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정치, 조급하고 비현실적”
    2010년 06월 11일 01: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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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후보의 정치적 포석과 실기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의 돌연한 사퇴와 유시민 지지선언은 진보신당의 당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으며, 아마도 유시민 세력은 의아해하며 이것을 반겼을 것이다. 나 또한 심 후보의 사퇴선언을 보며 심 후보가 자기 나름의 정치를 시작하는구나 생각했지만 그 시점이 왜 선거일을 불과 3일 앞둔 때인가 하는 생각에 당황했었다.

   
  ▲ 사진=심상정 블로그

이후 상황을 지켜보며 나는 심 후보가 한 투표일 직전의 정치란, 선거 이후 진보진영 정계개편의 포석을 두며, 노회찬 대표와는 차별화된 행보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심 후보가 진보신당 창당 때부터 당 명칭으로 ‘진보신당 연대회의’를 고집했던 이유, 즉 민주당내 일부 세력과 시민운동 세력을 포함한 보다 폭넓은 세력이 참여하는 진보정당의 재창당론을 주도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정치적 판단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완승한 상황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고, 그 전제는 실현되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은 그들대로 당분간 현재의 정치지형을 유지하며 2012년을 맞이할 상황이 된 것이고,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부상하고자 했던 진보신당은 그럭저럭 선거 전과 같은 정도로 살아남은 수준에 그쳤다.

다시 말해 지금 진보신당은 연합정치에 대해 왈가왈부할 정치적 입지도 갖지 못했다. 당이 얻은 작지만 소중한 성과를 희망의 씨앗으로 삼고, 선거과정에 나타난 중앙정치역량의 부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다시 진보신당의 이름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심 후보의 정치적 포석은 실기한 것이다.

심 후보의 무책임한 변명

그런데 안타깝게도 진보신당은 심 후보 발 연합정치 또는 진보정치 재편 논란에 휩싸였다. 우선 심 후보가 선거일 직전에 사퇴한 행위는 분명한 정치적 과오이다. 당의 정치적 입지를 흔들어놨으며, 당내 민주주의를 해치고, 당의 지도력에 해를 가했다.

나는, 이 점을 분명히 짚고 나서 그것과는 별개로 심 후보의 정치적 판단과 현실인식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게 해야만 심 후보 개인에 대한 출당요구(김정진 등)를 둘러싼 또 하나의 논쟁을 빗겨갈 수 있다.

우선, 심 후보는 반MB 압력이 견디기 힘들만큼 컸고, 민심이 전하는 반MB는 비판적 지지가 아닌 촛불민심이었다며 사퇴이유를 들었다. 진보신당은 창당 때부터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을 거쳐 낡고 구시대적인 민주노동당을 제치고 대표적인 진보정당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그리고 MB정부의 일방적이고 폭압적인 통치행태가 심해질수록 반MB단일화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진작부터 해왔던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목표와 상황 하에서 진보신당의 경기도지사 출마를 결심하고 선거과정을 거의 다 치루었다면, 심 후보는 완주를 했어야 했다. 그리고 나서 정치적 평가와 함께 진보신당의 지난 2년여 과정에 대한 평가를 주도하는 것이 할 일 많은 진보신당을 위해서 그가 할 수 있는 옳은 선택이었다.

그런데 선거일 직전에 독자적으로 사퇴하고 유시민 지지선언까지 한 뒤 이제 와서 진보신당의 노선과 정치활동에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변명을 하면 누가 그것을 인정할 수 있는가? 선거 전략 논의를 할 때부터 전략적으로 연합정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관철해 당의 전략을 세우든가 아니면 사후에 뼈아픈 반성과 토론을 했어야 하지 않은가?

심상정 후보의 조급증과 비현실적 현실인식

그리고 심 후보는 진보신당의 현실적 약점이자 극복과제인 ‘협소한 구조’에 대해 조급증과 비현실적인 현실인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심 후보는 “민노당이나 친노진영을 피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정면으로 돌파함으로써 획득돼 나가는 것이다 … 광장에서 경쟁과 협력을 통해서 융합되는 만큼 하나가 되고, 그럼으로써 진보정당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아마도 이 말을 들은 진보신당 당원들은 ‘우리가 힘이 부족하고 아직 정치역량이 모자랄 수 있지만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피했다는 것이야’라며 반문할 것이다. 심 후보는 아마도 연합정치에 대한 반대나 반MB 단일화 불참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은 조급증에서 나온 틀린 생각이자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과 진보신당이라는 물고기들이 놀고 있는 물의 상황을 잘못 인식한 발상이다.

진보신당의 이름을 내걸고 민주당 등과 정책대결도 하고 정치적 비판도 하고 있지만,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서 드러난 것처럼 진보신당은 아직 힘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봐야 하고, 진보신당의 목표대로 2012년 총선을 향해 많은 전술 활용과 인재발굴을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심 후보의 정치행보는 마치 월드컵 축구 본선 전에 시범경기를 치르다가 돌출행동으로 판을 흔드는 꼴이다. 또한, 민주당이 보기에 무시해도 좋을 만큼의 포지션을 가진 진보신당의 현실을 모르는 상황인식이다. 내가 사는 인천지역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의 5+4틀 불참 이후 ‘잘됐구나’ 하는 식으로 그들만의 단일화를 이루어냈으며,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진보신당의 존재감을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진보신당이 받아안기 어려운 심상정 후보의 나르시즘?

아니 심 후보가 당의 이런 현실을 몰랐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도 여전히 당원들이 국민을 상대로 민주노동당과의 분당을 설명하기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이 대안정치세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부정적 정체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결론이 연합정치인지 이해되질 않는다.

대안정치세력이 되기 위한 진보신당의 부정적 정체성 극복은 당 내부에서의 많은 노력을 전제로 진보신당이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 국민들에게 인정받을 때 가능하고, 민주노동당식이 아닌 진보대연합의 전략적 과제를 중심에 둔 연합정치도 진보정치세력으로써 힘을 가질때 가능하다는 얘기는 상식이다.

그럼 점에서 진보신당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이러한 상식과 진보신당의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심 후보가 지금 이 시점에 연합정치를 제기한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심 후보의 좀 더 솔직한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렇게 돌출적인 정치행위를 하고 당이 받아안기 힘든 수준의 연합정치 논란을 일으키는 본 심이 무엇인지 의아할 따름인데, 혹시 심 후보 자기 자신이 이미 진보정치의 아이콘이 되었다고 하는 인식과 진보신당의 현실을 혼동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진보신당 내의 논란은 심각한 갈등을 야기할 것이란 점에서 더 우려스럽다.

국민들 눈높이에서 논쟁하고, 빨리 대국민 정치활동을 재개해야 한다.

매사 때와 장소를 가리라는 말이 있다. 달리 표현하면 자신의 처지를 정확히 알고 완급을 조절하며 일을 치러야 한다. 진보신당은 2012년의 목표를 위해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남은 기간의 정치활동과제와 인재발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광역의원 3명과 기초의원 22명의 성과를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한다. 이들과 낙선한 지방자치 일꾼들이 꾸준히 지역에서 성장해야 당이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진보신당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중앙당을 비롯한 당 조직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심 후보의 문제제기는 그 절차와 방식도 문제였고, 그 내용도 진보신당의 현재 상황에 비춰볼 때 맞지 않다.

일본 사회당이 1958년 총선에서 진일보한 국민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선거패배를 선언한 후 좌우 통합한 지 얼마되지도 않아 재건논쟁을 하면서 55년 체제를 안정시킨 경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야 말로 민심을 거스르는 정치행태였다.

진보신당은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선거과정에서 보여졌던 당내 논란과 갈등을 마무리 짓고,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자신의 이후 행보를 밝히고 대국민 정치활동을 재개해야 한다. 정치적 실천만이 불필요한 논쟁과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김정진 변호사의 심 후보 출당제기는 당의 진로에 대한 걱정과 고민, 충심으로 이해했으며, 그 논란이 당내에서 정치화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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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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