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공사 일부 대의원들 민주노총 탈퇴 결정
    By 나난
        2010년 06월 11일 03: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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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한국공항공사노조(위원장 이대경) 일부 대의원이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민주노총 탈퇴를 결정했다. 숨바꼭질 하듯 대의원대회 장소도 일부 대의원에게만 문자 메시지로 전달됐으며, 의장인 위원장마저 참석하지 못했다.

    한국공항공사노조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대의원의 요청에 따라 오는 21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예고한 상태에서 ‘그들만의 대의원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또 노조 규약상 ‘연합단체 탈퇴’는 ‘조합원 총회를 통해서’만 가능뿐 대의원대회 결의 사항이 아니다.

       
      ▲ 11일 이대경 한국공항공사노조 위원장과 일부 대의원이 임시대의원대회 장소에 들어가려하자 청원경찰들이 이를 저지했다.(사진=이은영 기자)

    11일 오전 11시경 애초 임시대의원대회 장소로 예정됐던 서울 김포 공항공사청사 2층 대회의실은 청원경찰들로 가로막혔다. 이대경 위원장과 집행부, 일부 대의원은 대의원대회 참석을 위해 대회의실로 들어가려 했으나 청원경찰들과 몸싸움만 일어났을 뿐 참석조차 못했다.

    이를 두고 노조는 “회사의 지배개입”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의 대의원대회를 회사의 청원경찰이 출입을 저지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 홍보실 관계자는 “해고자들이 난입해 대의원대회를 방해할 수 있기에 시설보호 차원에서 청원경찰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의원대회 참석 대의원은 모두 11시 전에 회의장으로 들어갔고, 위원장 등은 대대 안건이 이미 처리된 11시 이후에 들어가려했기에 막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회사, 청경 동원 집행부 출입 막아

    노조에 따르면 청원 경찰은 이미 9시경부터 회의장 출입구를 봉쇄하고 있었으며, 대의원대회 역시 애초 예고됐던 대회의실에서 개최되지 않았다. 이날 대의원대회는 서울 김포의 인근 한 호텔에서 진행됐으며, 전체 대의원 36명 중 25명이 참석해 23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규약 위반의 대의원대회를 인정할 수도 없으며, 당연히 그 결과도 인정할 수 없다”며 “원천무효”라 주장하고 있다. “법정 대응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 28일 조합원 80%의 찬성으로 ‘연합단체 탈퇴는 조합원 총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노조 규약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18명의 대의원은 노조에 ‘연합단체 탈퇴에 관한 건’과 관련해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요청했다. 노조는 지난 7일 규약에 따라 오는 16~17일 조합원 총회에서 ‘연합단체 탈퇴’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21일 총회 결과를 논의할 것을 공고했다.

    하지만 대의원대회 소집을 요청한 일부 대의원은 임시 대의원대회 전에 조합원 총회가 개최되는 것을 이유로 “규약 절차에 맞지 않는다”며 그들만의 임시대의원회를 11일 개최하고, 탈퇴를 결의했다.

    하지만 대의원대회 장소 변경시 규약에 따라 3일 전에 재공고하여야 함에도 이는 실행되지 않았다. 위원장은 물론 노조 집행부는 이날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장소가 변경됐음을 인지했다.

    노조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노 갈등이기보다는 공사의 지배개입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회사는 노조가 “불법 대의원대회이므로 근무협조와 장소제공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일 관련 부서장에게 “대상 직원들이 (임시 대의원대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근무 면제, 방송시설, 회의장소 제공 등을) 조치해 주시기 바란다”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회사측 치밀하게 준비, 적극 개입

    여기에 노조는 이번 민주노총 탈퇴가 하반기 예고된 구조조정을 손쉽게 진행하기 위한 공사 측의 “노조 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공사는 지난 2008년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305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만 해도 하청업체로 분사된 수만도 130여 명이며, 15명이 해고됐다.

    올해 하반기에도 80여 명의 구조조정이 예고된 상태다. 이에 노조는 “구조조정을 앞두고 노조 무력화를 실행하기 위해 민주노총 탈퇴를 꾀한 것”이라며 “공사는 2008년 당시 400억의 흑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선진화 지침에 따라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공공기관 경영평가 역시 이번 사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공사의 사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기업 임원진에 대한 경영 평가를 통한 청와대 눈치보기가 작용했을 것”이라며 “노조 죽이기를 통해 경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측은 1,100명의 조합원의 대표기관인 노동조합이 이번 임시 대의원대회는 불법인 것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리도록 전적으로 도와준 것”이라며 “연합단체 탈퇴는 일부 대의원과 사측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조합은 조합원을 믿고 하반기 구조조정을 막아내고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다음주 16일부터 조합원총회를 진행 할 것”이라며 “조합원의 대표이기를 포기한 일부대의원들과 사측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조합원의 이름으로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준비위는 “장소변경, 절차 등 노조 규약을 위반한 대의원대회는 효력이 없다”며 “의장 없이 치러진 대회 역시 무효”라고 비판했다. 노조 규약에 따라 대의원대회 의장은 노조 위원장이 맡게 돼 있다.

    준비위는 이어 “약간의 법률적 상식만 있어도 누구나 공항공사노조 대의원대회는 불법이고, 무효인 것은 알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비호와 지원으로 민주노총 탈퇴 공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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