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관청이 주시하고 있다”
    By 나난
        2010년 06월 15일 05: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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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가 파업 2주차에 들어서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중앙교섭에서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여전히 노조 요구에 대해 미흡한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15일 낮 2시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9차 중앙교섭은 노동기본권 의제에 대한 날선 공방으로 시작됐다. 사용자측 신쌍식 교섭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의제를 가지고 노조가 파업을 하고 있다”며 “건강한 교섭을 위해 용단을 내려 줄 것”을 촉구했다. 정부가 법으로 강제하고 있는 것을 노조가 무리하게 생떼 쓰고 있다는 얘기다.

    신 대표는 교섭석상에서 “모든 관청이 두 눈 벌겋게 우리 행동을 주시하고 있는데 법으로 정한 한도를 뛰어넘어 합의할 수 있겠냐”며 “노동기본권 요구가 교섭 의제로 다뤄지고 있는 한 교섭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6월15일 노조 회의실에서 2010년 9차 중앙교섭이 열리고 있다. (사진=신동준 금속노조 편집국장) 

    이에 박유기 노조 위원장은 “지금 노동부가 마치 법원이라도 된 것처럼 모법을 뛰어넘는 매뉴얼을 만들어 노동3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노조는 범칙금 1천만 원이 아니라 1억을 물더라도 물러서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못 박으며, 노사 간 자율적으로 협상을 통해 합의할 것을 사용자측에 촉구했다.

    이날 사용자측은 노조 요구안에 대해 정리된 입장을 제출했다. 특히 신 대표는 “노동기본권 요구를 제외한 다른 요구에 대해서는 모두 의견을 정리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용자측 제시안을 본 노조측 교섭위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금속산업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해 지난 8차 교섭까지 사측이 제시한 입장과 차이점이 없었기 때문. 사용자측은 여전히 금속산업 최저임금 시급 50원 인상(월 1만 원)안을 고집했으며, 고용창출, 사내하도급 제한 등 다른 요구안에 대해서도 기존입장을 반복했다.

    또한 지난 교섭까지 입장을 제출하지 않았던 노조요구안 2가지에 대해서도 실질적 의미가 없는 선언적인 수준의 안을 제시했다. 이날 사측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과 관련해 금속산별협약 8장 39조 1항에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기준에 관한 실태연구’ 조항을 추가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금속노사공동위원회가 거의 가동되지 않고 있는데,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고 실행이 될 지 의문”이라며 사측 안을 반박했다.

    노조의 실노동시간 단축 요구에 대해서도 사용자측은 ‘노사공동선언을 통해 점진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자’는 수준으로 의견을 정리해 왔다. 말 그대로 실행이 강제되지 않는 선언으로 대충 때우자는 얘기다. 박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정부도 1천8백시간대로 노동시간을 단축시키겠다는 계획을 내 놓고 있다”며 “사용자측 안은 정부계획보다도 못한 것”이라고 쏘아 붙였다.

    9차 중앙교섭은 현격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40여분 만에 종료됐다. 한편 교섭을 마무리하며 노조는 실무교섭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날 사용자측 신 대표도 인사말에서 “과거 수년간 실무적인 소통이 있었는데 올해는 없어 아쉽다”고 말해 실무 라인에서 의견접근을 위한 줄다리기가 곧바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차기 교섭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노조는 오는 18일 10차 교섭을 열자고 했지만, 사용자측이 내부적으로 일정조율을 마친 뒤 노조에 통보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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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금속노조의 인터넷 기관지 <금속노동자>에도 함께 실립니다.(http://www.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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