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감소? 질적 악화 심각
    By 나난
        2010년 06월 16일 05: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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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규모의 양적 개선이 이뤄진 반면 질적 악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간제 고용이 감소한 반면 시간제와 파견근로가 크게 확대된 것이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역시 커졌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소장 김성희)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소장 김유선)가 최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10년 3월)’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2001년 8월 737만 명에서 2007년 3월 879만 명까지 꾸준히 증가하다, 2010년 3월 828만 명으로 감소했다.

    지난 2001년 전체 노동시장 기준 55.7%를 차지하던 비정규직 규모가 2010년 3월 49.8%대로 떨어진 것이다. 이에 반해 정규직 규모는 2001년 8월 585만 명에서 2010년 3월 833만 명으로 증가했다.

    표면상으로만 볼 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추진되며 노동의 질이 윤택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노동 연구 기관은 “내용을 뜯어보면 열악한 비정규직 확대와 차별의 심화 등 고용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 비정기간제 고용은 감소한 반면 시간제와 파견 등이 증가하며 열악한 노동환경을 가진 비정규직이 확대됐다.(자료=한국비정규노동센터)

    비정규직의 경우 기간제 고용의 감소가 두드러진 반면 일반임시직은 물론 파견근로를 중심으로 한 간접고용과 시간제 고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비정규노동센터에 따르면 전년 동월대비 기간제는 34만 9,000명이 감소한 가운데 일반임시직과 시간제, 파견근로는 각각 4만 9,000명, 18만 8,000명 8만 1,000명 증가했다.

    특히 2000년 부가조사 실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파견근로는 61.8%의 증가율을 보여 상용파트타임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증가율을 드러냈다. 이에 센터는 “비정규직 내에서는 비교적 큰 폭으로 기간제가 감소하고 그에 비해 노동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간접고용 및 시간제가 증가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고용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유선 소장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의 정규직 전환효과와 경기침체 따른 비정규직 감소효과 이외에 상용직 위주로 고용관행이 변하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센터에 따르면 비정규직 일자리는 공공부문에서 더 확대됐다. 정규직 일자리의 증가는 제조업(12만9,244명)과 건설업(4만3,980명), 도소매업(9만369명) 등에서 나타났지만, 공공부문에서는 비정규직이 증가했다.

    공공행정국방산업의 경우 파트타임과 기간제에서 각각 4만9,547명과 3만1,211명 증가했다. 보건사회서비스업에서도 각각 4만2,340명과 3만5,991명으로 비정규직이 늘어났다. 이에 “비정규직 질적 악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센터는 “정부가 고용 악화의 모범을 보이는 반면교사의 역할을 하고 있어서 전반적 고용악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과 공공부문 고용정책이 결국 고용구조 악화 선도 정책임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규모의 변화와 달리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더 늘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는 73만 원이었는데 반해 2010년 3월 현재 143만 원으로 늘었다. 정규직 임금이 지난해 3월 평균 253만 원에서 266만 원으로 13만 원이 올랐지만, 비정규직 임금은 같은 기간 124만 원에서 123만 원으로 오히려 1만 원 줄어든 것이다.

    이에 김 소장과 비정규노동센터는 “고용구조의 질적 악화를 선도하는 공공부문 고용정책이 양극화를 선도하고 있다”며 “정부가 공공부문의 선량한 사용자로서의 본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통계청 조사에서 배제된 비정규직 규모 역시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에 따르면, 57만7,000명으로 파악된 특수고용 노동자 외에도 레미콘, 덤프, 굴삭기 등 건설운송기계 종사자의 수가 빠져있으며, 통계에서 빠진 택배 노동자 수 역시 통계상의 특수고용 노동자 수와 비등하다.

    또 산재보험 적용과정에서 파악된 보험모집인만도 30만이 넘으며,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교사, 대리운전, 간병인 등 실제 종사자 수를 고려하면 통계상의 특수고용 규모 60만 명의 최소 2배로 추산된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통계청 자료에는 일부 사내하청 규모도 빠져있다. 지난 2008년 노동부가 파악한 사내하청 규모는 36만 8,000여 명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는 300인 이상 원청 사업장만 대상으로 삼았으며, 자동차 부품업에서 만연한 2, 3차 하청은 제외됐다.

    센터는 “법으로 금지되고 있는 제조업 파견업무를 실제 시행하고 있는 파견업체 현황으로 볼 때, 최소 100만 명이 넘는다”며 “많은 수의 비정규직이 누락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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