 감각의 이성애자 남자들을 계몽시키기 위해서 언니 한 세트가 등장하는 <퀴어 아이>를 처음 봤을 때, 게이들의 심미주의적인 대중적 이미지는 갈 때까지 갔다는 생각을 했다.

게이들이 왜 이 정도로 심미주의적인지에 대한 고민들은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허용된 몇 안 되는 도피처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근대 유럽의 유태인들에게 허용된 사업이 금융업밖에 없었듯이 게이들의 섹슈얼리티는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으로 왜곡된 것이다. (레즈비언들의 섹슈얼리티가 다른 방향으로 왜곡된 것 또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강요된 여성성으로부터의 도피다.) 억압의 역사로 하여금 오늘날까지 유태인들에게 금융의 전통이 이어져오고 있듯, 우리에게는 아름다움의 전통이 계승되고 있을 뿐이다.

우리들의 미학적 우월감에 대해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시라. 가장 큰 미학적 전쟁에서는 당신들이 이기고 있다. 물론 당신의 옷 얘기가 아니다.

동성 결혼의 징그러움으로부터의 자유?

서론이 길었지만 이 글의 궁극적 주제는 동성 결혼이다. 동성 결혼에 대한 수많은 논쟁들을 살펴보면 결국 모두 ‘미학적 취향의 대립’으로 수렴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외의 것들은 겉치레다. 종교적인 이유? 정교분리원칙을 내세우면 된다. 동성 커플 사이에 자란 아이의 정서가 걱정된다고? 수많은 연구들이 이것이 거짓이라고 입증했다. (또한 악명 높은 OECD 고아 수출국에서 이런 말이 나오면 좀 의아스럽다. 언제부터 아이들 걱정을 했다고.)

   
  ▲ 같이 지낸 지 51년째인 2004년에 드디어 합법적으로 센프란시스코에서 결혼한 필리스 리온 (79세)과 델 마틴 (83세)

위헌이라고? 헌법에는 동성 결혼을 금지하는 그 어떤 조항도 존재하지 않다. 36조 1항의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를 동성 결혼 불법 명시 조항으로 간주하는 것은 유교 사회 내의 남녀간 불평등의 우려가 묻어나는 입법자의 의도를 왜곡시키는 비논리다(미국의 경우, 보수주의자들이 동성 결혼 불법 명시 조항을 연방 헌법에 입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정도로, 전통 헌법이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유연하지 않다).

동성애자들은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참고로, 도심에 깔려있는 룸사롱들은 다 이성애자 업소고, 다 장사 잘 한다. 백번 양보해서 동성애자들이 문란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한들, 통계적 문란함이 결혼 불법화의 사유라면 이성애자 결혼제도부터 헌법재판소에 제소해주길 바란다.

아무튼 동성 결혼 반대를 반박하는 글을 쓰자면 시리즈로 연재해도 모자라고, 이미 그런 글들은 많이 봐왔고,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인 필자가 봐도 지겹다. 우리는 이런 얘기를 이미 다 끝냈고, 정 궁금하다면 조금만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된다.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 모든 ‘논리적인’ 논쟁들이 끝났을 때 (그리고 우리는 모든 논쟁에서 이미 이겼다) 결국 남는 것은 “아무튼 동성애는 싫어. 그냥 싫어. 징그러워.” 이런 투의 말이다.

   
  ▲ 올해, 아시아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네팔

   
  ▲ 라틴 아메리카 최초로 동성결혼 합법화에 성공한 멕시코 시티

동성애가 징그러워서 동성 결혼 합법화 시켜주지 못하겠다는 얘기다. “그냥 싫어”서. 솔직히, 우리도 당신이 그냥 싫다. 그리고 징그럽다. 그래도 우리는 적어도 ‘징그러움’을 근거로 당신의 기본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 당신이 동성애자에 대해서 어떤 욕을 하든, 상관없다. 우리는 당신에 대해 그 배의 욕을 하고 있으니까. 단, 당신이 “징그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즉 당신의 미학적인 취향 때문에 내 기본권이 침해된다는 것은, 거기서부터는 폭력이다.

폭력 없는 취향의 공존을 꿈꾸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제안하고 싶다. 우리, 중간에서 만나자. 당신이 분홍색 하이힐과 보라색 스타킹을 동시에 신는 것을 내가 이를 악물고 눈감아주겠다. 당신은 내가 남자하고 결혼하는 것을 똑같이 참아주면 된다. 미학적 취향의 전쟁에서 폭력을 빼자는 소리다. 이렇게 서로 못 본 척 해주면 보편적인 아름다움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흉측함의 다원주의는 보장할 수 있지 않은가.

이래도 손해 보는 장사라고 생각하는가. 그럼 광화문 광장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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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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