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섭거부는 기본, 직장폐쇄는 옵션"
    By 나난
        2010년 07월 01일 05: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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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시행을 빌미로 한 노조 탄압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임금 및 단체협약 갱신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노조에 대해 직장을 폐쇄하는가 하면, 교섭 지원 간부에 대해 ‘무단결근’을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용역업체 동원 직장 폐쇄

    구미의 반도체․부품 제조업체인 KEC는 지난 30일 새벽 노조가 단협 갱신을 요구하며 9일째 전면파업을 이어오자 기습적으로 용역업체 직원을 공장에 투입해 직장을 폐쇄했다. 회사 측은 “타임오프제 관련 쟁의행위로 인해 정상적 경영이 불가능하다”며 직장폐쇄의 이유를 들었다.

    이날 용역업체 직원 400여 명은 새벽 2시경 구미공장과 공장 내 기숙사에 들어가 조합원들을 공장 밖으로 내쫓았다. 이 과정에서 양태근 금속노조 KEC지회 부지회장이 용역업체 직원에 폭행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여성 조합원이 용역업체 직원에 의해 기숙사에 2시간여 동안 감금되기도 했다.

       
      ▲ KEC는 30일 새벽 ‘단체협약 갱신’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조합원들에 맞서 공장을 폐쇄했다.(사진=금속노조)

    용역업체 직원들은 노조의 농성천막 15동도 강제로 철거했다. 그리고 한 시간 후 회사 측은 공장을 폐쇄했으며, 조합원들의 노조사무실 출입도 봉쇄했다. 1일 현재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500여 명은 공장 밖에서 “직장폐쇄 철회, 임단협 갱신”을 요구하고 있다.

    KEC 노사는 지난 4월부터 △전임자 처우 보장 △임금인상 등을 놓고 10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회사 측이 전임자 문제와 관련해 “법에서 한도를 정한 전임자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해 교섭은 제자리걸음을 거듭해 왔다.

    노조에 60억원 손배 청구도

    이에 KEC 노조는 지난 6월 9일부터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부분파업을 벌여왔으며, 지난달 21일부터는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회사 측은 “불법 파업이시에 참가자를 징계하겠다”는 내용을 담화문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전달했으며, 노조에 대해 60억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입장도 밝혔다.

    금속노조는 KEC 노사가 극한 대립으로 치달은 것에 대해 “노동부의 부당한 개입”때문이라며 이를 비난하고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최근 KEC 공장에는 노동부 직원이 상주하며 노조의 각종 행사를 감시하는 것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또 대구지방노동청 구미지청이 지난달 28일 회사에 “7월 1일 이후 근로시간면제시간 및 인원한도를 초과하여 유급을 인정하거나 편법적으로 노조운영비를 원조하는 경우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돼 법적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금속노조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지도점검을 실시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며 “노사 간 갈등을 중재해야 할 노동부가 도리어 싸움을 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오는 2일 구미 KEC 공장 앞에서 ‘KEC 파업투쟁 승리를 위한 금속노조 간부결의대회’를 진행하며 “부당한 직장폐쇄 철회 및 임단협 갱신”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부산의 S&T그룹은 지난 4월 7일 임단협 교섭을 시작했지만, 5월 26일부터는 회사 측이 교섭에 불참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교섭이 시작되면 전임자뿐만 아니라 노조 간부의 상근을 인정하며 교섭 지원을 허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전임자 5명을 제외한 9명의 간부에 대해 무단결근이라며 인사위원회에 회부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에 대해 5, 6월 두 달간 임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임시총회에 불법딱지

    여기에 지난 5월 25일 열린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위한 조합원 임시총회에 대해 불법딱지를  붙이고 참가자에 대해 징계할 것을 공고했으며, 생산현장의 ‘파트장’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 아울러 지난달 29일에는 파트장에게 “노동조합을 탈퇴하지 않으면 직위해제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에 14명의 파트장이 노조를 탈퇴했다.

    금속노조 S&T지회는 “사업주들은 노조가 인정하지 않고 있는 소위 타임오프를 오히려 노조탄압의 빌미로 삼고, 온갖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이는 불법적 노조말살 기도”라고 비판했다. 지회는 1일과 2일 자동차 부품제조부문인 민수부문에 대해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하며, 2일 회사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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