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전략 버리고, 통합적 사고하자"
    2010년 06월 11일 03: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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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다양한 관전평들이 쏟아지고 있다. 소위 범야권 민주·개혁·진보 연합세력(중도-좌파 연합)은 전반적으로는 승리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하면서도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패배로 아쉬워하고 있다.

특히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가 단일화의 조건에 동의하지 못하고 독자출마하면서 표가 분산된 것이 패배의 한 이유로 지목되면서 인터넷 사이트 여기저기에서 논란이 뜨겁다. 반면에 야권 연합 후보가 곳곳에서 선전하고 기초자치단체 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 출신의 후보가 당선되는 등 연합정치의 신선한 성과들도 있었고, 개혁적,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 후보들이 전국적으로 대거 당선됨으로써 교육개혁에 대한 기대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 출범식 장면.(사진=레디앙)

여러 가지 평가들이 가능하겠지만, 진보적 입장에서 역시 중요한 문제는 중도-좌파 연합의 가능성과 한계를 평가하는 것일 것이다. 여기서 서울시장 선거의 결과는 많은 것을 고민하게 만든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진보신당 후보의 출마로 표가 분산되면서 민주당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에게 간발의 차이로 패배했다.

진보신당의 독자후보를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선거에서 정당이 자기후보를 내고 정책을 알리고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든가, 패배한 후보가 자기 실력의 한계를 탓을 해야지 남의 탓을 하면 되겠느냐는 원칙적인 얘기들도 나오고, 사전 여론조사에서 큰 격차가 나는 것으로 보도되어 이렇게 아슬아슬한 결과가 나올 줄 몰랐다거나 민주당 후보가 끝까지 단일화에 성의를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모두 일면 수긍이 가는 얘기다.

독자후보 노선, 대중에게 실망 안겨줘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저런 변명을 넘어서 이명박 정권의 권위주의적 통치와 실정에 공동대응해야 한다는 연합정치의 분위기가 대중적으로 확산된 가운데서, 독자후보 노선을 끝까지 밀고나간 것은 결과적으로 대중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줌으로써 진보신당의 차후의 입지를 좁혀놓은 것은 분명하다.

민주당과 진보신당은 노선과 정책이 근본적으로 달라서 연합하기가 어렵다거나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진보적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식의 강한 반응들도 나오는데, 이러한 태도는 진보정치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민주당이 노동정책, 비정규직 문제, FTA전략 등에서 친자본적, 시장자유주의적 성향을 보여왔고, 이것이 민주당과 진보정당들 간의 중요한 이념적, 정책적 차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집권 이후 보다 강력한 친자본적 시장자유주의적 정책들이 추진되고 이 과정에서 정부와 노동자들 간의 대립이 더욱 격화되었다는 점을 볼 때,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식의 논리는 별로 설득력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드러났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은 정치적으로도 반자유주의적, 권위주의적, 독단적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란 어차피 일정한 양보와 타협을 해나가는 과정이고, 이를 통해 대중적 지지를 넓혀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념적, 정책적 원칙을 지키며 자기만족 하는 소수로 머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선거정치에 참여하여 궁극적으로 집권을 하고자 한다면, 대중의 다수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정당이 대변하고자 하는 계급, 계층, 집단의 이익과 가치를 지키고 차별적인 정책을 통해 정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정치는 이론과 노선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대중은 과학과 원칙에 따라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모순과 계급 적대의 중요성을 논리적, 이론적으로 입증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곧바로 대중의 의식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남북간의 전쟁과 분단의 특수한 역사적 경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한국사회도 훨씬 분화되고 다원화되고 복잡해졌다.

선거정치에서는 선거논리로

또 그만큼 대중들의 인식이나 사고도 다양하게 분화되고 복잡화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거정치에 큰 영향을 미쳐온 것은 선거 국면에서 중심적인 쟁점과 대결구도가 어떻게 나타나는가 하는 점이었다. 물론 정당이 국면적 상황에 끌려다니면서 원칙을 무시하고 정책 논쟁을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지만 특정한 정치적 국면에서 원칙에 대해 유연하게 사고하면서 장기적으로 대중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고민하는 것이 정당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한다. 진보정당이 집권을 위해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층은 결국 지금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는 층, 심지어 영남지역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는 층이 아닌가?

한국 정치의 역사를 보면 사실 정당 간의 정책적 차별성을 대중들에게 분명하게 각인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된다. 예를 들어 복지정책은 우파적 방식과 좌파적 방식이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나 규모, 혜택의 범위 등에서 다르지만, 한나라당부터 진보신당까지 모두 복지정책을 얘기하고 있다.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정책은 모든 정당들이 자신들의 중심 정책으로 내세우며 따라서 대중들에게 복지정책들 간의 정책적 차별성을 인식시키기란 쉽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중심적 차이, 중심적 대립의 선을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하면서 지속적인 담론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무상급식 정책의 성공은 이러한 전략의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이러한 성공은 진보정당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역설적으로 중도개혁세력과 진보좌파 세력들 간의 차이를 강조하는 전략이 대중들에게 큰 호소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대중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거기로 다가가려는 노력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대중들은 세세하고 복잡한 정책과 다양한 선택지보다 이해하기 쉽고 분명한 정책과 단순화된 선택지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 연합정치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대중적 정서와 사고방식에 적합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대중적 사고의 한계를 비판하거나 비난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비판과 비난이 곧바로 대중들의 사고의 진보적 전환을 가져다주기는 어렵다.

어차피 대중들이 정당의 노선과 정책의 차이를 분명하게 인식하기 어렵고,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면, 선거연합을 통해서 작은 차이보다 큰 차이를 부각시키면서 대립의 선을 분명히 하는 것이 진보정치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

물론 진보정당의 입장에서는 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에만 관심이 있을 뿐 개혁적, 진보적 정책을 통한 연합에 소극적인 민주당이 불만스러우며 함께 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진보정당의 차별적인 노선과 정책을 분명히 제시하면서 독자적인 지지층을 넓혀나가는 것이 더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정치의 구도 속에서 민주당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으며, 진보정당의 독자적 노선이 지니는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다. 오히려 더 현명한 전략은 장기적으로 민주당이 개혁적 정책정당이 되도록 이끌어내고, 동시에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진보정당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확대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그냥 3%의 지지를 확인하면서 소수로 남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이해하는 수밖에.

민주당 지지는 25%, 진보정당 지지는 10%

현재 대중들의 정당 지지 성향을 보더라도 반한나라당 유권자들 중 25% 내외가 민주당을 지지하며,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전체의 10% 내외에 머물고 있다. 민주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등을 포함하여 중도 및 진보정당 전체에 대한 지지율은 많아야 40% 정도로 모두를 합해야 한나라당의 고정적 지지율 40%와 비슷한 상황이다.

결국 나머지 20% 정도의 부동층이 정치상황에 따라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선거에서 당선자가 가려지고 집권세력이 가려지게 된다. 대중들이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사고의 구도는 일정한 변화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의 대결구도가 중심적이며, 이러한 구도 속에서 대중들은 민주당을 통한 정권교체가 가장 가능성 있고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진보정치에 대한 신뢰와 인정은 여전히 미약하고 유보적이다. 기존 정당들에 대한 견제세력으로서 진보정당이 필요하지만 현실성 있고, 집권 가능하며 믿음이 가는 정당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다수의 정서이다.

현재 다수 대중들의 의식과 사고방식을 본다면, 개혁적, 진보적 이념과 정책들의 차이를 분명하게 구분하는 인식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사회에서 10년이 넘는 진보정치운동을 통해서 그리고 최근 6.2 지방선거를 통해서 우리가 분명히 인식하게 된 것은, 진보정당이 선거정당으로서 스스로 혁신하지 않고 이념적, 정책적 원칙을 내세우면서 중도개혁정당들과의 타협과 연대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점점 더 고립된 소수로 남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냉엄한 현실을 무시하고 개혁과 진보가 서로 대립각을 세우는 데 몰두하는 것은 집권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사고방식의 거시적, 장기적 전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중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쟁점을 가지고 세세하게 현학적으로 논쟁하는 것은 학자들이나 각 정파들의 지도적 집단들 사이에서 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대중들에게는 보수와 분명한 대립선을 보여주는 개혁적, 진보적 사고틀과 담론을 확산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물론 대중들의 의식의 변화를 가로막는 또 다른 제약이 있는 데 그것은 바로 현재의 선거제도이다.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제약하는 법이 문제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더 결정적인 것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1인 다득표자 선출방식과 지역구 선거제도이다. 후보가 3명 이상 나올 경우 과반수 득표를 하지 못한 1위 후보가 당선될 수 있는 데, 결선투표가 없으면 항상 당선가능한 차선의 후보에 대한 지지(소위 비판적 지지)의 요구를 비켜가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는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지역구 선거제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경우 진보정당 후보는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지지표가 사표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비판적 지지’에 대한 요구에 일상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역구 선거제도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지역주의를 강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진보진영에서는 민주적 대표성의 원칙에도 부합하는 결선투표제와 비례대표제로의 개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개혁적 총체프로그램 가져야

이제 선거는 끝이 났고 이제 중요한 것은 과거와 현재의 경험을 교훈 삼아 미래를 향한 진보적 전망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정치적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단순히 지배세력, 기득권세력에 대결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한국사회 변화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면서 개혁적, 진보적으로 전환시켜 나가기 위한 총체적 프로그램을 제시한다는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우선 진보적 전망을 위해 거시적, 역사적인 사회변화의 흐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세계자본주의의 반복되는 위기 속에서 신자유주의(시장자유주의)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공공성과 보편적 복지에 기초한 국가의 시장개입이 시장경제의 조절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분배 문제의 해결, 일상생활의 안전과 환경위기 극복 등을 위해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 공감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현재의 저출산 현상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젊은 세대가 불안정한 삶과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이 곧바로 저출산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중간층 이상의 자녀세대는 부모세대의 부동산, 주택, 주식에 대한 투자의 이득을 사교육과 증여 등으로 물려받으며 다양한 혜택을 누렸지만, 이제 이러한 혜택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탈산업화, 서비스사회화, 정보사회화 등이 진전되어 70% 이상의 경제활동인구가 서비스업에 종사하게 된 데에다가 정부의 비정규직 양산 정책이 맞물리면서 일자리의 불안정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청년 실업이 더욱 증가하면서 급기야 젊은 층의 자살률이 급속히 상승하였다. 청소년들은 입시교육, 경쟁교육, 사교육에 시달리며 경쟁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과 자살이 늘어나고 있다.

일자리와 분배 없는 성장과 이윤추구, 보편적 복지 없는 시장경쟁, 출구 없는 평생 경쟁, 창의성 없는 입시경쟁교육, 환경을 파괴하는 성장제일주의 등이 노인세대에게는 질병과 빈곤의 고통을, 중년세대에게는 퇴직 후의 불안을, 청년세대에게는 일자리 불안을, 청소년세대에게는 성적경쟁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사회의 모습이다.

대중들의 삶의 조건과 상황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고 세대간의 경제적, 문화적 차이도 커지고 있다. 이제 기성세대는 우리의 젊은 세대가 앞으로 어떤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과거의 이념과 사고방식에 얽매이고, 기득권과 이익을 지키려는 태도로는 삶의 패러다임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적절히 대처할 수 없다. 탈시장 복지사회, 탈경쟁 협동사회, 탈성장 친환경사회, 탈전쟁 평화사회, 탈불안 안전사회, 탈권위주의 풀뿌리민주주의사회, 열린 민족주의와 다문화사회를 향한 ‘거시적, 장기적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어내는 것이 개혁-진보 세력의 시대적 과제이다.

대중정치의식과 선거제도라는 조건

그런데 다시 현실로 돌아와 보면, 앞서 언급한 대중들의 정치의식의 구도와 현행 선거제도의 한계가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이며, 이러한 조건 하에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만약 이런 저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중도-좌파 세력들의 내부적 분열을 접어두고 대중들의 삶과 사고의 패러다임을 확실하게 개혁-진보의 방향으로 이끌어 내는 ‘거시적 전환’에 우선적으로 힘을 모아야한다는 대의에 동의한다면, 한국사회에서 개혁과 진보의 미래를 위한 거대한 전환을 위해 새로운 역사적 정치실험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중도-좌파를 아우르는 ‘개혁-진보 연합정당’의 실험이다.

현재의 지역구 중심의 선거제도 하에서 이러한 전환을 가능하게 하려면 개혁적, 진보적 정당들이 하나의 연합정당으로 모여서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다수를 획득해야 한다. 물론 각 정당들은 하나의 당내에서 독자적인 정파로서 활동하고 정파들은 서로 생산적으로 경쟁하고 논쟁하고 타협하고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정치실험인 한, 그 기한은 10년이든 20년이든 서로 협의해서 정하면 될 것이다. 다만 정해진 기한까지는 어떻게든 한 배를 타고 내부에서 생산적이고 건전한 논쟁과 경쟁을 해나간다는 약속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현재의 대중들의 정치의식의 구조를 고려한다면, 진보정당들이 독자적인 노선으로 대중적 지지를 확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이러한 조건에서 개혁진보세력의 지지확대를 위해서는 내부적인 차이를 둘러싼 논쟁과 경쟁 이전에 보수 세력과의 사고틀(패러다임)의 차이를 보다 분명하게 보여주면서 대중적인 사고틀을 개혁적, 진보적 방향으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연합정당의 실험은 대통합의 틀 속에서 현재 대중들의 정치의식을 개혁적, 진보적 방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통합적인 사고틀, 사고구도를 제시하고, 이러한 사고틀을 확산시키고 안정화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 개혁적, 진보적 사고방식이 정치적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개혁적, 진보적 가치가 대중들의 일상적 사고틀로서 공고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연합정당의 형성은 단기적으로 대통합을 통해 대중들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효과와,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 대결의 구도와 선택지를 단순화함으로써, 정권교체와 안정적인 재집권을 지속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보수와 진보 간의 정책 및 가치의 대립선을 분명히 하는 담론투쟁을 통해 개혁적, 진보적 가치가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공고화되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대중들의 정치의식의 틀 속에서 개혁세력과 진보세력이 장기적으로 함께 성공하는 현실적인 길이다.

6.2 지방선거는 그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중도개혁정권 10년을 거치면서 북한에 대한 허위의식이 많이 사라졌고, 이것을 통해 천암함 사태를 이용한 북풍공작이 과거처럼 쉽게 먹혀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광우병 반대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고양된 권위주의적 정치에 대한 거부감, 젊은 층의 정치적 참여의식 등이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선거참여율 상승과 개혁진보세력에 대한 지지로 나타났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반대를 무시하고 밀어붙이고 있는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반감은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다수 국민들의 공감을 형성하였다. 무상급식 논쟁으로 촉발된 교육개혁에 대한 열망이 민주진보단일 교육감 후보에 대한 지지로 나타났다. 그리고 비록 진보신당과의 선거연합 논의가 성공적이지는 못했지만 야권의 선거연합은 이러한 선거결과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중도-좌파 연합정당 또는 개혁-진보 연합정당으로 나아가는 데 한계도 있다는 점도 확실하다. 무엇보다도 민주당의 한계를 지적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여 지지를 얻기 보다는 단순히 한나라당과 집권세력에 대한 반대논리로 반사이익을 추구하는 정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내 구세력과 선 그어야

지방선거에서 평소의 25% 내외의 정당지지도를 훨씬 넘는 지지를 받은 것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이 지지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연합정당의 성공을 위해서는 민주당 내의 구시대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집단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특히 지방의 민주당 정치인들은 다인 선거구를 1인 선거구로 전환하는 지방선거제도 개악을 주도하는 등 기득권 옹호를 위한 반민주적인 행태를 보여 왔고 중앙당과 국회의원들은 이를 묵인해 왔다.

따라서 민주당은 호남의 한나라당이라는 비판을 넘어설 수 있는 분명한 혁신과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연합정당의 성공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진보정당들도 자신들의 노선과 원칙을 장기적인 과제로 생각하면서 우선 대중적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양보하고 타협하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중도-개혁 정당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보수정당과의 차이를 보여줄 수 있는 정책과 담론을 확산시킴으로써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고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하는 인내를 보여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내부적인 혁신과 변화를 통해 연합정당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통합을 위한 몇 가지 기본적인 원칙들에 동의해야 한다.

1. 당내 민주주의과 확립되어야 한다. 대중들의 당원가입을 이끌어내고 당대표, 국회의원 후보 등 대부분의 당직과 공직후보의 선출에 당원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과도기적으로 각 정파들 간의 협의와 동의에 기초한 직책의 배분은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2. 현재의 지역구 선거제도를 비례대표제로 개정한다는 데 동의해야 한다. 이것은 정략적 타협이 아니라 비례대표제야말로 민의의 민주적 대표성을 보증할 수 있는 가장 공정한 선거제도라는 차원에서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의 자유롭고 적극적인 정치참여와 선거활동을 보장하는 선거제도의 개혁을 이루는 데도 동의해야 한다.

3. 앞서 언급했던 공공성에 입각한 민주적 시장규제(반신자유주의), 보편적 복지, 평화, 평등교육, 친환경사회, 지역균형발전 등 중요한 가치들에 동의해야 한다.

6.2 지방선거는 세계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의 비인간성에 대한 공감, 촛불시위를 통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저항과 안전에 대한 요구, 사교육 경쟁과 교육불평등에 대한 불만, 환경파괴에 대한 비난, 북풍공작에 대한 비판 등 시대적 변화를 요구하는 대중들의 목소리를 표출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아직 불명확하고 불완전하고 대중들의 의식을 개혁적, 진보적 패러다임을 통해 묶어내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정치적 사명이 되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개혁세력과 진보세력은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우선 하나의 거대한 힘을 형성하여 담론투쟁을 통해 보수세력과의 차이와 대립의 선을 분명히 해 나가면서 거시적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어내야 한다. ‘개혁-진보 연합정당’의 실험은 이러한 시대적 소명을 이루어내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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