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프-독, 민주화와 이념 각축
        2010년 06월 12일 12: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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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책 『유럽 민주화의 이념과 역사-영국, 프랑스, 독일』(강정인 등, 후마니타스, 16,000원)은 유럽에서 민주주의가 어떠한 역사적 경험과 이념들 사이의 각축의 과정을 통해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도입되었는지 살펴보는 책이다.

    민주주의를 목적론이 아니라 과정론을 통해 살펴보는 것으로 이번 책에는 나름의 민주주의의 역사를 지닌 영국과 프랑스, 독일이 소개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민주화’라는 목표가 있었던 반면, 이들 유럽의 나라들에서는 자유주의와 공화주의, 사회주의의 각축의 과정의 결과로서 민주주의가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크게 구분됨을 강조한다.

       
      ▲책 표지 

    이런 관점은 민주주의의 내용과 실천에 대한 이상화된 시각과 비교해 현실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으며, 어떤 과정을 통해 사회에 뿌리내리게 되었는지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영국·프랑스·독일 3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나타난 다양한 정치 이념들을 검토하며, 이런 이념들이 어떤 상호 각축과 경쟁·갈등·협력을 통해 민주주의를 만들어 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를 위해 영국에서는 자유주의, 프랑스에서는 공화주의, 독일에서는 사민주의가 중요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들 이념들은 각국의 민주화 과정을 추동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민주주의와 갈등을 빚으며 경쟁을 하기도 했다. 초기의 자유주의자들은 ‘뛰어난 자에 의한 계몽과 지배’를 이상으로 했지만 그들의 관점으로 결코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 인민들에 의해 통치되는 민주주의 사이에서 갈등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이 책은 민주주의 체제가 형성되는 과정을 다룬 역사 연구에서 “이념적 공백”을 채우고 있다. 기존의 민주주의 정치체제 형성사 연구의 절대 다수는 보통선거의 도입과 확장, 정당의 발전과 정당 체제의 등장, 대통령제와 의회제와 같은 헌정 체제의 제도화, 양차 대전과 같은 전쟁의 역할 등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반면 이 책은 자유주의, 공화주의, 사회주의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왜 자유주의는 영국 민주주의를 추동하는 중심 이념으로 기능할 수 있었는지, 왜 그 역할을 프랑스에서는 자유주의보다 공화주의가 더 하게 되었고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는 공화주의와 관련해 어떤 갈등을 만들어내게 되었는지 등을 살펴보며 국내 비교 민주주의 역사 연구에 중대한 기여를 한다.

    1장은 영국 민주주의의 신화와 역사를 살펴본다. 이 글은 영국 민주화의 기점을 19세기로 설정하고, 19세기에 민주화를 이끈 주요 요인들을 의회 개혁(특히 선거법 개혁), 종교적 차별의 폐지, 자유주의 이념 등으로 보고 이 용인들이 민주화 과정에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살펴본다.

    2장은 프랑스 민주주의의 형성과 발전, 그리고 그 공고화 및 심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둘러싸고 프랑스에서 전개된 다양한 정치 문화들의 이데올로기적 투쟁과 그 전개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3장은 영국, 프랑스와 달리 1871년 통일이 되기까지 느슨한 국가 합체에 머물르며 국민국가 형성을 위한 기본적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독일이 통일 과정과 맞물려 민주주의를 진행한 과정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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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강정인 – 캘리포니아 주립대(버클리)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서구중심주의를 넘어서』(2004)를 펴냈으며, 역서로는 『군주론』(2003) 등이 있다. 최근에는 ‘한국정치사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 ‘동서양 비교정치사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오향미 –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정치사상 전공으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독일 헌정주의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화용 –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조교수이며, NGO대학원 원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최근의 연구 관심은 글로벌 거버넌스의 민주화, 지구시민사회 등으로 이에 관한 글을 준비하고 있다.

    홍태영 –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방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 관심은 근대 국민국가의 다양한 측면들, 특히 국민적 정체성의 형성과 탈근대의 정체성의 정치 등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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