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징계' 전국위 거부한다"
    2010년 06월 18일 09: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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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번 전국위원회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것인가. 이런 식으로 전국위원회를 한다면, 나는 이번 지방선거 출마자로서, 진보신당 당원으로서, 진보신당 대의원으로서 진보신당의 6차 전국위원회 결정을 존중할 수 없다.

6차 전국위원회는 진보신당 창당 이후 처음 치른 지방선거를 평가하기 위한 자리이다. 그러나 전국위원회 참관을 마음먹고 읽어본 전국위원회 자료는 실망 그 자체다. 게다가 최근에 돌고 있는 심상정 당원 징계 결의안 연서명으로 볼 때, 이번 전국위원회는 사실상 선거 평가회가 아닌, 심상정 징계 결의회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솔직히, 지금 이 상황에서 진보신당이 할 가장 중요한 일이 그것인가? 전국위원들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가! 지방선거를 처음 치른 후보로서 꼭 전국위원회에 가보리라고 생각한 결정을 후회한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서라면 안가느니만 못한 전국위원회가 될테니 지금으로선 절대 참석하지 않으려는 생각이다.

‘징계’ 전국위, 단호히 거부한다 

심상정 당원의 정당한 절차없는 독자 사퇴로 당원들이 상처받고, 당이 손해본 거 모두 해결할 문제라는 건 인정한다. 그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도 동의한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 우리가, 여기서 해야 할 일은 노회찬 대표와 심상정 전 대표 중 양자택일을 누구로 할 것인가를 논할 게 아니라, 창당 후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반성하고 그걸 바탕으로 당 내부를 정비하는 일이 되어야만 한다.

혼란스러운 당내 스펙트럼을 정리하고 앞으로 진보신당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로 축적된 당원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논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쳐 제.대.로. 세워진 당 방침이 있어야만 심상정 당원을 징계할 근거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논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징계에만 무게가 실릴 전국위원회를 나는 단호히 거부한다.

물론 사퇴한 후보들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심상정 당원 징계 여부에 대해서 신나게 떠들어대고 나서, 어떤 수위든지 그가 징계되고 났을 때, 진보신당이 훗날에 다른 야당들과 전당 차원의 연합을 한다면, 그건 정말 말도 안되는 일 아닌가. 사퇴가 더 큰 문제가 되었던 건 심상정 당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를 사퇴하면서 천명한 타당 후보에 대한 지지 때문이니까.

추후 당 통합 및 연합에 있어서는 현 중앙집행부 구성원들도 심상정 전 대표와 별 다를 바 없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 이렇게 심상정 당원이 자신의 로드맵을 공개한 후 더욱 집중되는 비난에 중앙당이 입 다물고 있는 건, 그를 방패막이로 삼는 비겁한 행위이며 중앙당으로서 정치적 배임행위이다.

그러니 적어도 대표단을 비롯한 집행부는 심상정 당원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생각하는 진보신당 추후 구상을 당원들에게 공개하고 토론하라. 적어도 내가 한 말이 틀렸으면 반박해달라. 내가 정확히 파악했는지 확인할 기회를 달라.

선거 기간 두 번의 대성통곡

선거 평가회로서의 전국위원회라 쳐도 문제가 많다. 현재 중앙당에서 발표한 전국위원회 자료집은 당내 선거평가와 토론에 그다지 적합한 자료가 아니다. 이번 선거평가회에서 핵심이 되어야 할 세 가지(1. 선거목표설정과 후보 방침의 타당성, 2. 광역단체장 선거와 정당 득표에 관한 목표 달성도, 3. 기초 및 광역의원 선거의 후보 방침과 목표 실현)에 대해 평가와 분석, 성찰보다는 단순 데이터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국위원회 자료에는 그저 ‘고생했다, 이 정도면 잘했다, 앞으로 잘해보자’ 뿐이고, 선거 기간에 문제가 되었던 것들은 언급조차 없다. 실제 논의 상황에서는 각 지역에서 겪은 선거 경험을 바탕으로 자세한 논의들이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논의의 근거로 삼을 자료집에서 그러한 문제점들이 언급조차 없다면, 결국 이 자료집의 내용은 ‘문제없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6.2 지방선거 문제 없음’이라고 하는 자료집을 가지고 과연 어떻게 이번 지방선거의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정말이지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지역구 후보로 뛴 경험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진보신당 중앙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아무런 준비도 전략도 없었다. 각 지역으로 당직자들을 파견시킨 것과 기탁금 지원하고, 정책집 낸 것 외에는. 정말이지, 전쟁터에 총이랑 총알(그나마도 부족한), 철모만 들려 내보내면서 "자, 이게 전부다.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하면 모든 것이 다 잘된다. 그러니 꼭 살아돌아오라!"고 하는 것 같았다.

아는가? 내가 이번 선거를 뛰면서 등에 칼 맞은 심정으로 대성통곡한 적이 딱 두 번 있다. 한 번은 중앙당이 5+4 연합 중간 합의문에 서명했을 때. 그리고 나머지 한 번은 심상정 후보가 사퇴 시 지지표명한 타당 후보를 사퇴 후 지원하러 갔을 때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한 사람들은 지역주민도, 당원들도, 상대 후보들도 아니었다. 바로 현 대표와 전 대표, 그리고 당이었다.

중앙정치 위한 지역후보였나

5+4 연합만큼 당이 이번 지방선거에 아무런 계획도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 사건도 없었다. 애초에 들어간 게 잘못이었다. 특히 +4 부분을 구성하는 명목 상 시민단체의 면면을 들여다 볼 때, 민주당(으로 대변되는 중간계급)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정치구도를 만들 구성 장치일 뿐이었으니까. 5+4 연대 중간 합의문에 사인했을 때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처럼 지역에서 처음 출마하는, 그야말로 시작하는 정치인 입장에서는 지역 후보들 죄다 갖다 바쳐서 서울/경기 지역에서 광역단체장 하나 기어코 따내겠다는 의미일 뿐이었다. 노회찬/심상정 후보의 정치 혹은 선거 승리를 위해 나머지는 다 포기하는 구상 아래에서만 그 연대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이제 갓 시작하는 정치인들이 지역에서 살아남건 말건 상관없이.

결국 중앙 차원의 5+4 연합은 유야무야되었지만, 중앙당의 대처에 대한 평가와 비판은 전혀 없이 민주당 패권주의만을 원인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이다. 오히려 한 번 발을 담갔다 뺀 것 때문에 지역에서 독자노선을 결정한 대전은 정말이지 가시밭길이었다. 대전 시장 후보는 야4당 연합후보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지지후보에서 제외되는 해프닝마저 겪었으니.

당원들과 지역 후보들에게 중앙당은 어떠한 든든함도, 믿음도 주지 못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예비후보기간에 있었던 민주노동당과의 협약 체결 역시 지방 선거에서 직접 뛰는 후보 입장에서는 ‘내가 과연 이 당 이름을 걸고 끝까지 뛰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시시때때로 마음 속에서 고개를 쳐들었고, 그 의문을 해결해 줄만한 당의 대처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당원들과 후보들을 움켜쥐고 흔들 뿐이었지.

대표단 및 집행부 안에서는 든든한 믿음이나 교감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역 후보 입장에서는 철저히 버려진 느낌뿐이었다. 이러려면 내가 뭐하러 굳이 민주노동당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진보신당으로 왔는지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당은 갈라져 나온 곳과 다시 합치려는 제스쳐만 계속해서 보여주는지 의문과 혼란뿐이었다.

당은 발목만 안 잡으면 다행이었다

가뜩이나 지역 당협이 제대로 만들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출마한지라, 예비후보기간에는 정말이지 후보 혼자 뛰며 알려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힘이 날리가 만무했다. 아무런 의심과 혼란이 없어야 선거에도 집중할 수 있는데, 전혀 믿을 구석이 없어 예비후보 기간 내내 매일 아프기 일쑤였다.

대학원생 시절에 하던 말 중에 흔한 말로 "지도교수는 발목만 안 잡으면 다행이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는데, 그 말을 선거운동 때도 떠올릴 줄은 몰랐다. 정말이지 당은 발목만 안 잡으면 다행이었다.

심상정 당원 사퇴때는 안타깝긴 했지만, 차라리 ‘그럴만 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선거 기간 내내 들어야 했던 "야당 연합 왜 안해요?", "멋대로 연합 빠져나왔으면 국민들에게 사과라도 해야지 왜 안해요?",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차이가 뭐에요?", "당선되지도 못 할 거 뻔히 알면서 왜 나와요?" 등등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에, 체력의 한계를 무릅쓰고 아파도 웃는 얼굴로 사람들 앞에 나서야 했고, 지역구를 박박 기어서라도 돌아야만 했기에, 이 조그만 지역구 광역의원 후보자인 나도 이렇게 힘든데, 그 큰 경기도를 책임지는 저 후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다.

그렇지만 그 다음날 덕양 지역구 후보들 대동하고 유시민 후보 만나러 가는 건…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정말이지, 금방이라도 적이 밀고 들어올 것 같은 상황에서 가장 큰 전선을 지키던 대장군이 다른 하급장수들은 두고, 자기 휘하 장수들만 데리고 적에게 그대로 투항했다는 기분이었다.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리고 존경했던 사람에게 철저히 배신당했다는 생각뿐이었다. 향후 진행한 인터뷰들로 미루어 볼 때, 출마 결정과 사퇴 결정에서 드러난 사람은 심상정 당원 혼자뿐이지만, 동일한 생각을 갖는 일군의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사실 나를 울게 한 두 문제는 당 전체의 문제이다. 통합 문제도, 외연 확대도, 당 내에 이미 쉬쉬하면서 존재했던 그러한 흐름들이 심상정 사퇴와 인터뷰들로 인해 표면으로 떠올랐을 뿐이지, 갑자기 생긴 문제들이 아니다. 게다가 이번 선거 때 보인 목표와 전략과 평가의 부재는 진보신당이 선거 전부터 제대로 당 역할을 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들이다.

모든 문제는 진보신당이 진즉부터 정당 내에서 해야할 일들을 제대로 하지 않고 계속 넘겨왔기 때문에 생긴 문제들이다. 10년 가까이 민주노동당에 몸담고 있던 사람들이 만든 정당임에도 제대로 된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선거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선거 때 보인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아마추어 같은 모습들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당원들이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를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당원들을 동지로서 믿는 것이 아니라, 지도하고 이끌어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

제대로 평가하고 제대로 커나가자

기존 정당에 몸 담았던 것을 위세인 양 거들먹거린 것을 반성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문제점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해왔던 것들만을 기준으로 현실을 재단하는 태도를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도덕적 우월감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우리가 거주하는 곳에서 성실히 활동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해야 한다. 진보정당의 이름을 걸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할 거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게으름을 버려야 한다.

우리가 할 일은 어떻게 하면 밖에 있는 다른 것들을 집어삼켜서 몸집을 불릴까를 고민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당 내에서 제대로 치고받으며 우리가 갈 길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전국위원이나 대의원들이 해야될 일은 당원들이 제대로 소리내서 말하고 듣고 의논할 마당을 만드는 것이다.

당원들 각자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진보의 개념을 말하고, 당이 함께 정립하고 만들어나가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당원들이 당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을 바탕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 모든 것은 당원들이 동참하여 함께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번 지방선거는 이런 식으로 대충 평가하지 말고,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전국 지지율 3% 넘었고, 25명 당선되었으니 이만하면 잘했다로 끝나서는 안된다. 10년 가까이 진보정당 운동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만든 정당으로서의 선거 평가와 생긴 지 2년 된 정당으로서의 평가가 따로 이루어져야 한다.

출마 경험이 있는 후보들이 얻은 결과와 처음 출마한 후보들의 결과에 대해서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야당 연합을 한 지역과 하지 않은 지역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선거 목표와 방침이 없었다는 것도 솔직히 인정하고, 이에 대해서도 평가해야한다.

상처는 째서 고름을 빼야만 아물 수 있다. 당장 겪을 고통이 두려워서 덮어두었다가 더 큰 문제가 생겨 후회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지금. 여기서. 제대로 들여다보고, 제대로 평가하고, 제대로 반성해서, 제대로 커나가도록 하자. 제발 물 위에 동동 떠서 뿌리도 내리지 않은 채 웃자라고 말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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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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