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장은 소유하지 않는다"
        2010년 06월 21일 10: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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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가 수행자 ㅂ은 위파사나(사띠) 수행을 통해 존재에 대한 의문을 해결한 분입니다. 미얀마와 인도의 습한 땅에서 복숭아 뼈의 살이 문드러지고 발가락에 동상이 걸리도록 좌선을 계속한 지독한 분입니다. 흥미로운 건 수행의 끝까지 간 이 분도 식탐은 버리지 못한다는 겁니다.

    위파사나 수행자는 하루에 한 끼를 먹습니다. 하루 한 번뿐인 식사 때가 되면 이 분은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둬야 한다”며 엄청난 양을 입속에 부어넣습니다. 밥 먹다가 숨이 막혀 기절한 적이 있을 정돕니다. ㅋㅋ

    그러나 이 분의 활동량은 식사량만큼이나 엄청납니다. 잠자는 걸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하루 24시간 수행지도와 집필, 강의로 빈 틈이 전혀 없습니다. 밥값의 몇 배를 하는 거지요. 이런 점 때문에 과도한 식탐의 부작용이 그나마 상쇄되는 것 같습니다.

    태음욕은 식욕

       
      

    앞에서 말한 욕망 분류로 보면 식탐은 태음(太陰)욕, 그 중에서도 1차적인 식욕입니다. 오장육부 중에는 당연히 비위와 관계되겠죠. 몸매는 대충 어떻겠습니까? 둥글둥글하면서도 탄력이 넘치는 몸입니다.

    태음의 덕성은 한 군데 지긋이 머물러 집중하는 힘입니다. 수행자 ㅂ이 지루함과 고통을 이겨내고 앉은 자리에서 수행을 계속해나갈 수 있었던 것도 타고난 태음의 덕성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태음의 또 다른 덕성은 모든 것을 수용하고 중화한다는 겁니다. 마치 대지의 모성처럼요. 이 분은 공부에서도 이런 덕성을 보여줍니다. 수행이나 종교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심리학 철학 사회학 심지어 의학까지 모든 학문을 하나로 집대성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하급 수행자인 제 눈엔 그게 수용이나 포용으로 보이지 않고 식탐과 비슷하게 보입니다. 지식에 대한 욕심은 2차 궐음욕이지만 내용보다 양과 범위에 집착한다면 그건 태음의 식탐에 가깝습니다. 진화론적인 욕망 분류로 보면 원형질 생물의 욕망 단계인 대사(metabolism) 욕구에 해당됩니다. 이 분이 선원을 확장한다며 땅을 그렇게 모아들이는데 저는 이 역시 식탐의 연장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과하면 탈이 생기게 마련이죠. 태음욕이 지나치면 몸에 습기가 많이 뱁니다. 그러면 습기 때문에 생기는 병이 나타나는 거죠. 피부에서는 저리고 감각이 무뎌지거나 붓는 증상이 생깁니다. 몸이 무겁습니다. 관절에 습이 차면 뒤틀어집니다. 무릎이 특히 잘 고장납니다. 장마철에 옷장 문이 삐걱거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수용과 중화라는 덕성도 과하면 병이 됩니다. 모 시민단체의 사무국장 김아무개씨. 사람 좋은 미소에다 까칠한 지적도 다 받아주는 여유로운 분입니다. 그러나 옳고 그름이 명확하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없습니다. 뭘 해도 비빔밥에 섞어찌개가 됩니다. 참 갑갑한 노릇인데 그렇다고 책임을 나눠주지도 않습니다. 자기에게서 뭘 잘라내질 못하거든요.

    짐작하시는대로 이 분 몸매가 펑퍼짐 합니다. 몸이 곧 마음이니 몸부터 변화를 시도해볼까요? 먼저 기름기 많은 음식, 질퍽한 음식 줄이고 마르고 매콤한 것을 많이 먹습니다. 가볍고 습기를 빼주는 음식, 가령 율무 같은 것을 먹고 살을 좀 뺍니다. 생활도 다이어트를 해야겠죠. 단순화하고 집중하는 겁니다. 이 분에게 필요한 에너지는 냉철하고 예리한 금속성입니다.

    태음욕은 재물욕

    태음의 두 번째 단계, 2차 태음욕은 재물욕입니다. 2차적이란 것은 본능적이지 않고 약간은 가공된 욕망이란 뜻입니다. 돈, 자식, 벼슬(자리) 등을 탐하는 마음이 다 여기에 해당됩니다. 남에게 뭔가 자랑하고 싶은 것들 그게 2차 태음욕의 대상입니다.

    재물욕은 폐와 관계됩니다. 그래서 재물욕이 과하면 폐가 탁하게 되겠죠. 폐가 탁해지면 가슴이 답답해오고 머리도 무겁습니다. 극심한 어지럼증도 옵니다. 몸에선 비린내가 납니다.

    2차 태음욕이 만족되면 몸의 탄력이 좋습니다. 우리 몸에선 가령 남성 성기의 귀두라든가 무릎 십자인대, 전반적인 피부 탄력 등의 상태로 나타납니다. 기가 충만한 겁니다. 가슴과 어깨에 절로 힘이 들어갑니다. 근데 너무 탱글탱글해도, 너무 힘이 들어가도 문젭니다. 경련이 오고 심하면 간질도 됩니다. 역절풍이라고 하는 극심한 관절통도 이런 사람에게 옵니다.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만 이렇게 몸에 문제가 생기면 먼저 내 욕심을 돌아봐야 합니다. 한의사이자 선사인 금오 김홍경 선생님은 ‘병을 고치려거든 마음을 먼저 살피라(欲治其病 先治其心)’고 강조하셨습니다.

    하루 아침에 달라질 것은 아니지만 이게 안되면 악순환만 계속됩니다. 임상에서 매일 느끼는 안타까움입니다. 물론 음식이나 약도 도움이 됩니다. 도라지나 뽕나무(뿌리껍질이나 잎)를 차로 드시면 폐가 맑아져 소변도 잘 나옵니다. 약과 마음 살피는 일이 같이 이뤄지면 더 이상 좋을 수 없겠죠.

    위장은 소유하지 않는다

    재물욕과 관계된 신체 부위는 폐와 어깨입니다. 재물욕이 만족되면 어깨와 가슴을 펴고 다닙니다. 먼저 거울부터 한번 봅시다. 만약 가슴과 어깨가 발달했다면 자부심 체면 같은 걸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자랑하고 싶어 못견딥니다.

    자식의 성공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 아는 사람이 어느 높은 자리에 있다고 은근히 과시하는 사람, 무슨 날이 되면 빚을 내서라도 한 상 차려서 잔치를 해야 만족하는 사람들이 이들입니다. ‘또 하나의 가축’ 이 아무개 회장은 어깨가 발달한 것 같지만, 실은 등쪽이 발달해서 웅크린 형태입니다. 경계심이 많은 자라 같은 형상이죠.

    가슴을 펴다 펴다 나중엔 허리가 뒤로 꺽인 것 같은 자세로 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분들은 실제로 허리가 자주 아픕니다. 양방 진단명으론 주로 척추협착증입니다. 허리를 심하게 젖히다 보면 항문이 열리고 복부는 무력해집니다. 기운이 아래로 빠집니다.

    이런 분은 낙법을 하듯 앞구르기를 자주 하면 좋겠습니다. 뒤로 너무 꺾고 다니니 앞으로 웅크리는 훈련으로 치료를 하는 겁니다. 배와 엉덩이를 집어넣고 약간 안으로 웅크리며 긴장하는 듯한 자세로 앉거나 걷습니다. 그러면 증상들이 조금씩 나아질 겁니다.

    위장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만 열심히 일한 뒤엔 깔끔히 비워냅니다. 소유하지 않습니다. 위장을 비우는 마음이 물욕에 병든 폐를 치료하는 약이 됩니다. 요즘엔 도처에 소유욕을 자극하는 광고가 넘쳐납니다.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은 어깨가 축 늘어집니다. 알고 보면 둘 다 병입니다. 몸 하나 지키기가 참 어려운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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