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주의와 선거주의를 넘어서"
        2010년 06월 21일 11: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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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지난 6월 7일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필자의 선거평가 의견 글 ‘6.2지방선거, 민주노총을 위한 변명’의 연장선상에서 정리한 것으로 민주노조운동의 입장에서 대통합진보정당 건설의 방향에 대한 의견 글이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다. <편집자 주>

    각 정당과 정치세력은 선거 결과에 따른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고 있다. 진보정치 진영도 선거로 드러난 안팎의 과제들을 안고 자신의 진로를 찾아나가야 한다. 이명박 정권 심판과 진보정치 단결을 외치며 선거에 참가한 민주노총도 민주노조운동을 지켜내고 2012년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한 전략적 초석을 세우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서 분열되어 있는 진보정치의 답답한 현실을 온몸으로 체험하였다. 노동자정치세력화 기조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할 필요성을 절감하였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대대적으로 참가하는 대통합진보정당 건설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크게 공감하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진보정치에 대한 새로운 각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노동자정치에서 멀어져간 진보정당 운동

    노동운동은 97년 IMF경제위기 이후 줄기차게 진행되어온 자본과 정권의 전면적 공세에 맞서 산별노조 건설과 노동자정치세력화로 대응해왔으나 제대로 정착되지도 못한 채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산별노조운동은 기업별 노조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 채 자본과 정권의 탄압과 악법의 올가미에 걸려 뒷걸음질 하고 있다.

       
      ▲ 지난 5월 GM대우 부평공장을 방문한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 금속노조 GM대우자동차지부 상집간부들에게 이번 지방선거에 총력집중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사진=이명익 기자 / 노동과세계)

    진보정치는 대중적 계급정당으로 발돋움을 시도해보지도 못하고 분열하고 말았다. 조합원들의 진보정당 참여의지와 진보정치 미래에 대한 관심을 크게 후퇴시켜 노동자정치세력화의 토대를 허물어뜨렸다.

    민주노조운동의 후퇴와 진보정치 분열은 우리 운동이 자칫 실패한 노동운동의 역사로 말해왔던 일본의 전철을 되풀이할 위험을 눈앞의 현실로 가져왔다. 사실 지금 이대로 2012년을 통과하게 될 경우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적 실패는 필연적인 것으로 보인다.

    보수양당제가 정착되고 노동자정치세력화는 대중적 재기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진보정치는 분열되어 지지부진을 극복하지 못하는 장기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진보정당 우경화와 분열의 가장 큰 원인은 당이 노동자정치세력화운동을 대중적 흐름으로 강화하지 못한데 있다. 진보정당이 집권을 내다보기 위해서는 지지기반이 되는 계급대중을 사회적 정치적으로 조직하는데 더욱 힘을 쏟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의 확대 강화에 무게중심을 두고 아래로 향하는 노동자정치세력화 운동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6.2지방선거 평가가 주로 후보전술 중심의 독자노선이냐 연합노선이냐에 치우쳐 진행되는 것은 매우 일면적 관점이다.

    진보정치 우경화와 분열의 원인

    하나, 당의 성격 면에서 의회 진출이 목표가 되어버린 선거정당의 본질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당 활동가들이 당의 진로를 대중과 더불어 실천 속에서 찾기보다는 당내 권력경쟁에서 찾는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자연스럽기에 우경화와 분열은 의회주의 정치와 선거정당이 갖고 있는 본원적 한계인지도 모른다. 상층에 이를수록 출세주의 당 활동가들이 득세하는 경향을 강화하는 것이다.

    둘, 중심 주체 면에서 활동가 중심의 엘리트 정당을 벗어나지 못한 것도 실패의 큰 원인이었다. 이들은 노선과 입장을 중심으로 경쟁하지만, 경쟁이 적대적 권력경쟁으로 기울어지면서 노선과 입장은 대중의 건강한 정치적 성장보다는 대중을 줄 세우기하는 깃발로 전락한다.

    노선과 입장을 앞세우며 권력경쟁에 앞장서는 출세주의 당 활동가들과 이들에게 줄 서 있는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공고한 분파적 연합은 역사적으로 진보정당과 노동조합운동에서 나타난 좌우편향 조직 병폐의 원천이다. 패권주의와 분열주의는 그 극단이다.

    셋, 사회적 지지기반이라는 면에서 민주노조운동의 후퇴와 쇄락이야말로 가장 큰 원인이다. 진보정당의 우경화와 분열은 지난 10년간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해왔던 민주노조운동 현실을 떠나서 말할 수 없다. 노동시장 양극화 속에서 정규직 조합원들의 사회적 보수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이에 비에 새로운 계급의식과 투쟁의지로 나서는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조직화의 성과는 매우 더딘 현실이다. 당이 선거 중심 활동으로 기울어질수록 이 문제는 자신의 과제로부터 멀어져왔다.

    대중운동과 당 운동 선순환 필요

    진보적 산업노동정책과 민주주의의 확장은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상호발전 속에서 가능한데 우리는 민주노조운동과 진보정당운동의 선순환 관계를 구축하지 못하였다. 민주노조운동과 진보정당 운동은 점차 유리되어 왔다. 그 결과 노동조합운동의 실리주의와 진보정치운동의 선거주의가 빠르게 진척되어 왔다. 이것은 동전의 양면 현상으로 서로를 부추긴다. 그 중심에 권력추구 중심의 분파적 활동가운동이 있다.

    사실 지금과 같은 진보정당 운동 조건에서는 노조운동에 헌신적으로 복무하는 간부와 활동가들은 불량당원이기 쉽다. 반대로 당 활동에 전념하는 활동가들은 현장실천과 멀어지기 쉽다. 노동조합운동은 존망을 다툴 정도로 갈수록 어려워지고 당은 각종 공직선거 일정에 더욱 더 쫒기는 현실에서 대중운동과 당 운동의 유리가 필연적인 것이다.

    선순환관계가 아니라 악순환관계로 고착되는 것이다. 당은 우경화되고 노동자들은 선거 때 몸 대고 돈 대는 후원자로 대상화된다. 그 귀결은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실종이다.

    노조운동과 당 운동이 상호 발전을 위한 선순환 관계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중적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위한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운동에 열심히 복무하는 평당원 간부와 활동가들이 자연스럽게 정치적 역할도 높여갈 수 있어야 한다.

    또 공직으로 진출한 당 간부와 활동가들도 대중운동의 요구에 최우선적으로 복무해야 함은 물론 공직활동을 마치면 대중운동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활동가들의 공직활동은 전체 대중운동의 연장선에서 파견자로서 역할임을 분명히 하는 활동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사실 지금과 같이 선거 때만 민주노총 후보 민주노총 지지후보 찾으면서 선거 끝나면 각자 알아서 정치하는 행태는 하루빨리 청산되어야 한다.

    활동가 중심 극복하고 조합원 정당으로

    실천적으로 검증할 수도 없는 이론적 강령 노선투쟁으로 경도되기 쉬운 활동가 중심의 진보정당이 아니라 민주노조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함께 할 수 있는 노동자정치세력화 중심의 훨씬 대중적인 정당이 필요하다.

    일상적으로 노조운동에 복무하면서 임원 선출하듯 공직선거 후보를 선출하고 임단투 하듯 선거운동을 하는 당, 공직에 진출한 조합원 당원을 노동조합 산하의 의원단으로 묶어 정치위원회와 긴밀한 협력 속에서 노동조합의 정치적 사회적 활동에 복무하도록 하는 당이 필요하다.

    활동가들은 대중운동 확대 강화를 중심으로 협력하고 경쟁하면서 대중적 평가를 통해 자신의 역할을 높여나갈 수 있도록 한다. 의견그룹들은 분파적 권력의지의 구심으로서가 아니라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으로서 당의 통섭 아래 회원들을 당 기간대오로 또 선진조합원 부대로 안내하고 훈련한다.

    또 당의 토론 꺼리에 대해 의견그룹들의 자유로운 합종연횡이 가능하도록 해 대표 의견들을 제출하고 이를 전체 대중토론에 부쳐 결정하도록 한다.

    형식은 선거용 정당이지만 내용은 대중조직 성원들의 직접정치를 강화하며 의원단에 대해서는 직영정치를 보장하는 계급적 대중정당이다. 그 안에는 다양한 계급적 조류의 활동가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일상적 대중적으로 검증받으면서 대중운동 발전에 우선적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한다.

    활동가운동도 이처럼 대중노선을 철저히 견지하는 가운데 중심이 굵고 뿌리가 깊은 운동으로 단련될 것이다. 사실 지난 10년 민주노조운동 쇠퇴와 노동자정치세력화운동의 실패는 활동가운동의 대중노선 이탈이 불러온 필연적 결과이다.

    대통합진보정당 건설로 대중적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새 출발

    6.2지방선거 결과가 말해주듯 선거에서 지지 대중의 힘을 오롯이 모아내기 위해서 진보정치 대통합은 시급하다. 민주노조운동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정치적 분열은 조직적 분열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2012년까지 존망을 눈앞에 두고 이명박 정권과 내내 사투를 벌여야 하는 민주노총은 더 이상 이런 시행착오와 자가당착을 계속할 수 없다.

    진보정치 대통합을 통한 대중적 노동자정치세력화는 6.2지방선거에서 민주노총이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고 평가되기도 하는 노동의제의 선거쟁점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사수를 중심으로 선거투쟁에 집중했던 이번 지자체/교육감 선거와 달리 2012년 양대 선거는 ‘노동존중 사회’의 기치 아래 우리 사회의 미래상과 관련한 노동의 사회적 지위 문제를 전면적으로 드러내는 계기가 삼아야 한다.

    민주노총을 지켜내고 민주노조운동을 역사적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서는 이런 2012년 전략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분열된 진보정치 현실로는 또 대중적 노동자정치세력화 없이는 결코 이와 같은 2012년 전략구상은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2012년 양대 선거를 이렇게 맞이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강행 조건 속에서도 민주노조운동의 전열을 가다듬어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내는 전략적 실천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민주노총 간부들과 활동가들이 단결의 기운을 높이고 승리의 신심을 회복할 때만이 가능하다. 진보정치대통합은 그 디딤돌이 될 것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대중적인 진보정당 가입운동을 불러오는 것은 물론 간부와 활동가들의 단결 기운을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2012년 선거 전까지를 말하지만 민주노총으로서는 한시도 미룰 시간이 없다. 이명박 정권이 타임오프와 복수노조로 민주노조 무력화와 분열을 획책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양대선거와 노동의제

    ‘노동존중 사회가 참된 민주사회입니다’라는 기치는 민주노총 6기 집행부의 전략적 모토다. 임성규 집행부가 ‘사회연대 전략’을 내세웠다면 김영훈 집행부는 ‘노동존중 사회’를 내걸었다. 각 집행부 시기에 민주노총이 처한 조건을 반영한 슬로건이다.

    자본 세력에게 2012년은 김영삼 문민정부의 신경영전략 이래 4대 민간정부를 통해 20년에 걸친 신자유주의 정책을 완성하는 해이다. 군사독재를 대신한 자본독재의 온전한 구현을 위해 역사적 민주노조운동을 괴멸시켜 진보정치의 계급적 토대를 완전히 허물어버리는 것이 목적이다. 그 핵심에 ‘노사관계선진화’정책이 있다.

    노사관계 선진화의 명목으로 헌법상의 노동권(생존권+기본권)은 하위법인 각종 노동관련 법에서 갈갈이 찢겨지고 왜곡되고 폐기되었다. 따라서 노동법 전면 재개정 투쟁은 헌법상의 노동권리를 온전히 회복하기 위한 ‘노동법 정상화’ 투쟁이다. 이번 6.2지방선거가 공무원노조 전교조 사수 투쟁의 일환이었던 것처럼 2012년 양대 선거투쟁은 ‘노동법 전면 재개정 투쟁’의 일환이다.

    이렇게 2012년 선거투쟁은 역사적 민주노조운동의 생사를 가르는 투쟁일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미래전망을 방향 짓는 투쟁이다. 시대의 분기점을 만드는 역사적 투쟁일 수밖에 없다. ‘노동이 존중되는 참된 민주주의 사회’가 우리 사회의 미래전망이다.

    ‘노동존중 사회가 참된 민주사회’임을, ‘노동자 가족의 행복이 국민 행복’임을 내세우고, ‘고용안정이 경제안정’임을, ‘노동기본권 보장이 민주주의’임을 주장하며 비정규직 문제(사용사유 제한)와 최저임금 문제(통상임금 평균의 50% 법제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 문제(모든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을), 고용안정 문제(정리해고 구조조정 중단)와 일자리 문제(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35시간노동과 40시간 상한제), 휴식과 안전 문제(쉬어가며 일할 권리, 건강하게 일할 권리) 등을 요구하는 투쟁으로 2012년 양대 선거를 이명박 정권의 총체적 노동탄압(생존권 탄압과 민주노조 말살)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통합진보정당 건설, 민주노총이 앞장서야

    무엇보다 먼저 민주노총 간부들과 열성조합원들이 뜻을 결집해야 한다. 민주노총 안에서 대통합진보정당 건설의 대중적 구심을 힘 있게 확보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선거 전 벌여왔던 대통합진보정당 건설 서명운동과 이번 지방선거운동 참여성과를 바탕으로 빠르게 제2노동자정치세력화 추진운동을 발진시킬 계획과 일정을 수립하고 중앙집행위원회로부터 각 산별조직과 지역본부로 조직적 논의를 체계적으로 확장시켜야 한다.

    민주노총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 민주노동당 분열 이후 현장 주체의 무력화로 유명무실했던 정치위원회를 빠르게 복원하는 한편 각 지역별로 대통합진보정당 추진단위를 건설한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가능한 현장으로부터 활동가와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제2노동자정치세력화 추진활동을 적극 추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의 이런 활동에 의견그룹과 활동가들도 역사적 결단으로 함께 해야 한다. 우리의 현실은 노동자들의 삶의 미래가 달린 민주노조운동 존망 위기에 맞서 활동가들이 계급적 정치적으로 단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소모적이고 적대적인 분파활동을 넘어 계급적 연합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대통합진보정당 건설운동 속에서 민주노조운동 사수와 제2노동자정치세력화를 위한 노동자통일전선 또는 계급동맹으로 역사적 전진을 이뤄내야 한다.

    계급대중과 함께 승리하는 진보정치를 희망한다

    진보정치세력들이 2012년 양대 선거를 놓고 후보전술 중심으로 연합노선이냐 독자노선이냐를 다투며 대통합진보정당 건설을 미루는 것은 소탐대실이다. 이 문제는 각국 진보정치운동의 역사에서 공통적으로 경험한 보편적 의제로서 각 나라 사정에 따라 또 노동운동과 진보정치가 처한 역사적 현실에 따라 판단하고 선택했을 뿐 단일한 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진보정치가 단결하여 대응하는 것이고 대중적 노동자정치세력화라는 낮은 곳을 향하는 진보정치운동의 중심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지난 선거에서 진보양당의 많은 후보들이 보인 행태는 이런 노선문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경합지역 후보들의 태도는 자신으로 단일화 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후보가 단일화를 거부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였다. 당들이 내세운 노선은 진보연대를 회피하는 정치적 명분이 되었다. 이당저당을 가리지 않고 민주노총이 거의 모든 지역에서 비일비재하게 지켜본 일이다.

    당 지도부에게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6.2지방선거에서 지역과 현장으로부터 진보정치대통합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던 평당원 활동가들이 앞장서서 아래로부터 거대한 압력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선거에서 민주노총 노동조합이 힘차게 단결하여 활동했던 지역에서 민주노총 후보로 나섰던 동지들과 민주노총 지지후보로 나섰던 동지들이 진보정치대통합에 앞장서겠다는 약속을 지키는데 솔선수범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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