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혜택 못받는 사람 4백만
    9월 국회서 의료시장화 대격돌""
        2010년 06월 19일 12: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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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보험통합 10주년 기념 포스터. 

    오는 6월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어떤 일을 기념하는 기념식과 심포지움이 열린다. 바로, 건강보험 통합 1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다.

    수백 개로 나누어져 있던 건강보험조합(당시에는 의료보험조합)이 통합됨으로 해서 우리 나라의 건강보장시스템은 꾸준한 발전을 계속할 수 있었고, 알량한 사회복지 중 그나마 국민들 불편하고 어려운 곳을 어루만질 수 있는 제도로 커가고 있다.

    ‘의료보험 통합’을 외치던 1990년대로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 운동을 지켜온 이가 조경애다. 지금은 건강연대의 운영위원장이자 건강세상네트워크의 대표인 조경애는 이 운동이 출발할 당시 건강보험 개혁운동에서 단 한 명의 전업 활동가였다.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의 확대와 본인부담률의 축소는 건강보험이 통합되고 재정이 건전화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와 같은 건강보험 통합 성공에 대해 조경애 대표는 “이 운동은 우리 나라 사회복지 역사에서 얼마 안 되는 성공 케이스”라면서 “이걸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와 농민, 진보적 의료인단체 등 전문가들, 시민사회단체 등 세 주체가 잘 결합하고 역할분담을 잘 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본인부담률 축소 건보 통합운동 산물

    현재 건강보험이 직면한 현실에 대해 조 대표는 “건강보험은 통합되고 보장성이 확대되는 데 비해 공급체계는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보건지소가 문 닫기도 하고 지방의료원을 민간 위탁하고, 노무현 정부 들어서면서는 의료민영화가 더욱 강하게 추진됐다”고 역대 정부를 비판하는 한편, “64.2%까지 올라갔던 건강보험 보장율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62%로 다시 떨어졌다”고 이명박 정부의 의료정책을 비판했다.

    최근 시작되고 있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에 대해 조 대표는 “매년 수가를 2% 가량씩 올려주고 있는데, 건강보험에서 의료공급자들에게 지불되는 돈은 12%씩 올라가고 있다”면서 “이런 지출구조를 통제할 수 있는 정책, 의료공급자에 대한 개혁 정책이 보험료 확대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경애 대표는 “이미 영리병원 허용, 의료법인 흡수합병, 건강관리 완전 시장화 등 의료민영화 관련법이 다 상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정기국회 때 대격돌이 일어날 것 같다”고 예측했다. 이어 조 대표는 “건강연대와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금년 하반기에 의료민영화를 저지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일 것이다. 이와 함께 민영화의 대안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운동을 같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18일, 서울 대학로의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실에서 이루어진 조경애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 *

    – 건강연대와 건강세상네트워크를 소개해 달라.

    = 건강연대는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서 여러 단체가 연대하고 있는 상설 연대조직체다. 노동, 농민, 시민사회단체, 장애인단체, 환자단체, 보건의료인단체 등이 건강연대에 참여하고 있다.

    1994년 의보통합연대회의가 발족해 운동하여 건강보험통합을 이루어냈다. 통합 법안이 통과된 후인 1999년부터는 건강연대가 출범해 활동하고 있다. 그 과정 중에 몇 개월 동안 조직이 해소됐던 적도 있고 명칭이 변경된 적도 있지만, 보건의료 분야의 연대활동체로 이어져오고 있다.

       
      ▲조경애 대표.(사진=이재영) 

    – 우리 나라 연대단체 중에서는 건강연대가 가장 오래되지 않았을까?

    = 상설적 연대체 중에서는 아마 건강연대가 가장 오래됐을 것 같다. 가장 질기게 하고 있다고 자평한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시민과 환자들이 개인 회원으로 가입하는 단체로 2003년에 만들어졌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환자와 의료이용자들의 권리를 향상시키기 위한 의료소비자운동 단체다. 건강세상네크워크도 건강연대 참여 단체다.

    부자들은 적게 내고 가난한 사람들은 많이 내던 과거의 의료보험

    – 우리 나라에 건강보험이 도입된 지 33년이 됐고, 전국민에게 적용된 지 12년이 됐다. 이제 10년이 된 건강보험 통합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 예전에는 건강보험이 각 직장조합과 지역조합 등 440여 개로 나누어져 있었다. 이걸 합쳐 2000년 7월에 하나의 건강보험공단으로 출범했고, 재정 통합은 2003년부터 됐다.

    지금은 건강보험에 관련한 민원을 건강보험공단 지역 지사로 가서 처리하면 되는데, 과거에는 회사마다 지역마다 조합이 따로 있었고, 독립채산제로 운영됐다. 그러다 보니 부자 동네와 부자 회사 조합은 돈이 남아서 적립금이 쌓여 있고, 가난한 동네와 가난한 회사 조합은 돈이 모자랐다.

    물론 국가가 정한 보장선은 같았지만, 가난한 조합의 조건에 맞추어 그 보장선이 하향평준화돼 있었다. 직장조합들에 평균 200% 가량의 적립금이 쌓여 있었는데, 각각의 조합 사이에 쳐진 장벽 때문에 그 돈을 쓰지 못했던 것이다.

    조합을 합치자고 했던 것은 조합마다의 비리를 없애거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도 있었지만, 주요 목적은 보험적용 확대였다. 그래서 당시 이름도 ‘의료보험 통합일원화와 보험적용 확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였다.

    또 한 가지 의미는 보험료 부과 기준을 단일화한 것이다. 대기업이나 부자 동네에서는 돈이 남아돌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돈을 적게 내고, 중소기업이나 가난한 동네에서는 오히려 보험료를 많이 냈다. 통합에 따라 단일한 부과체계를 만들 수 있었다.

    관리운용도 효율화됐다. 각각의 조합이 똑같은 일을 각각 하는 것보다 통합된 한 곳에서 그 일을 하게 됨에 따라 상당히 효율화됐다.

    보장성, 50% 이하에서 64%까지 올라

    – 재정이 통합된 직후에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온 가장 큰 것은 무엇일까? 

    = 2000년 통합건강보험공단이 출범하였지만 의약분업의 도입에 따라 수가와 진료비가 올라건강보험 재정적자가 발생하였다. 그 때문에 당시에 곧바로 국민들에 대한 보장성 확대로 가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통합운동 진영과 여러 사회단체, 민주노동당이 힘을 합쳐 싸우면서 2005년~2006년에 우리 나라 역사상 가장 많은 보장 확대가 이루어졌다.

    ‘암부터 무상의료’, 본인부담상한제, 무조건 20%였던 입원 본인부담률을 암과 중증의 경우에는 10%로 낮췄고, 최근에는 5%까지 내렸다. 물론 아직 보험비급여가 많기 때문에 실질적인 본인부담률은 그보다 높다.

    예전에는 건강보험의 보장율이 50%도 안 됐었는데, 64.2%까지 올라갔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62%로 다시 떨어졌다.

    – 통합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무엇인가?

    = 우선 정부가 반대했다. 의료보험을 처음 도입할 때 조합-통합 논쟁이 있었고, 통합파는 퇴출됐었다. 그 후 정부는 조합 입장을 강하게 고수했다. 그러다가 과다한 보험료에 반발하는 농민운동이 일어나고 그 결과 1989년에 국회에서 통합법이 통과됐는데, 노태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큰 어려움에 부딪쳤다.

    각각의 조합들과 적립금을 많이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도 통합에 반대했다. 그 외의 사회 각계는 모두 통합을 바랬고, 그런 힘을 모아 의보통합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신한국당을 포함한 농어촌 지역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서 통합법을 통과시켰다.

    이 운동은 우리 나라 사회복지 역사에서 얼마 안 되는 성공 케이스다. 이걸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와 농민, 진보적 의료인단체 등 전문가들, 시민사회단체 등 세 주체가 잘 결합하고 역할분담을 잘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집행위원장이 서울대 의대의 김용익 교수였고, 두 번째 집행위원장이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이었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서 건강보험 통합을 주장하고 이끌어냈다. 농민들의 투쟁으로부터 시작하여 민주노총이 적극적인 제도화에 나선 이 운동의 결과 건강보험 정책 결정에 민주적인 거버넌스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 전에는 직능단체들 의견을 들어 정부가 일방적으로 건강보험 정책을 결정했는데, 이제는 노동자와 시민 등 가입자 대표가 재정운용과 정책심의 구조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그런 위원회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정부의 의사에 균형추가 맞추어져 있다.

    그런데 문제는, 건강보험은 통합되고 보장성이 확대되는 데 비해 공급체계는 후퇴하고 있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보건지소가 문 닫기도 하고 지방의료원을 민간 위탁하고, 노무현 정부 들어서면서는 의료민영화가 더욱 강하게 추진됐다.

    농민들이 앞장 서고, 노동조합이 제도화

    – 초기 통합운동에 참여했던 분들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 관료로 들어가기도 했다. 개혁적 전문가들이 정부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어느 측면에서는 바람직하겠지만, 여전히 정부 밖에서 싸우고 있는 건강연대와는 트러블이 있지 않겠는가?

    = 의료보험 통합과 건강보험 개혁운동을 했던 일부 전문가 분들이 정부에 참여해서 일정한 역할을 하시기는 했는데, 정부의 민영화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보건의료를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사회보장 영역으로 보지 않고, 경제 부처가 주도하는 산업으로 보는 시각이 노무현 정부를 비롯한 신자유주의 정부들의 사고틀이다.

    – 지금의 건강보험 체제에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원래의 목표여야 하는데,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게 지금의 당면 목표가 되고 말았다. 정부가 건강보험을 탈보건의료로 보듯이 우리 역시 탈보건의료로 나가겠다. 보건의료 진영뿐 아니라, 시민사회로 영역을 확대해서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본’을 만들어 이명박 정부와 싸우고 있다.

    2008년에는 촛불이 의료시장화를 막았고, 2009년에는 국민의 반대 요구에 밀려 이명박 대통령과 전재희 복지부 장관이 영리병원 도입을 일시 중지시켰다. 하지만 의료민영화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고, 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하는 정상혁 교수가 청와대 보건복지 비서관으로 들어갔다. 이미 영리병원 허용, 의료법인 흡수합병, 건강관리 완전 시장화 등 의료민영화 관련법이 다 상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정기국회 때 대격돌이 일어날 것 같다.

    올 하반기 국회에서 의료민영화 대격돌

    – 제주도나 송도 특구 등에 외국 민간병원을 유치하려 했지만, 외국병원들이 안 들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삼성 등 재벌 계열의 대형병원과 민간보험사 돈벌이를 위한 민영화가 아닌가?

    = 외국 자본과 외국인 편의를 위해 외국 병원을 들이겠다는 것이었는데, 외국 병원이 안 들어오니까 외국 병원에게 내국인 진료까지 허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원래는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서 돈을 벌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거꾸로 가고 있다.

    외국 병원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처럼 진료비가 비쌀 수밖에 없고, 부자들이 그 병원을 이용할 것이고, 삼성 같은 데서 부자들을 위한 민간보험 상품을 만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자들이 건강보험에서 이탈하려 할 것이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 건강보험료를 올려서 보장성을 확대하자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우리 운동의 목표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당연히 올려야 한다. 그리고, 보험료를 올려서 보장성을 늘리는 게 국민에게 유리하다. 지금처럼 비급여 분야가 많으면 의료공급자 마음대로 가격을 올릴 수 있는데, 이걸 건강보험으로 끌어들이면 수가를 결정할 수 있다. 가격 통제가 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본인부담도 줄어든다.

    보험료를 올리자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해온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올린 보험료가 보장 확대로 가느냐는 점이다. 그렇지 않은 현재의 구조에 대해서도 같이 이야기해야 한다. 매년 수가를 2% 가량씩 올려주고 있는데, 건강보험에서 의료공급자들에게 지불되는 돈은 12%씩 올라가고 있다. 공급자들이 의료행위를 많이 늘리기 때문이다. 이런 지출구조를 통제할 수 있는 정책, 의료공급자에 대한 개혁 정책이 보험료 확대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건강보험 하나로’, 공급체제 개혁과 함께 가야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출분을 늘려야 하고, 수가제도도 총액계약제 같은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보험료 인상뿐 아니라 공급 분야도 함께 바꿔야 한다.

    보험료를 11,000원 올리자는 것은 개인마다 40%씩 더 내자는 획기적인 안이다. 게다가 사업주들과 정부에게서도 그만한 인상을 끌어내야 한다. 해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보험료를 올렸는데, 보장성은 확대되지 않았다. 이처럼, 보험료 인상이 실질적 보장성 확대로 연결되는 것은 만만치 않은 문제다.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이 잘 추진되려면 낭비적인 지출구조를 관리할 수 있는 지불제도 개선, 국가와 기업의 부담 의무 확대와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건강보험 운영의 세 주체인 가입자와 정부와 공급자 사이에서 개혁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터져나오고 논의되길 바란다.

       
      ▲사진=이재영

    – 어쨌든 건강보험은 한국의 사회복지 체제 중에서는 독보적인 것 같다. 실업안전장치도 부실하고, 노후보장은 거의 없는 가운데 건강보험만이 그나마 기능하고 있고, 그 발전 속도도 매우 빠르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그렇게 생각한다. 의료공급체계가 전세계에서 가장 민간 중심인 데 비해 전국민의료보장체계가 공적으로 갖추어진 것은 아주 예외적이다. 앞으로는 의료비가 급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업적 공급체계와 공적 재정체계 사이의 괴리를 해소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체계가 위태로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공급체계의 공공성을 조금이라도 강화시켜야 한다.

    10%도 안 되는 공공의료체계를 확대해야 하고, 1차의료기관에서 주치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포괄수가제, 총액계약제 등 다양한 지불제도로의 개편을 이루어야 한다.

    “의료민영화 반대, 모든 진료비를 건강보험으로”

    – 건강연대와 건강세상네트워크의 향후 계획을 간략히 말해 달라.

    =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건강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역점사업으로 하려 한다. 생계상의 어려움으로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사람이 지역가입자의 20%에 이른다. 여섯 번 체납하면 보험 혜택이 중지되는데, 그 숫자가 200만 세대, 400~500만 명이다.

    건강보험이 전국민 대상이라는데, 국민 5,000만 명 중 400만 명이 급여제한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 그늘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납액을 결손처리하거나 체납자를 저소득층 의료급여로 넘기라는 체납자 집단민원 운동을 펼치고 있다.

    건강연대와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금년 하반기에 의료민영화를 저지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일 것이다. 이와 함께 민영화의 대안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운동을 같이 할 것이다. “의료민영화 반대, 모든 진료비를 건강보험으로”가 지금 우리의 구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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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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