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매각 임박, 민주노조 재건 필요
By 나난
    2010년 06월 15일 09: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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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맞선 77일간의 공장 점거파업을 끝내고 공장 문을 나섰다. 그로부터 200여일. 2010년 3월, 파업에 참가했던 노동자들과 쌍용차 공장, 그리고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화해 왔으며,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쌍용차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당신과 나의 전쟁’ 제작에 참여한 미행(美行) 팀과 쌍용차 노동자, 그 가족, 그리고 금속노조를 비롯한 각계 인사들의 글을 통해 쌍용차 “파업 그 후”를 살펴본다. ’88만원 세대와 쌍용’, ‘한국사회와 노동자 파업’ 등의 주제를 놓고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편집자 주>

쌍용차 매각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지난 5월 10일 쌍용차 사측이 삼정KPMG 컨소시엄을 주간사로 하여 매각 공고를 발표했고, 현재 르노-닛산, 마힌드라, 루이아, 영안모자, 서울인베스트먼트 등 6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 탄압 문제는 그 어느 것도 해결된 것이 없지만, 매각 일정만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다. 77일간 점거 파업 이후 발생한 95명의 구속자, 150억원의 손배소, 470여명의 무급휴직자 복직 문제 등은 전혀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지 못하다.

이대로 매각이 마무리된다면 해고, 무급휴직으로 쌍용차를 떠난 노동자들의 복직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또한 쌍용차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역시 다시 한 번 큰 고용불안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본 글은 쌍용차 매각 흐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쌍용차노동자들에게 노동권 방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쌍용차 인수 경쟁에 나선 기업들

   
  ▲ 사진=노동과세계

언론에 의해 쌍용차 매각에 가장 유력한 인수자로 평가받는 기업은 르노-닛산이다. 프랑스 르노 자동차와 일본 닛산 자동차는 1999년 주식 교환을 통해 전략적 동맹을 맺었고, 르노 그룹은 2000년 닛산과 기술 제휴에 있었던 삼성자동차를 인수했다. 르노 그룹은 2009년 세계적으로 230만대의 차를 팔아, 337억 유로(약 50조원)의 매출에 30억 유로(약 4조5천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닛산은 2009년 세계적으로 351만대의 차를 팔아 7조5천억 엔(약 100조원) 매출에 3천1백억 엔(약 4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자동차가 2009년 160만대 차량을 판매하여 32조 매출, 2조2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판매 대수만 놓고 보면, 르노는 현대의 1.4배, 닛산은 현대의 2.2배다.

르노-닛산 동맹의 글로벌 전략은 지역별 집중 전략이다. 유럽은 르노가, 아시아와 미국은 닛산이, 남미는 르노와 닛산이 함께 집중한다는 것이 골자다. 한국의 경우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르노가 판매를 책임지고 있는데, 삼성자동차의 인수 절차가 르노-닛산이 전략적 동맹을 맺기 이전에 진행된 탓이다. 이러한 이유로 쌍용차 인수전을 르노 자동차보다 닛산 자동차 주도로 꾸리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르노삼성 경영진조차 르노-닛산 동맹이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고 한다.

닛산이 쌍용차 인수에 주도적으로 나선 것은 중국 시장 상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닛산은 세계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서 43만대 수준인 현재 생산 능력을 2012년까지 두 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연 100만대 수준)이다.

세계 자동차 기업들의 경쟁적 투자 확대 계획으로 공장을 증설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중국 현실을 감안하면, 연 25만대 생산능력을 가진 쌍용차는 닛산의 중국 시장 공급 전략에 좋은 가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일 것이다. 포화 상태에 이른 르노삼성의 생산을 일부 대체할 수도 있다는 일석이조 효과도 있다.

쌍용차 인수에는 인도 자동차 기업들도 뛰어들었다. 가장 적극적인 것은 자산 규모 931억 루피(약 2조4천억원)의 인도 기업인 마힌드라(Mahindra & Mahindra)그룹이다. 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 농업용 기구들을 판매하는 마힌드라 그룹은 2009년 매출 1천4백억 루피(약 3조7천억원)에, 83억6천만 루피(약 2천2백억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매출의 56%를 차지하는 자동차는 180만대를 판매하였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인수에 적극적인 이유는 중급 이상의 자동차 기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2008년 영국 로버 자동차 인수에서 인도 타타 자동차에 패했고, 올해는 르노자동차의와 전략적 제휴도 끝나버렸다. 마힌드라는 인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국외 시장 진출을 하기 위해 독자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매물로 나온 자동차 기업들을 사냥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경쟁자들을 피할 수 있고 인도 보다 앞선 디젤 엔진 기술과 조립 공정을 갖춘 쌍용차는 그야말로 마힌드라에게 최고의 선택지다. 이 밖에 인도 타이어 업체인 루이아, 대우버스를 소유한 영안모자, 사모펀드인 서울인베스트먼트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위 두 기업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 이들 기업들이 인수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인수합병 뒤 구조조정을 통해 매매 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는 정치적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고, 막대한 현금을 가지고 있지만 자동차 기업 경영 경험이 없는 루이아 역시 마찬가지다. 영안모자는 자금 동원 자체가 여의치 않다.

하청생산 기지화인가? 또 다른 먹튀의 희생양인가?

언론과 일부 쌍용차 노동자들은 적극적 인수 대상자가 나선 것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쌍용차의 미래가 밝은 것은 아니다. 사실 쌍용차의 선택지는 중국 시장을 위한 임시 하청 공장이 되느냐 아니면 또 다시 먹튀의 사냥감이 되느냐는 차악과 최악의 갈림길에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닛산 주도의 르노-닛산-르노삼성 연합은 경쟁력 있는 자동차 기업이 아니라 중국 공장 증설 이전까지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공급선, 즉 하청생산공장을 원한다. 닛산은 2009년 경제 위기 와중에서도 중국에서 현지 파트너인 동풩자동차와 함께 75만대의 차를 판매했다.

생산능력 한계에 부딪힌 닛산은 후베이성에 17만대를 추가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증설 작업에 들어섰고, 올해 정저우에 연 12만대 규모의 공장을 새로 가동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생산 능력이 부족한 상태다. 2009년 도요타와 치열한 1위 경쟁을 펼친 닛산에게는 중국 시장 점유율을 높힐 수 있는 공장이 절실하며, 쌍용차는 중국 시장에 우선 대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일부 언론은 르노삼성과 쌍용차의 조합으로 현대-기아의 시장독점을 깰 수 있는 새로운 자동차 그룹이 탄생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그려보기도 하지만, 이는 아직 희망 사항일 뿐이다.

만약 언론들의 예상대로가면 2009년 19만대를 생산한 르노삼성이 연 20만대 생산규모의 쌍용차를 인수하여 시장 점유율을 두 배 이상 상승시킨다는 계획이라는 것인데, 일부 신흥시장을 제외하고 여전히 소비 침체에 허덕이는 세계 경제 상황에서 이는 지나친 낙관이다. 르노삼성의 사장은 한 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쌍차 인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쌍차 인수 자금이 있으면 기술 개발에 쏟겠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쌍용차가 닛산에 매각된다면, 당장은 자금 투입과 생산 확대로 기업이 정상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길어 봤자 5~6년에 불과할 것이다. 중국 시장 과열이 진정되고, 닛산의 중국 현지 공장 생산 능력이 확대되기 이전까지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닛산은 쌍차 매각 가격으로 예상되는 4~5천억 원을 주고 공장을 빌리는 것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의 초국적기업 인수합병이 그러하듯 산업은행 등이 매각 대출을 해준다면, 닛산에게 쌍용차 인수는 큰 현금 투입 없이도 거저먹는 장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 사진=노동과세계 / 이명익 기자

인도 마힌드라 기업에게 인수된다면 그것은 더 볼 나위도 없이 상하이 먹튀 사태의 재연이 될 것이다. 르노그룹의 로간 자동차를 생산해왔던 마힌드라가 르노와의 결별 이후 노리는 바는 단 하나다. 상하이자동차가 제대로 된 로얄티도 지급하지 않고 쌍용차 기술을 빼갔듯이 인도로 기술을 유출하고, 쌍용차는 쓸만큼 쓰다 버리는 것이다.

마힌드라 기업에게 사실 한국 시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르노자동차 모델을 제외하고는 3륜차, 트랙터 등을 만드는 것이 고작인 마힌드라가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리도 만무하고, 저임금 공장과 큰 시장이 있는 인도에 굳이 한국에서 생산한 쌍용차를 가져다 팔리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쌍용차와 닮을 꼴, 영국 로버자동차

한편, 매각을 앞둔 쌍용차 노동자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은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을 겪은 영국의 로버자동차다. 영국의 대표적 자동차 회사였던 로버자동차는 1970년대 세계 경제 위기 와중에 도산하여 국영화되었고, 이후 84년 재규어 브랜드 매각, 86년 버스 부분 매각 등 분리 매각을 거쳐 88년 영국 민간기업 BAe에 완전 매각되었다.

그리고 이후 1994년 BMW에 다시 매각되었고, 2000년 포드에 재매각, 2008년 인도 타타 자동차에 다시 매각되었다. 세 차례의 기업 매각 속에서 로버 자동차의 노동자는 78년 19만 명에서 현재 2천명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로버 자동차 노동자들이 이렇게까지 몰락하게 된 이유는 자주적 노동조합을 지켜내지 못하고 실리적 해법들을 찾아 좌충우돌했기 때문이다. 70년대 영국의 대표 노조 중 하나였던 로버 자동차 노조는 80년대 대처 정부의 노조 탄압 공세 속에 양보교섭과 실리적 선택을 쫒았는데,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1979년 보수당 정부의 사주를 받은 로버 자동차 회장이 좌파 노조 간부들과 현장 위원들을 해고한 것에 대해 조합원들이 투쟁을 포기한 예다.

이후 로버 사측은 거칠 것 없이 해고를 단행했고, 현장에서의 생산물량 조절과 노동 강도 조절까지 모두 사측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노동조합은 구조조정 와중에도 별다른 투쟁을 조직하지 못했고, 계속되는 인수자에 대한 구애 속에서 결국 몰락했다.

로버 자동차는 쌍용그룹에서 대우차로, 그리고 상하이자동차로 다시 매각된 이후 또 다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와 매우 닮아있다. 잦은 매각뿐만이 아니라 노동자의 대응 역시도 그러하다. 77일간의 점거 파업으로 먹튀 자본과 정부에 책임을 묻고 해고가 아닌 대안적 해결을 요구했던 노동조합에 대해 적대감을 보이며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태도도 그러하고, 매각과 재매각 속에서 결국 수많은 구조조정을 겪을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미래가 그러하다.

민주노조 없이는 노동권도 없다

르노-닛산, 마힌드라 등 어느 자본이 쌍용차를 인수하든 쌍용차 노동자들 앞에 놓인 미래는 순탄할 수 없다. 중국을 위한 하청기지와 기술 빼가기 먹튀는 모두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2009년과 같은 큰 고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어떤 자본이든 쌍용차를 수탈하기 위해 한국에 오는 것이다. 방식과 약간의 정도 차이만이 존재한다.

친기업을 자랑처럼 떠들어대는 현 정부 하에서 매각 절차는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쌍용차 노동자들이 선택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답은 하나 밖에 없어 보인다. 바로 다시 노동자들의 노동권 방어를 위해 끈질기게 싸워나갈 민주노조를 세워내는 것이다.

현재 노사 협조라는 이름으로 법정관리인과 채권자, 그리고 더 나아가 미래 인수자에게 쌍용차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내어주는 것은 위에서 이야기한 로버 자동차 노조가 갔던 길을 그대로 밟는 것이다. 쌍용차를 이용하다 버릴 것이 분명한 초국적 기업들에게 고분고분한 노동조합만큼 반가운 일은 없을 것이다. 가장 유력한 인수자인 닛산은 세계적으로 반노조 운동을 이끌었던 일본 자동차 기업 중 하나다.

유럽 금속노동자들에 대한 수많은 현장통제와 단협개악안은 80년대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유럽에 전파한 것들이 대다수다. 닛산의 파트너인 르노 역시 마찬가지다. 르노는 1997년 유럽에서 무차별적인 구조조정을 자행해 벨기에에서는 르노법이라 불리는 구조조정을 제약하기 위한 특별법까지 만들어졌다.

공장 밖에서 외로운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를 다시 공장 안에 세워내기 위해 해고자 비해고자의 단결을 복원해야 한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해고자 원직 복직과 고용보장에 대한 단체협약을 쌍용차 인수 자본과 맺지 않으면 쌍용차를 그냥 내어주지 않겠다는 자세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반복되는 매각과 구조조정의 굴레 속에서 가장 현명한 답은 결국 ‘민주’노조의 투쟁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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