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의 핵심은 ‘심상정’이 아니다
        2010년 06월 11일 03: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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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현재의 진보신당 문제’의 핵심이 심상정 후보의 사퇴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먼저 심상정 전대표의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그의 생각을 비판하고자 한다.

    심상정의 선택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

    첫째, 시대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이다. 지금의 정치사회지형은 민주 대(對) 반민주라는 87년 체제에 있지 않다. 극단의 경쟁논리를 기반으로 하는 한나라당, 민주당 대(對) 노동, 생태, 민생, 복지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이 경쟁하는 97년 체제에 있는 것이다.

    분명 이번 선거에서 ‘반MB’ 바람이 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착시현상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보수정책을 잊도록 만들어준 이명박 대통령의 막무가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극적인 자살, 민주당마저 진보좌파로 규정하는 극우보수의 무식함이 빚어낸 착시현상인 것이다.

    둘째, 시대규정과 사회흐름 사이에 괴리가 발생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이다. 나는 이것을 운동과 정치의 딜레마라고 생각한다. 나는 진보정당은 때에 따라서는 운동을 선택하고 또 때에 따라서는 정치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운동이냐 정치냐를 선택하는 문제가 불변의 원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 지켜야 할 것은 있다. 그 판단을 내릴 때 과연 진보의 대의에 충실한가 하는 문제다. 국민참여당 유시민을 지지한 것이 진보의 대의에 충실했는가 하는 점에서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멀리 지난 정권으로 갈 것도 없다. 이번 5+4회의에서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반대한 것이 누구였던가.

    셋째, 전술적으로도 실패한 판단이었다. 후보를 사퇴했음에도 경기도에서조차 진보신당의 정당득표율이 개선되지 않았다. 미리부터 대놓고 유시민 선거운동을 했던 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였다. 정당득표도 민주당에 휩쓸려갔다.

    넷째, 다음에 오는 선거들은 어찌할 것인가이다. 2012년 총선, 그리고 대선에서도 이번 선거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큰데, 도대체 진보신당은 어찌해야 하는가. 민주노동당처럼 ‘반MB’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면 되는가. 만약 201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재집권하면 그 이후 5년은 또 어찌해야 한다는 말인가.

    나는 이번 심상정 후보의 사퇴가 주는 정치적 함의가 당장만의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브라질의 룰라가 중소기업과 손을 잡고 집권할 수 있었던 것처럼, 진보정치가 집권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계속 발생할 노선의 문제라고 판단한다.

    심상정 후보는 그것을 진보신당에 던진 것이다. 그렇기에 심상정 후보의 사퇴를 둘러싼 평가는 더 깊고 오래갈 것이라고 본다.

    진보신당의 핵심문제, 실천이 없었던 것

    진보신당이 실천하지 않았다는 평가에 대해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무슨 소리야.”하고 반응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여기서 말하는 실천이란 전당적 실천을 말함이다.

       
      ▲ 지난해 열린 진보신당 ‘당원한마당’ 모습 (사진=정상근 기자)

    진보신당은 창당과 함께 당원들이 아래로부터 폭발적인 열정을 보여주었다. 당원소풍, 까발리야호 같은 참신한 아이디어가 솟구치고 실천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춧불시위 때는 칼라TV를 중심으로 맹활약을 하며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딱 그 때까지였다. 창당한 지 2년도 되지 않은 진보신당은 조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100년 넘은 진보정당처럼 행동했다. 중앙당과 몇몇 시도당, 그리고 일부 당협들이 진행하는 최소한의 실천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녹색과 4대강, 청년실업, 문화부 사태 등의 사안에 대해 진보신당은 그 어떤 전당적 방침도 없었다. 간혹 만들어진 실천은 시도당이나 당협이 참여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다.

    또한 탈당하고 바깥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계획도 설득도 없었다. 진보신당에 운동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열정으로 넘치던 당원들은 심드렁해졌고, 당원게시판은 죽었고, 당은 무기력해져 갔다.

    일상 시기에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면서 선거 시기에 표 받기를 기대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진보신당에게 그만큼이나 표를 주고 당선시킨 것은 오히려 고마운 일인 것이다.

    운동과 조직은 핵심으로부터 주변으로 가는 것이다. 진보신당의 핵심은 1만5천의 당원이다. 그 핵심이 튼튼하게 구축되지 않았는데, 당 바깥이 모이겠는가. 그들의 열정과 희망을 선거 시기에만 끌어내려고 해서 진보신당은 패배한 것이다.

    열정이 넘치던 당원들을 일상시기의 실천을 매개로 묶었어야 했다. 그렇게 당원들을 묶어 전당적인 실천을 했어야 했다. 그것을 통해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를 했어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솔직히 왜 노회찬 대표와 심상정 전대표가 그 점에 대해 간과했는지 궁금하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지도력인데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책임을 묻고 싶지 않다.

    새로운 진보정당운동 준비위 해산의 오류

    나는 그것을 선도탈당파인 ‘새로운 진보정당운동 준비위’의 해산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한다.

    선도탈당파는 민주노동당 분당과정에서 노회찬과 심상정으로 대표되는 흐름과 격렬하게 갈등을 했었다. 그래서 진보신당 창당이 결정된 뒤에 곧바로 해산했다. 노회찬, 심상정 및 그 흐름과의 대립각을 제거하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뜻이었다.

    지금 나는 그것이 오류였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선도탈당파 집행부의 한 사람이었던 내 자신을 반성한다.

    선도탈당파는 민주노동당 분당과정에서 제출했던 ‘진보의 재구성, 보다 녹색으로 보다 적색으로, 노동정치의 재구성 등’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았어야 했다. 또한 진보신당의 전당적 실천을 위해 모범을 보이면서 앞장섰어야 했다.

    나는 이번 선거 평가가 심상정 후보 사퇴에 대한 평가만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한다. 당의 정비를 통한 실천체계의 구축, 그러한 열정의 추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평가와 함께 국민을 향한 실천이 병행되어야 한다.

    여전히 고통당하는 4대강, 고통당하는 비정규직 등을 향해 깃발을 들고 나가야 한다. 그 깃발 밑에 당원들을 최대한 결집시켜야 한다. 정치적 수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당이 온몸으로 나서야 한다.

    끝으로 이번 선거평가를 계기로 진보신당 내에 다양한 모임과 흐름이 조직화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각자의 노선을 드러내놓고 실천으로 경쟁하고 당원들의 선택을 받아나가기를 기대한다.

    나도 물론 그 중의 어느 한 흐름에 서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구와의 갈등(갈등하지 않는 당은 정체한다는 것을 진보신당은 뼈저리게 확인했다)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설혹 그 사람이 지난 시기 함께 풍찬노숙 했던 동지였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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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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