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거운 파격, 교육청이 활짝 열렸다
    "무상급식, 혁신학교 반드시 이룰 것"
    By mywank
        2010년 07월 01일 10: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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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위적으로만 느껴졌던 서울시교육청의 정문이 1일 오후 학생, 학부모, 교사들에게 활짝 열렸다. 학교가 끝나자 교복을 입고 달려온 학생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재촉하던 학부모, 참교육을 꿈꾸는 교사들이 향한 곳은 곽노현 제18대 서울시교육감의 취임식이었다.

    "감옥이 아닌 학교에 가고 싶어요"

    "감옥이 아닌 학교에 가고 싶어요", "등교시간이 너무 빨라요", "보충수업을 선택제로 바꿔주세요"…. 곽노현 교육감 취임식장 곳곳에 적힌 깨알 같은 소망들은 첫 민주진보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기대감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311석 규모의 서울시교육청 11층 대강당은 취임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으며, 미처 행사장에 들어오지 못한 이들은 별도로 마련된 공간(150석)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곽노현 교육감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곽노현 교육감의 취임식에 각계 인사들뿐만 아니라, 학생, 학부모들이 대거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당선자 시절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초정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곽 교육감의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신청을 했다. 

       
      ▲곽노현 교육감이 2부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타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들이 취임식을 찾은 이유는 다양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곧바로 취임식장을 찾았다고 밝힌 문 아무개 양(고1)은 “곽노현 교육감 공약 중 강제 야간자율학습을 금지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말씀을 하실지 궁금해서 오게 되었다”라며 “비록 선거권은 없지만, 지난 선거 때 인터넷에서 곽노현 후보의 공약을 찾아봤는데, 강제 야자 금지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라고 말했다.

    "강제 야자 금지가 제일 맘에 들었어요"

    초등학교 1학년, 4학년 자녀와 행사장을 찾은 한 학부모는 “곽노현 교육감이 그동안의 서울교육감과 많이 다른 분이어서, 기대를 걸고 있다”라며 “오늘 교육 문제에 대해 어떤 말씀을 하실지 궁금해서 오게 되었고, 아이들에게도 기억에 남은 일이 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오후 6시부터 취임식 뒤풀이(2부) 행사로 열린 ‘교육감과 함께하는 깨소금 토크쇼’는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은 곽노현 교육감에게 교육 문제 등에 대한 생각, 바람 등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이날 토크쇼의 주된 주제는 ‘꼴지’였다. 경쟁교육을 지양하는 민주진보 교육감만이 할 수 있는 시도였다. 초대 가수로 나온 ‘한돌’은 참석자들과 ‘꼴찌를 위하여’를 함께 부르자, 곽노현 당선자 취임준비위원장으로 활동했던 박재동 화백은 자리에서 일어나 “저도 전교 1등을 한 적도 있고, 전교 꼴등을 했던 적도 있다”라고 말하며 행사장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깨소금 토크쇼’였다 (사진=손기영 기자) 

    토크쇼의 참석한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은 “지난 해에는 공부를 못해도 제 자신이 그렇게 못나 보이지 않았다”라며 “하지만 고3이 되니까 선생님한테 ‘성적이 안 되니까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다’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제 자신이 다른 친구들에게 뒤처지는 것 같고, 꼴지가 된 기분이 들어 못나 보인다”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참석자와 함께 타악기를 두드린 교육감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김수연 씨는 “아이와 정상적인 대화를 하다가도, 성적표가 나오면 둘 다 공황 상태가 된다. 그럴 때면 옆집 엄마가 와서 ‘우리 딸이 1등했다’고 자랑한다”라고 말했다. 또 이날 토크쇼에서는 장애인 학생도 참여해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어울려서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라며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곽노현 교육감은 “오늘 정말 행복했다. ‘꼴찌를 위하여’ 노래의 가사 하나하나가 저를 일깨워줬다”라며 “학생, 학부모들의 고민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면서, ‘사람이 꽃처럼 아름다워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답했다.

    곽 교육감은 이날 토크쇼에서 학생,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일일이 메모하면서, 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으려고 노력했으며, 참석자들과 함께 타악기를 연주하며 흥을 돋우기도 했다. 이 밖에도 2부 행사에는 가수 가야랑, 한빛 빛소리 합창단의 공연과 개그맨 노정렬 씨의 역대 대통령 성대모사, 학교 현실을 고발한 영화 ‘고死’가 상영되기도 했다.

       
      ▲취임식에 참석한 학생, 학부모들의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이에 앞서 오후 5시부터 1부 행사로 열린 취임식에서, 곽노현 교육감은 행사장에 오며 소망했던 ‘꿈’을 들려주면서 취임사(☞전문보기)를 낭독했다.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저는 오늘 교육감 취임식에 오면서 꿈을 꾸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행복한 학교, 우리 학부모님들이 기쁜 마음으로 보내는 신나는 교실, 아이들이 보고 싶어 새벽마다 일찍 일어나는 열정적인 선생님, 아이들을 쓰다듬고 선생님을 격려하고, 학부모님의 말씀을 경청하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교장선생님을 꿈꾸왔습니다.”

    곽 교육감은 "우리 교육의 지표를 재정립하고 기초를 다시 세워야 할 때"라며 "교육자치 원년, 교육 대전환의 닻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획일주의 서열경쟁의 구태를 벗고, 모든 학생들이 지덕체의 건전한 인성을 함양하며, 가정적 배경과 관계없이, 저마다의 적성과 소질에 따라, 고르게 배움의 보람과 성장의 기쁨을 느끼며, 우애와 환대의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곽 교육감은 또 서울교육 개혁을 위한 교육 주체들의 연대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선진국형 혁신교육, 포기 없는 책임 교육, 대물림 끊는 희망교육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런 교육, 학교는 결코 꿈만이 아니다”라며 “학생과 교사, 학부모, 교육 당국 4대 주체가 합심하면 얼마든지 이뤄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서울형 혁신학교와 친환경 무상급식 시행에 대한 뜻을 거듭 밝히기도 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이해찬 전 국무총리, 김근태 전 민주당 의원, 함세웅 신부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으며, 이날 이주호 차관은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축하메시지를 낭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취임사를 하고 있는 곽노현 교육감 (사진=손기영 기자) 

    이 대통령은 축하메시지에서 “대한민국이 반세기 동안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교육의 힘 때문이었다”라며 “우리 교육은 21세기를 대비하기 위해 선진화 교육으로 나가야 한다. 이는 교육 개혁을 통한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 "공교육 바로잡는데 앞장서 달라"

    이 대통령은 또 “정부는 교육시스템의 선진화 기반을 만들어왔다.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온 국민의 바람”이라며 “교육 당국과 일선 학교에서 공교육을 바로 잡는데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곽노현 교육감의 취임식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 공정택 전 교육감의 경쟁교육에 시달린 서울 시민들의 요구들이 한데 모아진 자리였다. “학교를 무지개 색으로 칠해 달라”는 한 초등학생부터 “사립학교가 이전되지 말게 해달라”는 성미산마을 주민들의 바람까지 다양했다. 첫 민주진보 서울교육감의 취임은 서울 시민들에게 새로운 교육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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