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안 보는 집 40%… 독점 효과 크지 않았다
        2010년 06월 14일 09: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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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공 월드컵 한국과 그리스전 시청률·점유율이 60% 가까운(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시청률 57.1%, 점유율 61.3%) 수치를 기록했다. TV를 보유한 가구 가운데 특정 프로그램을 시청한 가구 비율을 구한 값이 시청률이고, 점유율은 TV를 켜놓은 가구 가운데 특정 프로그램을 시청한 가구 비율을 계산한 것이다. 60%라는 수치를 뒤집어 보면 40%는 축구 경기를 시청하지 않고 다른 것을 택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SBS 단독중계로 국민들 시청권은 온전히 보장됐을까? SBS는 중계방송을 ‘무조건 잘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지만 SBS를 택한 시청자들 눈에는 그 결과가 신통치 않아 보이는 듯하다.

    다음은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소통하는 축구’ 16강 문으로 통하다>
    국민일보 <막힌 사회를 뚫다…벼락같은 축복의 슛!>
    동아일보 <거침없이 월드킥…훌쩍 큰 대한민국>
    서울신문 <"아르헨도 깬다" 당돌한 녀석들의 포효>
    세계일보 <태극전사, 이젠 ‘아르헨 벽’도 넘자>
    조선일보 <‘파워’에 ‘기술’까지…한국축구 날다>
    중앙일보 <내친 김에 아르헨까지>
    한겨레 <강했다 한국, 보인다 16강!>
    한국일보 <"국회서 빨리 결론을" MB 세종시 출구전략>

    단독중계 SBS, 미숙한 진행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단독중계하는 SBS가 잇따른 방송사고와 미숙한 진행 등으로 시청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고 경향신문이 9면에서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2일 한국이 그리스를 2대 0으로 이긴 직후 SBS는 국가대표팀 주장인 박지성 선수와의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오디오에 문제가 발생해 시청자들에게는 박 선수의 코멘트가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

    이어진 나이지리아 대 아르헨티나 경기에서도 중계내용이 이중으로 방송돼 사과문구를 자막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또 캐스터와 해설자로 각각 나선 박찬민 아나운서, 김병지 전 국가대표 선수의 미숙한 진행과 부조화 등도 시청자들의 불만을 자극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 6월14일자 경향신문 9면

    한편 시청률 조사기관인 TNmS에 따르면 12일 열린 한국과 그리스전의 시청률은 전국 기준으로 평균 59.8%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겨레 5면 기사에 따르면 이는 단일 스포츠 프로그램으론 역대 최고 기록이다. 그러나 지상파 공동중계 프로그램 기준으로 보면, 3사 합계 시청률 74.7%를 보였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한국-벨기에전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3사가 공동중계를 했을 때는 채널 선택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월드컵을 시청했던 가구 가운데 상당수가 이번 월드컵 때는 다른 채널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다.

    한국축구 펄펄 날 때…예능·드라마시청률 큰 하락 없어

    SBS가 월드컵을 단독중계한 시각 타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는 월드컵 경기에 맞서 ‘의외의 선전’을 했다. 조선일보 25면 보도에 따르면 종영을 앞둔 KBS 2TV <수상한 삼형제>는 일부 방송 시간대가 그리스전과 겹쳤음에도 20.5%란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그리스전과 동시간대 방송된 KBS 1TV <거상 김만덕>, 2TV <연예가중계>, MBC <민들레가족> 시청률도 모두 4∼6%대로 평소보다 약 5∼7%포인트 정도 하락해 예상보다 적은 하락폭을 보였다.

    또 MBC <무한도전>은 SBS가 그리스전 직전 편성한 특집 프로그램 <승리의 함성>보다 10%포인트 높은 17.5%로, 지난주 방영분(16.1%)보다 오히려 시청률이 더 높았다. KBS와 MBC 뉴스 프로그램도 시청률 하락폭이 각각 6%, 1%포인트로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 SBS가 12일 단독중계한 한국과 그리스와의 월드컵 경기 시청률은 59.8%(TNmS 집계)로 역대 월드컵 경기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13일 시청률조사기관 등에 따르면 그리스전 경기는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한국과 벨기에의 경기(74.7%·AGB닐슨)보다 약 15%가량 낮았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SBS가 월드컵을 단독중계하면서 시청자들이 다른 채널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중계권 없이 방송 ‘논란’

    월드컵 중계권이 없는 북한이 조선중앙TV를 통해 남아공월드컵 경기를 무단으로 방송했다. 경향신문 9면 보도에 따르면 조선중앙TV는 12일 오후 9시10분부터 1시간20분 동안 전날 열린 남아공-멕시코 개막전을 녹화로 중계방송한 데 이어 13일에도 전날 치러진 우루과이-프랑스전,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을 각각 54분, 1시간20분씩 편집해 방송했다.

       
      ▲ 6월14일자 경향신문 9면

    같은 날 치러진 한국-그리스전만 방송하지 않은 셈인데 조선중앙TV는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 방송을 시작하며 “이 두 팀과 같은 B조에 남조선, 그리스팀들이 망라돼 있다”고 짧게 소개하면서 “14일 오후 9시10분에 그리스-남조선전을 방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SBS 측은 “최근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과의 협상이 전면 중단된 상태라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화면을 확보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이는 FIFA와 북한 사이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에 대응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SBS와 북한의 조선방송위원회는 월드컵 중계권 문제를 놓고 수차례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다가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협상이 전면 중단되면서 정부가 “방송 전파도 대북 반출 승인대상”이라며 “월드컵 경기화면 무상 제공은 사실상 불가”라는 원칙을 내세워 결국 무산됐다.

    "KBS 수신료 올리려면 참된 공영방송임을 보여라"

    정연우 세명대 교수(광고홍보학)가 "국민적 동의 없이 밀어붙이는 수신료 인상"에 반대 뜻을 밝혔다.

    KBS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는 근본 요인은 재원이 부족해서이거나 상업적 경쟁 때문이 아님은 말할 나위 없다. 권력에 장악되어 가고 있긴 하지만 수신료 한푼 없이 광고수입으로 운영하는 MBC를 국민들이 더 신뢰하는 것만 봐도 단박 알 수 있다. 권력의 측근이 사장으로 내려와 있는 KBS는 이미 공영방송이 아니라 관영방송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비판과 감시는커녕 권력에 대한 찬양과 홍보에 앞장선다. 방송의 공영성은 공정성의 회복 없이는 말할 수 없다. KBS는 취재하러 갔다가 카메라의 로고조차 가려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방송사다. 불공정 보도에 대한 국민들의 항의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공영성을 강화하겠다며 국민들 호주머니를 흘낏거리니 낯이 보통 두꺼운 것이 아니다.

    정 교수는 "월드컵이라는 지구촌 축제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시기를 택한 것도 치졸하다"고 지적한 뒤 "정치적 독립 없이 공영방송은 불가능하다. 권력의 품에서 나와서 국민의 품으로 돌아 오라. 그런 다음 공영성을 더욱 강화하고 국민적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6월14일자 경향신문 31면

    한겨레도 사설 <정부·한국방송, 수신료 인상 요구할 자격 없어>에서 한국방송이 진짜로 할 일은 신뢰를 회복하는 데 온 힘을 쏟는 것이고 특히 친정부 편향을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노력이 열매를 맺을 때 수신료 인상의 여건도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여론조사 "전문가 76%…KBS 공정성, 참여정부때보다 악화"

    국민의 반수 이상이 KBS 보도가 공정하지 않다(56.2%)고 보고 있으며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수신료 인상에 반대(80.2%)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는 언론개혁시민연대, 공공미디어연구소와 함께 지난 9∼10일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1면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한겨레가 전문가 300명(언론학자, 기자, 피디 각 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10명 가운데 7∼8명(76.7%)은 현 정부 들어 KBS의 정치적 독립성과 보도 공정성이 이전 정부보다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KBS가 정부나 권력기관, 자본으로부터 독립돼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89.3%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 6월14일자 한겨레 1면

    수신료 인상에 대해서는 전문가 58.3%가 인상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는데, 기자들의 반대 비율이 가장 높았고(74%) 학자들은 유일하게 반대(47%)보다 찬성(52%) 의견이 더 많아 눈길을 끌었다. 이번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이다.

    경찰, 제2 조두순 사건 조직적 은폐?

    경찰이 ‘제2 조두순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한국일보가 1면과 14면에서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경찰이 범인 검거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무리수를 둔 데는 부산 여중생 납치·성폭행·살인사건인 김길태 사건의 부담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했다. 여론의 질타를 받은 김길태 사건 때 재발 방지를 약속한 지 3개월여 만에 유사한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이 터지자 ‘경찰은 도대체 뭘 했느냐;는 비난과 여전히 부실한 성폭행범 관리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을 우려해서가 아니냐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한국일보 보도 직후 지난 9일 강희락 경찰청장은 영등포서를 방문해 "비공개인데 왜 상부의 허락 없이 언론에 나갔느냐"며 사건의 공개 경위를 따졌다. 또 보도직후 한 경찰 관계자가 "아이 아버지가 흥분해서 소송을 하겠다고 한다"며 거세게 항의했지만, 피해자 아버지는 한국일보 기자에게 "경찰이 언론에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조선 "TK·고대 편중인사 2년간 심화"

    현재 청와대 비서관(1급) 이상 61명 중 광주·전남 출신은 0명이다.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땐 광주·전남 출신이 2명이었으나 그마저 종적을 감췄다. 전북 출신이 7명이라는 걸로 청와대는 ‘호남 괄시’라는 비난을 비켜가려 할지 모른다. 그러나 청와대 비서관들 중 TK 출신이 2008년 10명에서 올해 16명으로 60%나 늘어난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까.

    조선일보가 1면과 6면에서 이명박정부의 인사 편중 문제를 다뤘다. 보도에 따르면 주요부처 장·차관급 이상 99명 가운데 TK 출신은 2008년 18명에서 올해 24명으로 33% 늘었다. 호남 출신은 같은 기간 16명에서 17명으로 1명 늘었고, PK 출신은 18명에서 12명으로 줄었다. 285명의 공기업 기관장들 중 TK는 20.4%(58명), PK(59명)는 20.7%, 호남은 13.7% (39명)다.

       
      ▲ 6월14일자 조선일보 6면

    인사 편중문제는 학벌과도 관련돼 있다는 게 조선일보 분석이다. 청와대 비서관 이상 61명 중 이명박 대통령이 졸업한 고려대 출신은 2008년 7명에서 올해 12명으로 71% 늘었다. 중앙부처 장·차관급 99명 중 고대 출신은 2008년 11명에서 올해 19명으로 늘었다.

    조선일보는 "2008년 초기 이명박 정권을 가장 괴롭힌 야권의 구호 중 하나가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정권’이었다. 당시 정권은 반성을 다짐했다. 하지만 집권 중반기를 넘어서고 있는 지금 ‘고소영’현상이 되레 심해지고 있다"며 "편중 인사가 이번 선거의 결정적 패인 중 하나" "지역과 세대, 학벌을 통합하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말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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