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5 10주년 남북 ‘외교 전쟁’ 돌입
    남한, UN 안보리 찍고 '출구' 찾아야
        2010년 06월 15일 09: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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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간으로 6월 15일 새벽,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남북한이 ‘외교 전쟁’에 돌입한다. 북한을 천안함 공격의 범인으로 지목한 이명박 정부가 안보리 이사국들을 상대로 ‘천안함 브리핑’을 열기로 하자, 이에 질세라 북한도 “해명 기회를 달라”며 맞불을 놓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그동안 장외에서 격화되어온 남북한의 상호 비방전은 국제기구 가운데 최고 권력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유엔 안보리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남북한이 유엔에서 외교 전쟁을 벌일 6월 15일은 남북관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전세계에 공표한 6.15 공동선언 10주년과 조우하게 된다. 10년 전 남북 두 정상이 손을 잡고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고 선언하면서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상황을 떠올려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 6월 13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6.15공동선언 발표 10주년 기념 평화통일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사진=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10년 전 남북한은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또한 6.15 공동선언의 실천 강령이라고 불리는 10.4 남북정상선언에서는 “남과 북은 국제무대에서 민족의 이익과 해외 동포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6.15와 10.4 선언은 무력화되기 시작했고, 천안함 사태를 거치면서 좌초 위기에 직면해 있다. 6.15 10주년을 맞이해 ‘6.15로 돌아오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MB 정부의 머리 속에는 올해로 60주년을 맞이한 ‘6.25’ 담론이 훨씬 강해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남북한 양측에서는 ‘전쟁불사론’이 맹위를 떨치고 있고, 국제무대에서 상호 비방을 일삼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연출하고 있다.

    망신, 혹은 위기

    MB 정부는 천안함 브리핑을 통해 조사 결과의 객관성과 과학성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북한 옥죄기’를 요구할 것이다. 남한의 조사 결과를 “날조극”이라고 주장해온 북한은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뒤집기’를 시도할 전망이다.

    그러나 MB 정부가 희망하는 ‘옥죄기’는 힘들 전망이다. 우선 안보리 이사국 상당수가 남한 입장에 동조하더라도, 거부권을 갖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남한의 손을 들어줄 리 만무하다. 최근 미국조차도 ‘톤다운’에 들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최근 러시아의 신중론에 힘입어 중국의 입지가 커진 것이 주목된다. 한미 양국은 중국에게 “책임있는 강대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중국도 대북 옥죄기에 동참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지만, 중국은 “냉정함과 절제”를 되풀이하면서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한에 전문가팀을 파견해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한 러시아는 자체적인 조사 결과 발표를 7월로 예정하면서 어떠한 예단도 경계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볼 때, MB의 기대처럼 유엔 안보리가 대북 결의안은 물론이고 규탄 성명을 채택하는 것도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안보리 회부 자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온 중국은 정확한 침몰 원인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안보리가 대응에 나서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할 것이다. 러시아도 7월로 예정된 자체 조사 결과가 나온 다음에 공식 입장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초기에는 대북 ‘제제’ 결의안을, 중국과 러시아의 벽에 막힌 현재에는 대북 ‘규탄’ 성명 채택에 ‘올인’해온 MB 정부는 국제무대에서 망신을 당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는 역설적으로 MB 정부에게 출구를 열어줄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정부의 기대처럼 안보리가 대북 조치를 취하더라도, 이는 ‘외교적 성과’라기보다는 북한의 초강경 대응에 빌미를 주는 ‘외교적 자충수’가 될 공산이 크다. 애초부터 안보리 대응이 문제의 끝이 아니라 더욱 악화된 형태의 문제의 시작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MB, 안보리 찍고 ‘출구’ 찾아야

    15일 새벽 안보리 논의 이후, MB의 선택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안보리를 통한 대북 제재나 규탄 성명 채택이라는 ‘마이웨이’를 고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 외교는 망신만 당할 공산이 크다.

    둘째는 일각에서 거론되어온 남북미중 4개국 합동조사단을 꾸려 전면 재조사에 나서는 것이다. 정부는 ‘조사 끝, 응징 시작’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접한 러시아조차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정부가 ‘결정적 증거’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 반쪽짜리 국제 조사가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및 범인으로 지목된 북한의 참여 속에 재조사를 실시하는 ‘정공법’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MB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러한 선택을 내릴 공산은 거의 없어 보인다.

    셋째는 전면 재조사 여부와 관계없이 천안함 ‘출구’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구는 발상을 전환해보면, 유엔 안보리에서 나올 수 있다. 천안한 침몰 원인을 둘러싼 남북한 사이의 ‘진실 게임’과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미중일러 4강의 ‘권력 정치’를 고려할 때, 안보리가 특정 결론을 내리기란 난망한 상태이다.

    이는 거꾸로 MB 정부가 안보리 논의를 ‘냉각기’를 가질 기회로 삼는다면, 천안함 사태 여파로 좌초 위기에 놓인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6자회담을 천안함 족쇄로부터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6자회담 재개에 적극적이고 북한도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과 일본도 한국이 6자회담을 원한다면, 이에 동의해줄 공산이 크다.

    MB 정부가 출구조차도 닫아 걸고 전쟁 위기까지 불사하면서 ‘천안함 외교’에 계속 올인할 것인지, 6자회담 재개를 통해 출구를 모색할 것인지, 그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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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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