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천4백리 전국에 밑거름 뿌렸다”
    By 나난
        2010년 06월 18일 05: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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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에서 서울까지 1천4백리를 걸어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이 서울 여의도 땅에 도착했다. 부산, 창원, 대구 등 전국 곳곳에서 진행하는 1인 시위와 집회, 공장사수 농성과 천막농성, 일본과 프랑스 원정투쟁, 그리고 이제는 전국을 행진하는 도보투쟁까지.

    공장정상화와 생존권 사수를 위해 안 해본 투쟁이 없는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 조합원들은 15일간의 도보투쟁을 마치고 발레오 자본을 끝장내는 투쟁을 또 다시 선포했다. 끝이 아닌 시작, 한국 땅에 발레오 자본이 발붙일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결의에 찬 외침이 여의도에 울려퍼졌다.

       
      ▲ 6월17일’발레오자본 규탄, 공장정상화 및 노동자생존권 보장을 위한 1,400리 전국 도보투쟁순회단’ 조합원들이 종착지인 여의도 63빌딩 앞에 도착하고 있다. 1천4백리 도보투쟁은 지난 3일 창원에서 시작됐다. (사진=신동준 금속노조 편집국장)

    금속노조 충남지부는 지난 17일 오후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위장폐업 분쇄, 발레오 투쟁 승리,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위장청산 발레오 금속노동자 끝장투쟁 선포식’을 진행했다. 도보투쟁단이 집회 장소에 도착하자 충남지부 조합원들은 큰 박수와 함성으로 맞이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도보투쟁단 단장을 맡은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 염동희 수석부지회장은 15일간의 도보투쟁 과정을 보고했다. 발에 물집이 잡히고 더운 날씨에 땀으로 목욕을 하면서 걸어야 했다. 노숙농성은 기본이고, 밤에 비가 오는 상황에서 물이 고인 바닥에서도 잠을 자야했다.

       
      ▲ 6월17일 발레오 사무실이 위치한 63빌딩 앞에서 ‘위장청산 발레오 끝장투쟁 선포식’이 충남지부 조합원들과 도보순례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사진=신동준 금속노조 편집국장)

    염 수석부지회장은 “가진 것이 없는 노동자들은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힘이 없어 물 위에서 잘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노동자들의 현실”이라며 “과연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동지들의 연대의 힘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전국에 우리의 땀으로 밑거름을 뿌렸다”고 도보투쟁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밝혔다.

       
      ▲ 위장청산발레오 끝장투쟁 선포식에서 염동희 수석부지회장이 보름동안 전국을 누빈 투쟁 경과를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에게 보고하고 있다. (사진=신동준 금속노조 편집국장)

    또한 염 수석부지회장은 “도보투쟁은 끝이 났지만 이 자리가 끝이 아니라 시작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투쟁의 길을 가겠다. 끝까지 지켜봐달라”고 전했다.

    염 수석부지회장은 15일 간의 강행군에 많이 지쳤지만, 밝은 표정으로 집회에 참석한 동지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이후 투쟁에 대한 결의를 밝혔다.

    지부 장인호 지부장과 민주노총 충남본부 박창식 부본부장도 짧은 거리지만 도보투쟁을 함께한 소감을 밝히며, 어려운 상황에 굴하지 않고 투쟁을 만들어가는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 조합원들과, 15일 동안 지회별로 결합하며 서울까지 함께 온 충남지부 조합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택호 지회장은 이번 도보투쟁에 2가지 목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바로 8개월의 오랜 투쟁 속에서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뜻을 모아내고, 외투자본에 대한 투쟁을 전면화시켜 전체 투쟁으로 확산시키는 것.

    이 지회장은 “목적을 모두 이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도 우리는 성실하고 정성스럽게 우리의 투쟁을 하나씩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로 떠난 원정투쟁이 40여일이 넘어가고, 1천4백리를 걷는 도보투쟁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발레오 자본은 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지회는 발레오의 행태에 대해 이후 전국의 발레오 투자회사, 그리고 여의도에 위치한 발레오 한국지사를 직접 타격하는 투쟁을 해 나갈 것을 선포하고 대회를 마무리했다.

    아래는 14박 15일 도보투쟁을 완주한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 최찬회 조합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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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보투쟁 일정이 모두 마친 소감은? 몸은 괜찮은지?

    – 아픈 곳 없이 몸 상태는 괜찮다. 모두 큰 사고 없이 일정을 마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막상 걸을 때는 많이 힘들었는데 실제 모든 일정이 끝나고 나니 오히려 자신감이 생긴다. 지금 우리 투쟁이 어떻게, 언제쯤 끝날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어떤 투쟁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와 함께 걷고 힘을 보태준 지역 동지들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이다.

    이번 투쟁의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투쟁이 길어지면서 조합원들도 서로 많이 힘들어하고 갈등도 조금씩 생겼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긴 거리를 같이 걸으면서 서로 많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이해하니, 서로를 격려해주고 내부 조직력이 더 탄탄해진 것 같다. 걷는 것도 그렇고 우리의 투쟁도 모두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번 도보투쟁을 잘 끝내면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또 한 번 승리한 거라고 생각한다.

       
      ▲ 1천4백리가 넘는 길을 걸어온 도보순례단의 무릎에 파스가 붙어 있다. 다리가 퉁퉁 부어 있다. 보름 동안의 고난이 눈에 보인다. (사진=신동준 금속노조 편집국장)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 우리가 하고 있는 투쟁은 다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고 바로 나를 위한 싸움이다. 다들 많이 힘들지만 지금처럼 같이 싸운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같이 공장에서 일했던 것처럼 꼭 승리해서 좋은 모습으로 같이 다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집회를 마치고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도보투쟁단과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 조합원들은 서로의 건강 상태를 묻고 농담도 건넸다. 다리를 절뚝거리기도 하고 얼굴도 많이 타고 지친 모습이 역력했지만 모두들 밝은 웃음을 보였다. 힘든 투쟁의 산을 하나 넘었지만 또 다른 투쟁을 준비하는 조합원들에게 휴식이 길지는 않을 것 같다. 발레오공조코리아 동지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발레오 자본을 끝장내고 일방적으로 빼앗긴 생존권을 되찾는 그 날까지 힘차게 투쟁이다.

    이 글은 금속노조의 인터넷 기관지 <금속노동자>에도 함께 실립니다.(http://www.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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