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 독자강화" vs "넓은 진보연합"
        2010년 06월 16일 04: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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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6시 민주노동당 4기 최고위원 후보등록이 마감되면서 민주노동당은 본격적인 당내 선거전에 돌입했다. 이날 등록한 10명의 최고위원 후보들은 21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유세전을 벌일 예정이며 7월 3일부터 7일까지 투표를 통해 이들 중 8명(노동부문 포함 9명)이 선출된다.

    이번 4기 지도부는 2012년까지 임기가 지속된다. 지난 3기 지도부가 분당으로 인한 혼란을 추스르고 2010년 지방선거를 치르는 데 역점을 두었다면 이번에 선출될 4기 지도부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의 결판을 앞두고 있다. 때문에 신임 당 지도부가 어떤 비전과 전망을 제시하는지에 따라 민주노동당의 향후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 4기 최고위원선거 후보 등록자와 대리인들이 뽑은 기호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당 내에서는 전반적으로 현 지도부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다. 때문에 현 지도부의 노선과 크게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 진보신당에서 논란이 이어지는 ‘반MB연대’에 대해서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거두어 낸 수확의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출마자 간 대립의 지점은 있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동당 독자강화에 기초한 반MB연대와 진보정치통합에 기초한 반MB연대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민주노동당 ‘독자강화론’과 ‘진보연합을 통한 새정당 건설’론으로, 이는 3기 지도부 선거에서도 쟁점이 되었던 부분이다.

    다만 또 다른 관계자는 “반MB연합을 강조하는 쪽도 진보대연합을 배제하지 않고, 진보연합을 강조하는 쪽도 반MB연합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강화를 우선순위에 놓고 민주노동당 중심의 진보연합을 구상하는 쪽과 제정치세력이 함께 일정한 로드맵을 세워 진보정치단결을 우선순위로 두는 점에서 차이가 날 것”이라는 것이다.

    이정희, 장원섭, 김승교 등은 당우선론

    일단 당내 유력한 대표후보로 거론되는 이정희 의원은 당의 독자강화를 기반으로 한 반MB연합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여기에는 장원섭 광주시장 후보와 김승교 남북공동실천연대 상임대표, 우위영 최고위원 등이 비슷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희 의원은 출마의 변을 통해 “야권연대와 단결의 중심, 반MB투쟁과 한나라당 심판의 적임자, 진보적 정권교체의 중심축, 국민적 열기를 결집시킬 새로운 진보정치인의 산실, 이것이 바로 도약하는 민주노동당의 임무”라고 말했다.

    이는 당의 독자강화노선과도 연결된다. 이 의원은 “진보구청장을 만들어낸 세 곳의 기초자치단체에서 민주노동당 집권의 청사진을 내보이고 당의 결단으로 만들어진 지방공동정부를 야권연대의 모범이 되도록 책임있게 이끌어 성공시키겠다”며 “수도권에서 민주노동당의 바람을 일으켜 2012년 총선에서 교섭단체로 진입할 것”이라며 민주노동당 강화를 약속했다.

    이 의원은 공약에서도 “지방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2012진보적 정권교체의 중심축으로 도약하겠다”며 “대중적으로 위력이 확인된 반MB야권연대를 더욱 발전시켜나가고 당의 전략기반과 외연을 확장해 진보·개혁진영의 중심세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진보연합에 대해서는 “총선 전 반드시 진보정치세력통합을 이루겠다”고 공약했다.

    장원섭 전 광주시장 후보 역시 “지난날 출세주의, 분열주의가 촉발한 탈당 사건으로 백척간두에 올라있던 민주노동당은 야권단일화의 선도적 역할로 한나라당을 패배시킨 주역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2012년 집권의 시금석을 마련했다”며 “그간의 성과를 기초로 새로운 고지를 점령할 준비에 당의 명운을 걸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장 후보는 “강한 민주노동당, 소통하는 민주노동당, 집권을 실현하는 민주노동당”을 주장하며 “자체의 역량을 확보하고 강화하고 일사 분란한 당 조직과 헌신적인 당원, 노동자 농민들의 압도적인 계급적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 후보는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투쟁을 위한 모든 진보세력이 총집결해 2012년 독자적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성진, 정성희 등 진보연합에 방점

    반대로 ‘진보연합’에 방점을 찍는 쪽은 김성진 전 인천시장 후보, 정성희 중앙연수원장, 최은민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혜영 충남도당 위원장 등이다. 김성진 후보는 “이 시대 진보의 가치는 단연 신자유주의와 분단체제 극복”이라며 “민주노동과 진보신당뿐 아니라 이러한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진보진영의 대통합으로 국민적 진보정당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가는 길은 다르다”며 “일시적인 선거연대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러한 선거연대도 진보진영의 힘이 극대화 되었을 때,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희 연수원장도 “진보정치세력들간의 분열갈등을 종식시키고 주체적이고 통일적인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기초해 2011년말 까지 희망의 진보대통합당을 건설하겠다”며 “2012년 총선에서 국회 교섭단체를 확보해 대안의 정치세력으로 도약하고 그 힘으로 12월 대선에서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김혜영 충남도당 위원장 역시 “지방선거 결과 정당 지지율로 제3당의 순위를 회복했지만 민주당과 진보신당의 중간 어딘가에 걸쳐있는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반MB 야권연대의 성과물이 고스란히 민주당에게 가게 된 것은 진보정당이 분열했기 때문인데, 반MB 야권연대가 필요한 것은 인정하나 진보정당은 단결된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진영이 대안의 정치세력으로 부각되기 위해선 반드시 진보정당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며 “차기 지도부는 진보정당 통합을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하며 민주노동당이 반MB 야권연대에서 보여준 진정성이 진보정당 통합 추진과정에서도 보여 진다면 희망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논쟁은 앞서 언급했듯 3기 지도부 선출과정에서 이어졌던 논쟁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분당과 진보신당 창당 직후 치러졌던 3기 지도부 선거 때와는 달리, 최근 진보신당 내부에서도 ‘진보대연합’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반MB연합’과 관련해서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진보신당 내 논쟁과 심상정 전 경기도지사 후보의 행보역시 민주노동당 선거에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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