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 매개로 연합 진보정당 만들어야"
    2010년 06월 14일 11: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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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회찬의 완주와 심상정의 중도 사퇴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은 패배했다. 국민들로부터 3.13%의 지지를 받았다. 전국에서 3명의 광역의원과 22명의 기초의원이 당선되었지만 광역비례의원은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했다. 기대를 모았던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는 3.26%의 득표율에 머물렀고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는 중도 사퇴했다.

불행하게도 진보신당 당선자들 중에 당이 잘해서 당선된 사람은 거의 없다. 부산 해운대와 경기도 고양처럼 야5당 연대를 실현한 지역 또는 지난 4년간 꾸준히 지역을 갈고 닦은 지역의 일꾼들만이 당선됐다. 당은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혹자는 25명의 당선자의 존재를 들어 선거 패배를 애써 외면하려고 하지만 진보신당은 프랑스식 결선투표제라면 대통령 후보를 단 한 번도 결선투표에 내보내지 못하고 독일식 비례대표제라면 연방의회에 단 한 명의 국회의원도 보낼 수 없는 그런 불임 정당이다. 지난 2008년 총선과 이번 지방선거라는 두 번의 전국 선거에서의 연이은 패배를 우리는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패배는 이미 선거 과정에서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 3월 16일 5+4 회담에서 이탈하면서 노회찬과 심상정의 지지율은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고 빠지는 지지율과 비례해서 진보신당은 언론에서 사라져갔다.

선거연합에 대한 혼선 속에서 부산에서는 야5당 연대에 합의해 김석준 후보가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했고 이를 비판하며 이용길 충남도지사 후보는 후보 자리를 내던졌다. 그리고 당 지도부는 이런 혼선을 막지 못했다.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는 완주해서 3.26%의 득표율을 얻었고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는 중도 사퇴했다. 두 후보의 선택은 각기 이유 있는 정치행위로서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 패배가 분명히 예견되는데도 노회찬 후보는 당의 대표였기 때문에 독자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완주를 선택했고 심상정 후보는 민심으로부터의 고립을 피하고 후일 진보진영 재편 과정에 공세적으로 대응하고자 사퇴를 선택했다. 완주만이 선이고 사퇴는 악이라는 논리나 그 반대의 논리 모두 잘못된 것이다.

2. 애매모호한 노선과 우유부단한 지도력, 취약한 물적 기반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이 패한 결정적인 원인은 애매모호한 노선과 우유부단한 지도력, 현저하게 취약한 물적 기반 때문이다.

노선의 애매모호함은 진보신당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진보신당은 강령에서 ‘자본주의의 극복’과 ‘주요 생산수단의 국유화’를 주장하는 급진적인 좌파 정당이지만 언론이나 시민사회, 국민들은 그것을 모른다. 그리고 더 결정적인 문제는 그런 테제만을 내세울 뿐이지 구체적인 현실에서 어떻게 국민의 삶을 바꾸고 어떤 나라로 한국 사회를 개조할 것인지 프로그램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도대체 진보신당은 뭐하려는 당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다. 진보신당은 반자본주의 당인가 아니면 한국형 사민주의 당인가, 아니면 자유주의 개혁정당만도 못한 얼치기 진보정당인가.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복지혁명을 내세웠고, 심상정은 교육과 복지의 경기도를 내세웠다. 슬로건으로서는 다 적절한 것이었고 두 후보 모두 언론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그다지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분명히 선거 공간에서 진보신당의 노선을 복지국가 노선으로 자리매김하는 좋은 시도였지만 국민들은 알아주지 않았다. 국민들은 왜 알아주지 않았을까? 진보신당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공부를 안하면서 시험기간에 반짝 열심히 공부한다고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듯이 평소에는 뭐 하는 정당인지 모르게 행동하다가 선거 때 갑자기 복지국가 슬로건을 들고 나온다고 국민들이 그렇게 쉽게 인정해주는 것은 아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 공으로 이번 선거에서 무상급식 문제가 전면 대두되었다. 보편적 복지냐 차별적 복지냐의 문제가 선거의 쟁점이 된 것이다. 평소에 그리고 처음부터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정치세력으로 진보신당이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있었다면 진보신당은 적어도 정책 면에서는 야권 전체를 대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유부단한 지도력의 문제 또한 선거 패배의 큰 원인이다. 우유부단한 지도력은 전략의 부재를 낳았고 당원들은 우왕좌왕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선거연합 문제에 대해서 당 지도부는 누가 봐도 책임을 방기했다.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5+4 회담에 참여했지만 정치협상으로 광역단체장 자리를 양보 받으려 했던 전략이 잘 먹히지 않아 협상테이블에서 나왔다. 그런데 그 후 나온 방침은 지역별로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지역별로 다른 선거연합이 추진되었고 진보신당은 지역별로 다 다른 당이 되어버렸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모든 논란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선거연합에 대해서 말하자면, 진보신당은 자체 역량의 한계를 겸허히 인정하고 5+4 회담에서 승부를 냈어야 했다. 노회찬이든 심상정이든 어차피 본선 무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예선에서 먼저 다른 당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 했고 그 방법은 경쟁 방식 밖에 없었다.

민주당이 어떻게 광역단체장 자리 하나를 진보신당에게 그냥 바치기를 바랄 수 있는가. 여론조사 경선이 됐든 국민경선이 됐든 경쟁 방식을 통해서 반MB 단일후보를 결정해야 한다는 건 상식적인 것이다. 그런데 당 지도부는 상식을 외면하고 좌충우돌하면서 패배를 자초했다.

만약 연대협상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노회찬과 심상정이 서울과 경기에서 다른 당 후보와 멋진 단일화 드라마를 연출했다면 그리고 그 대가로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의석을 다소 확보할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은 결과를 얻었을 것이다.

그 좋은 예가 인천의 민주노동당이다. 수도권 최초의 기초단체장 2명을 김성진 시장 후보의 지지율 10%를 지렛대 삼아 얻어내지 않았는가. 우리도 그렇게 했다면 명분도 살리고 실리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경직된 전략 때문에 의미 있는 전술을 구사하지 못했다.

현저하게 취약한 물적 기반도 패배의 원인으로 언급해야 한다. 진보신당은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175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굉장히 적은 수다. 혹자는 진보신당의 당세를 봤을 때 이 정도 만으로도 많이 출마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진보신당의 물적 기반이라는 것은 정말 터무니없을 정도로 약한 것이다. 진보신당의 당세가 가장 강한 지역이라는 서울에서도 25개 기초단체장 중에서 진보신당 후보가 출마한 곳은 단 두 곳뿐이었다.

진보신당은 전국 선거를 치를만한 돈과 조직, 사람이 모두 너무 부족하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언급하지 않는 부분인데 솔직히 말해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나 한 것인지 자문해 봐야 한다.

선거 자금을 모을 수 없고, 선거에 내보낼만한 급이 되는 인물이 없고, 인물이 있다 하더라도 뒷받침 해 줄 조직이 없는 정당이 어떻게 독자 생존하기를 바랄 수 있을까. 더군다나 진보신당은 이제 혈기왕성한 운동권 젊은이들이 모든 걸 다 바쳐 가며 헌신하는 그런 당이 아니다.

3. 복지국가 노선 전면화와 연합정치의 길

이상의 선거 패배 원인을 곱씹으면서 민주주의복지사회연대는 두 가지를 주장하고자 한다. 바로 복지국가 노선의 전면화와 연합정치의 길이다.

국민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무엇을 하고자 하는 당이냐고. 그럴 때 우리는 지금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평등 평화 생태 연대의 가치를 실현하는 당이라고 말하고 있나?, 아니면 민주적인 생태 사회주의를 하고자 하는 당이라고 하고 있나?, 그것도 아니면 복지 혁명을 하고자 하는 당이라고 말하고 있나? 아마 당원들부터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대체 진보신당의 정체는 무엇인가.

진보신당은 선거 패배를 딛고 새로 태어나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프로그램도 없이 급진적 슬로건만을 외치는 운동권 정당의 구태를 벗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 시기 한국 사회에서 가장 국민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진보적 가치, 정책, 의제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을 내놓고, 국민과 만나야 하고 대화해야 한다. 그리고 선거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그래서 답은 복지국가 노선 전면화다.

복지국가 노선의 전면화로 진보신당은 합리적인 진보정치세력으로서의 위상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현실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국민 다수의 의사에 기반해 정치활동을 하는 정치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고 또한 불철저한 민주당의 사회 개혁 의지에 맞서 진정으로 한국 사회를 보편적 복지 시스템으로 개조하고자 하는 여러 진보정치 세력과 개인, 시민사회를 대통합 진보정당 건설의 장으로 이끌어 내는 중심세력이 되어야 한다.

모두 복지국가 노선의 전면화로 가능한 일이다.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여러 진보적인 가치와 정책을 폐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 가치와 정책의 실현을 정치적으로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가장 대중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진보 노선인 보편적 복지국가의 기치를 들자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사회의 상을 명료하게 제시하자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총선과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확인되었고 평소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나고 있지만 현재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국민은 1%에서 3% 사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간에 이것이 현실이다. 이런 지지율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진보신당의 물적 토대는 너무도 취약하다. 돈과 사람, 조직이 모두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이래서는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정치세력과 연합하지 않고서는 앞길을 열어 갈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2004년 이후 치러진 전국 선거에서 보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고 민주노동당이나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대략 13%에서 15% 사이를 차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6.2 지방선거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의 지지율 합계가 17%가 나온 것이다. 이 세 당과 현재 겨우 간판만 유지하고 있는 창조한국당이 연합할 수 있다면 한국 사회에서 의미 있는 진보정당을 만들 수 있다.

이들 모두를 통합할 수 있는 이념은 물론 보편적 복지국가 건설이 될 것이다. 연합의 전제가 되어야 하는 정책협약의 중심에는 보편적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이념이 자리잡아야 한다.

물론 민주노동당이나 국민참여당과의 과거 문제, 이념 문제, 정책의 차이 문제 등을 들어 연합이 과연 가능한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어려움은 있을 것이고 시간은 걸릴 것이다. 한미 FTA 문제나 비정규직 문제 등에서 이견이 존재한다. 이런 문제는 각기 자기 안을 먼저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성의 있는 대화에 나선다면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다.

진보신당을 비롯해서 진보 야권의 주요 지도자들은 통합의 길로 가지 않는다면 모두 죽는 길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2012년 4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고 12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데 이 두 번의 선거를 거치면서 한국의 진보 정치세력은 연합해서 생존하든가 아니면 역사의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 자신들의 의사를 정치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힘센 진보정당의 출현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런 점을 진보 진영의 수많은 활동가들이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합은 가능하다.

우여곡절 끝에 2012년 총선 전에 연합이 성사된다면, 그렇게 해서 탄생한 대통합 진보정당은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를 성사시켜서 전국 245개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모든 야권 후보를 한나라당 후보와 1대 1 구도로 맞서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결과와 같이 진보정치세력은 차기 국회에서 교섭단체 구성도 가능하다.

이 길에 진보신당이 동참해야 한다. 향후 선거제도 개편이 어떻게 될지에 따라 구체적인 양상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어쨌든 기본 방향은 연합정치다. 연합정치라는 실험을 통해 민주당을 넘어서는 한국 사회의 대표 진보정치세력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진보신당은 영원히 3% 정당으로 머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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