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를 성찰하라
By 나난
    2010년 06월 18일 06: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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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인문학의 위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위기인지,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위기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고 있다. 『지금 여기의 인문학』(신승환, 후마니타스, 15,000원)은 독일에서 하이데거 철학을 공무한 한 인문학자의 위기 진단과 해법이다.

저자는 주기적으로 인문학의 위기가 ‘선언’되고 이를 통해 인문학이 소비되는 한국 인문학의 현재에 대해 비판하면서 철학적 관점에서 인문학론을 전개해 나간다. 그는 현재 인문학의 위기는 학문 체계의 위치나 정부 지원금의 규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강조하는 위기의 본질은 한국의 인문학자들이 인문학의 지위를 학문체계나 정부 지원금에서 찾아나가는 것, 현대사회를 인문학적으로 사유하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오늘날 인문학이 우리 현실의 문제를 외면한 채 자본의 논리를 뒷받침하고 그 틈새를 메우는 여분의 학문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문학을 들러리로 취급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에 앞서, 스스로 우리의 역사와 현재를 해석하는 학문을 성취하지 못한 데 대해 반성하고, 어떻게, 그리고 무엇에 근거해 우리가 다시 진정 인문학적인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지 성찰하면서, 인문학자들과 인문학적 소양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진정 공유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제시하고 있다.

저자의 성찰은 우선 서구의 학문에만 매몰된 채 ‘지금, 여기’를 성찰하지 않는 한국 인문학 풍토에서 시작된다. 그는 자본주의 논리를 비판하기보다 그 논리를 내재화하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신봉하는 학자들, 거대 기업의 지원금에 자족하는 대학을 비판한다.

더 나아가 그의 비판은 근대 서구에서 확립된 학문 체계, 현재의 학문을 특징짓는 자연과학 일반과 자기 분야의 논리로 모든 학문을 통합하고자 시도하는 진화 생물학에까지 이른다. 저자는 근대 자연과학을 비롯한 서구 학문 체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이를 넘어서려는 탈근대 인문학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이는 서구 포스트모더니즘의 맹목적 추종에 대한 비판과 동아시아 학문론의 긍정적 측면, 하이데거를 비롯한 철학적 해석학의 전통에 입각한 인간 존재론과 학문론에 근거한다. 특히 저자는 서구의 근대가 왜곡되어 수용된 우리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우리만의 ‘탈근대 인문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탈근대는 결코 서구의 포스트모더니즘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이며 서구의 근대적 사유의 틀과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이 대상이자 주체가 되는 인문학이 인간이 이루어가는 관계와 사회는 물론, 인간의 삶과 존재, 자연에 대한 지식의 근거가 되는 학문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저자의 주장은 이 안의 문제는 우리에게 달려 있으며, 거기서 우리가 생각하고 학문하는 만큼 인문학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가장 인문학의 본연에 충실하면서 인문학의 본질을 찾아나가는 것, 그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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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 신승환

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독일 뮌헨 대학과 레겐스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근대성에 대한 비판과 이를 극복할 사유로서의 탈근대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형이상학과 해석학에 대한 연구와 학문성에 대한 철학적 해석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책에서 거론한 탈형이상학과 생명학은 이를 위한 중요한 주제이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철학과에서 이런 문제와 씨름하면서, 이 작업을 함께할 후학을 찾고 있다.

저서로는 “형이상학-예술-탈근대주의 : M. 하이데거의 진리 개념과 합리성 비판”(박사논문),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성찰』(2003), 『문화예술교육의 철학적 지평』(2008), 『생명과학과 생명윤리 : 철학적 성찰』(2008), 『근대의 끝에서 다시 읽는 문화』(2006, 공저), 『우리 학문과 학문 방법론』(2009, 공저) 등이 있고, 『우리말 철학사전 1-5권』(2001~2007)을 공동 편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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