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민주-범진보세력 통합 이뤄져야
    노선차 인정, 생산적 토론과 혁신을
        2010년 06월 15일 07: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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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②편에서 계속 

    MB 때문에 오세훈이, 반MB 때문에 노회찬이 손해

    이광호 = 5+4나 4+4 회의에서 시민사회 역할이 주요하게 작용한 거 같지는 않았는데.

    하승창 = 처음 시작할 때부터 시민사회는 자신의 한계가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정당들을 끌고 갈 힘이 있다고 보지 않았고, 다만 어떻게 사회적 담론을 바꿀지를 고민했다. 하지만 시민운동이 후퇴하는 시기에 이루어진 기획이었기 때문에 실제 힘이 적었다. 이정도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 아니었을까?

    이광호 =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의 사퇴는 진보신당 내부뿐 만 아니라 진보정치 운동, 나아가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까지 영향을 미칠만한 사건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심 후보 사퇴를 어떻게 보는가? 아울러 오세훈을 당선시켰다며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나?

    조희연 = 오세훈을 당선시킨 노회찬, 이런 비판에 대해서는 간명하게 말하자면, 무시해도 된다는 것이다. 백기완 2중대론부터 이런 논리는 계속 있어왔고,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나올 수도 있지만 진보정치 수준에서 논의할 가치는 없다. 서강대에서 한 교수가 1,000명을 두고 여론조사를 했는데 찍고 싶은 후보를 찍지 못한 사람이 150명이라고 한다. 그 중 55%가 오세훈, 45%가 노회찬이었다.

       
      ▲왼쪽부터 조희연 교수, 이대근 논설위원, 하승창 운영위원, 신언직 위원장

    이건 상식적으로 이렇게 추측할 수 있다. ‘MB 때문에 오세훈이 손해, 반MB 때문에 노회찬이 손해’본 것이다. 때문에 노회찬에 대한 그런 비판은 중요하지 않다. 결과론으로 보면 노회찬과 심상정이 바꿨으면 최상의 전략이 될 수 있긴 했지만 당 대표는 책임도 있다. 노회찬에 대한 비난은 말이 안 된다.

    비민주당 대중 포괄하는 진보대연합 구축 중요

    MB시대 이후 야당정치 내부에서 영역 다툼이 있는 것 같다. 대중을 누가 더 많이 포괄하느냐인데 민주당의 대중적 영향력이 약화되고 그 균열에 진보가 영향을 확대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반MB 속에서도 중요하다. 현실적으로는 정당재편으로 나타날 것이다.

    지금은 진보정당이 어떻게 재구축될 것인지 지점이 있다. 작년에 위력적인 진보정당이 나왔다면 이번 지자체 선거에 개입력이 높아졌을 것이다. 그런데 분당 내지는 분화로 개입 영역이 축소되었다. 그런 점에서 비민주당적인 대중들을 포괄해내는 방식의 진보대연합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단순 통합이 아니라 비민주당적 정치적 지향을 포괄하고, 다양한 세력과 지식인 집단, 노동을 포괄하는 외연이 확장된 진보연합정당이 만들어질 필요성이 있고, 이 점에서 진보신당이 더 적극적으로 갈 수 있다.

    심상정 문제는 양면이 있다. 한 편에서는 조직적 결정 없이 개인적 결단의 형태로 사퇴한 것에 대해 비난받을 지점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향후 정계개편에서 심상정이나 진보신당이 비민주당적 대중에 대한 개입공간을 확보한 지점이 있다고 본다.

    진보신당이 자기파괴적 논쟁보다 이걸 살리면서 논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 점에서 심상정이 개인적 행위는 비난받을 수 있지만 진보세력의 대중적 확장에 주목할 지점에 깃발을 꼽은 것 같다.

    양시론적 평가 필요할 때

    신언직 = 노회찬이 십자가를 짊어지고 어려움을 극복했는데, 이것에 대해 일반적인 대중들의 비난은 있을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경기도에서 심상정 무효표 관련 재투표 논란이 있었을 때 유시민이 ‘나의 책임이다’라고 말해 논란을 끝낸 적 있다. 서울에서 단일화의 대상이었으며, 더 힘이 센 한명숙이 침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후보로서 노회찬이 책임질 영역은 내외에 없다. 오히려 고생했고 이것이 지금 미미한 지지율로 나타났으나 향후 정치적인 성장의 지렛대로 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다만 아까 말한 독자원칙, 진보연합과 반MB 연대에서 종합적으로 정치적 판단을 내리고 당을 움직이는데 역할을 충분히 했는가에 대해서는 당대표로서 비판을 받을 영역이 있다.

    심상정에 대한 과정과 절차 비판은 타당하다고 본다. 그런데 후보사퇴는 당의 노선문제 차원에서 정치적이고 전략적으로 평가될 대목이지, 내용을 문제로 징계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외부에선 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내부에선 잘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그 다른 지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당원들의 생각과 국민들의 생각이 같아야 이기는 건데 진보신당이 그런 것과 무관하게 지방선거를 끌고 왔다는 점과 관련해 당의 전략이 평가되어야한다. 심상정은 ‘물고기는 물이 있어야 산다’는 얘기를 하고 당 내에서는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산다’는 얘기를 하는데, 이건 모두 맞는 얘기다. 다만 이는 다른 범주의 문제라는 것이다.

    오히려 양시론적 평가가 좋을 수도 있다. 노회찬의 좋은 점, 심상정의 좋은 점을 평가해서 당이 이후 성장해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겠나?

    비민주 범진보 통합 필요하나 어려운 길

    이대근 = 노회찬 대표에 대한 비판은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대중의 정서는 이해한다. 그런데 대중들이 진보정당에 대한 이해가 왜곡되어 있다. 제1야당의 보충대, 2중대, 물적 공급하고 사라지는 일회성 과도기 정당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진보정치가 어느 순간에도 따로 존재해야 한다는 분명한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한명숙으로 말하면 노회찬이 있더라도 이겼어야 했다.

    심상정의 사퇴와 관련해서는 지금의 진보신당이 무엇을 고민하고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 표현하는 것 같다. 어쨌든 당내 주요 지도자가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인데 진보정당들의 문제 중 하나가 지도자의 영역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당은 사람의 모임이고 정당 자체가 엘리트 모임이며, 엘리트 모임에서는 지도자를 키우고 양성해야 하는데 당의 이념과 노선, 지침도 중요하지만 지도자의 영역을 너무 주지 않는다. 당이 정교하게 짠 지침과 정책 집행 도구로만 사용하면 지도자들이 클 수 없다. 현실에 대한 진보정당의 경직성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노회찬의 완주는 현재 진보신당이 당면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간 것이고, 심상정은 중기적으로 진보신당이 풀어야 할 과제를 선거라는 계기로 던져서 확산시킨 것이라 본다.

    심상정이 던진 화두는 어려운 주제가 아닌가? 비민주 범진보 재통합 재구성, 다시 판을 짜자는 것인데, 그것이 진보의 역량 강화를 위해 필요하지만 이것을 누가 할 수 있는가? 이게 그동안은 왜 안되었는지, 막상 전망은 안 보였다. 진보신당이 이걸 할 수 있는가? 구심이 안된다.

    이것을 하려면 진보신당을 버리고 해야 한다. 이것을 진보신당의 지도자 심상정과 진보신당이 제기해 시작한다면 안 될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자기 부정을 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의 문제가 아닌 진보정치 전반, 진보정당이 한국정치에 어떤 역할을 할지 총체적으로 던져놓은 것 같다. 너무 많은 고민과제를 던져놨다.

    노회찬이냐 심상정이냐 하는 논쟁구도는 잘못된 것

    하승창 = 이번 선거국면에서 심상정의 사퇴는 한편으로는 진보신당의 지지율을 지켜준 측면도 있다고 본다. 심상정의 사표가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심상정이 던진 메시지는 진보정치 전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기 때문에 그 주제를 놓고 논의해봐야 한다.

    노회찬에 대한 비난은 의미 있는 것은 아니고, 문제는 심상정의 사퇴가 던진 문제 제기와 대비된 당의 노선이다. 노회찬으로 상징되는 진보신당이 선거에서 택한 노선과 심상정이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이걸 노선의 차이로 쿨하게 봐야 하는데, 진보신당에서 그러지 않고 있다. 크게는 진보정치 전체에 문제를 던진 것인데 진보신당이 자기문제로만 만들어 버리면 좋지 않다.

    신언직 = 심상정 사퇴하면서 던진 문제제기를 계기로, 진보신당의 미래와 진보진영 전체의 재구성이라는 차원에서, 옳든 그르든 서로 다른 견해가 공존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을 노회찬과 심상정 개인의 차이가 아니라, 두 개의 노선이 공존함을 인정하고 생산적으로 풀어나가야지 절차상 문제, 징계의 문제로 풀어나가서는 안된다고 본다. 

    나는 노회찬과 심상정이 서로 드러난 것으로는 180도 다른 정치행위를 했지만 문제의식의 차이가 과연 얼마나 큰 것일까 생각했다. 그것이 생각보다 크지는 않은 것 같다. 주어진 역할에 따라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선택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지, 두 사람이 생각하는 진보신당의 미래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자꾸 노회찬이냐, 심상정니냐 하는 식의 선택적 평가하면 잘못된 것이다. 

       
      ▲ 사진=정상근 기자

    이광호 = 2012년을 준비하는 각 정파들의 움직임과 관련, 반한나라당 연합 대 진보독자 노선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 수준에서 그나마 수권 가능 정당으로서 민주당의 향후 과제나 진보진영의 전략적 준비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는가?

    이번에 견제로도 이겼으나, 2012년엔 대안 승부

    이대근 = 2012년 대선을 놓고 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이번 대선 앞에는 총선이 있기 때문에 대선이 당겨진 효과가 있다. 사실상 1년 반 정도밖에 안남은 것이다. 그 짧은 시간 내에 민주당을 포함해 지리멸렬한 야당들이 준비를 갖출지, 낙관적이지 않다.

    진보의 재구성이든 민주당 혁신이든 쉽지 않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분적으로 연합하고 단일화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 견제에 성공했다. 그 기억 때문에 총선과 대선에서 반한나라당 연합 반MB연합하자고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때의 반대의 대상은 이명박에서 차기 집권세력으로 바뀔 것이다.

    사실 지금은 견제만 하면 되기 때문에 편하다. 대안 없이도 그것이 가능했는데 다음번은 대안이 없으면 백전백패다. 대안은 대안세력에 맞는 노선, 지도자, 정책이며, 이런 것 없이 오합지졸들이 모여 반오세훈, 반김문수, 반박근혜로 나가면서 "경제 망한다", "전쟁난다?"는 말을 해봐야 먹히지 않을 것이다.

    대안을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총선과 대선에서 드러날 것이다. 진보정당들은 통합을 목표로 할 것 같다. 그런데 그 짧은 기간에 통합이 될지 미지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비민주 범진보세력 통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힘을 갖고 대안을 갖춘 민주당과 힘을 합쳐 집권하고 대안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꿈 같은 것이다.

    최악의 모델은 각자 대안없이 선거에 임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권연장의 길로 갈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그런 비관의 전망이 높다. 진보정당이 준비를 해서 내부 논란에 치중하기보다 심상정이 던진 문제를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겠나?

    두 개의 노선

    신언직 = 진보정당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며 야당연합을 해나가는 것, 그것이 반MB연대라는 전술로 나온 것이고 또 하나는 여전히 진보정당이 힘을 키우는 것이 있다.

    나는 보수양당 체제에서 진보정당이 힘을 키우지 못하면 필연적으로 제1야당의 하위파트너를 벗어날 수 없다고 본다. 그것을 선택하든지, 고립을 감수하면서도 독자로 가든지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걸 벗어나려면 힘을 키워야 하고, 이를 위해 진보대연합이라는 새로운 진보정치세력을 규합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진보신당의 정책적 비전에 대한 평가는 가장 좋았다. 이제 진보정당뿐 아니라 시민사회도 함께 판을 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지방선거 이후 2012년 총선 전까지 새로운 진보정당을 모색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상황이 더 나빠졌다. 불신의 골은 커졌고 내부적으로 논란과 혼란이 크다. 하지만 이길 말고 다른 길이 있는가?

    하승창 = 이대근 위원의 말에 동의한다. 다만 연합의 하위파트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국 진보정당의 자기 혁신이 숙제다. 앞으로 민주당이 흔쾌히 연합하려 할지도 문제다. 연합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고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문제다.

    민주당도 과도한 승리를 했기 때문에 자기 혁신할 여지가 있다. 다만 스타트라인에 민주당이 한참 앞에 있는 것이고 진보정당은 뒤에 있는 상황이다. 그 두 진보정당의 격차도 벌어졌다. 전체의 계획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정당의 재구성을 말하면 실패한다. 그리고 지금 이야기 되고 있는 방향은 유권자-대중들의 참여가 다 빠져있다.

    진보정당 자기 혁신이 숙제

    이번 선거 과정에서 5+4 등을 거치면서 시민단체들은 오히려 민주당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 정당인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서 있는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정당의 재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다. 심상정의 사퇴도 큰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촛불 때 잘 드러난 것이지만 최근의 사람들의 조직에 대한 경계가 없다. 정당 중심으로 사고하면 테두리 내 사람들의 의사 결정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좀 넓게 크게 보고 시작하는 플랜이 필요하다. 심상정의 문제도 진보신당 안의 문제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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