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먹을거리도 불안하다
    By 나난
        2010년 06월 18일 06: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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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EU FTA가 체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유럽산 먹거리의 문제점과 실태를 고발하는 책이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식탁위의 불량식품』(에르빈 바겐호퍼, 현실문화, 12,000원)은 프리랜서 저자인 에르빈 바겐호퍼가 글로벌 식품산업 내부의 연관관계를 파헤치면서 유럽산 먹을거리가 ‘불량식품’인 이유를 증명한다.

       
      ▲책 표지 

    한-EU FTA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는 “유럽의 질 좋은 먹을거리가 더 낮은 가격으로 들어와 국민의 삶이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체결을 밀어붙이고 있다. 또한 유럽산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한국산 먹을거리의 질이 좋아져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질 거라고 주장한다.

    광우병 쇠고기로 인해 촛불집회와는 달리 대체로 유럽산 먹을거리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있다. 그 때문에, 유럽산 먹을거리가 대거 우리 식탁에 오를 것이 분명함에도, 한·EU FTA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고민은 찾기 어렵다.

    한국에서 유럽산은 미국산이나 중국산보다 안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이런 오해 때문에 유럽산 먹을거리는 별다른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한국인의 식탁에 오를 날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유럽인들이 먹는 음식 대부분은 불량식품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먹거리 오염 문제에 결코 안전지대가 아님을 밝혀낸다.

    이 책은 유럽 대륙을 중심으로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여러 지역을 직접 찾아가 지금 우리가 먹는 모든 것이 얼마나 섬뜩한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지 보여준다. 스페인 안달루시아에서 기르는 토마토는 각종 화학물질을 첨가한 유전공학의 산물이며 오스트리아 슈타이어마르크에서 키우는 닭은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대규모 양계장에서 8주에 걸쳐 생산되는 ‘공산품’이다.

    농업의 산업화로 부를 수 있는 이 과정에서 유럽의 먹을거리도 단지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간주될 뿐이다. 최대한의 이익을 내기 위해, 즉 슈퍼마켓에서 잘 팔리는 상품을 대량으로 만들기 위해 오늘날 먹을거리는 비윤리적이고 반자연적인 방식으로 생산, 가공, 유통되고 있다.

    이 과정을 주도하는 세력이 바로 글로벌 식품산업이다. 유럽과 북아메리카에 본거지를 둔 몬산토, 네슬레, 파이어니어 하이브레드 등의 기업들은 몸에 해로운 음식을 제공할 뿐 아니라 먹을거리 자체를 독점해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그들은 이 과정에서 부(富)의 양극화를 부추기며, 가난한 나라의 국민을 기아와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어린아이들이 네슬레 분유를 오염된 물과 섞어 마시고 사망했으며, 아프리카에서는 가난한 농부들이 몬산토와 하이브레드가 공급한 교잡종 종자 때문에 부채와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악순환에 빠졌다.

    하지만 이 책의 목표는 단순한 고발이 아니다. 저자는 “우리가 무언가를 먹는 행위는 다른 사람들을 굶주림으로 몰아넣는 행위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글로벌 식품산업에 맞서는 대안으로 ‘지역 산물’을 강조한다. “지역 시장의 성장은 대량생산과 결별하고자 하는 농민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제공”하고 “부의 재분배에도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 * *

    저자소개 – 에르빈 바겐호퍼

    프리랜서 저자이자 영화제작자로서 오스트리아 빈에 살고 있다. 이 책의 바탕이 된 <우리가 세계를 먹여 살린다(We Feed The World)>(2005)는 오스트리아 영화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다큐멘터리 필름으로 평가되었다.

    최근작인 <돈을 법시다(Let’s Make Money)>(2008)는 국제금융시장의 이면을 추적한 작품으로 2009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었다.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독일 쾰른에 살고 있다. 세계화 시대의 문화생산, 아프리카 팝음악의 역사 등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절대적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Absolute Claude Levi­Strauss)』와 『절대적인 블랙 비트(Absolute Black Beats)』 등을 쓰고 편집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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