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못된 계산방식, 잘못된 국제비교"
    By 나난
        2010년 06월 10일 05: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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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9일, 2011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노사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논리 싸움 역시 가중되고 있다.

    재계는 임금총액과 통상임금과의 비교자료를 토대로 “최저임금의 정책적 목표인 중위수 대비 50%를 달성했다”며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노동계는 “잘못된 비교”라며 “OECD에 따르면 한국은 중위임금 대비 39%로, 내년도 최저임금은 26% 인상한 시급 5,180원이 달성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시급 5,180원 돼야"

    한국의 최저임금위원회는 영국의 저임금위원회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의 최저임금(2007년 기준)은 중위임금 대비 48.5%로서 자료가 제시된 14개국 중 6위”라고 발표했다. 이에 정부와 재계는 “프랑스, 뉴질랜드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미국, 일본, 영국 등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경제․노동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 방식의 비교는 잘못된 계산 방식, 잘못된 국제비교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무리한 가정에 의해 시급기준 최저임금을 월액으로 환산하는 가하면, (한국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계산된 다른 나라의 비율과 비교하는 등 매우 잘못된 것”이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 10일 민주노동당 홍희덕, 곽정숙 의원실과 최저임금연대가 주최한 ‘최저임금의 국제적 동향과 한국의 최저임금’ 토론회가 국회 도서관에서 열렸다.(사진=이은영 기자) 

    10일 국회 도시관 강당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홍희덕, 곽정숙 의원실과 최저임금연대가 주최한 ‘최저임금의 국제적 동향과 한국의 최저임금’ 토론회에서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사용한 영국의 저임금위원회 자료는 시급으로 계산된 최저임금을 월 급여액으로 환산한 것”으로 “여기에 최저임금위원회는 ‘유급 주휴임금제에 따른 주당 8시간분이 감안되지 않았다’며 무리한 가정을 함으로써 월 급여액을 과대평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8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 중 유급주휴수당을 받는 사람의 비율을 따져보면, 시간외 수당을 받는 사람이 6%, 유급휴가를 받는 사람이 8.6%로, 주5일제를 적용받는 사람은 11.5%에 불과하다”며 유급주휴임금제 적용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경우 최저임금이 시급제로 운영된다는 점을 빌어 “(외국의) 무리한 월 급여 환산방식을 버리고 시급기준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정액급여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34.6%~38.1%며, 임금총액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4.9~27.4%”라며 정부의 중위임금 대비 48.5% 주장이 과대평가됐음을 지적했다.

    "정부 통계, 국내 현실에 맞지 않아"

    한편, 윤 교수가 밝힌 최저임금의 정액급여와 임금총액 대비 비율은 ILO나 OECD의 수치와도 비슷하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최저임금(2008년)은 평균임금 대비 32%로, 21개국 중 17위다. 중위임금 대비로는 39%로 21개국 중 18위에 해당한다.

    윤 교수는 “이 같은 수치는 특히 법정최저임금제도가 없는 OECD 회원국들을 감안하면 한국의 순위는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ILO에 따르면 한국의 최저임금(2007년)은 1인당 GDP 대비 39.4%로 59개국 중 56위다. 이는 평균임금 대비 28.9%로 59개국 중 48위다.

    윤 교수는 “이처럼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자료는 OECD, ILO 등 국제기관의 발표와 국내 최저임금위원회의 발표 사이에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며 “국내 노사나 학계의 불신은 물론이고 자칫하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발표하는 자료의 신뢰성에 관한 의문을 가지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역시 “정부와 재계는 최저임금 비율을 계산할 때 모든 사람이 휴일수당 즉 유급주휴수당을 받는다는 가정 아래 월환산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하지만 시간외 수당을 받는 사람은 6.0~7.4%며 유급휴가를 받는 사람은 8.6~11.5%인 것을 볼 때, 유급주휴수당을 받는 사람은 10% 안팎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유급주휴수당을 받지 못한다는 가정 아래 시간당 임금기준으로 최저임금 비율을 계산하는 게 맞다”며 “2009년 현재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시간당 정액급여 대비 최저임금은 30.1%며 임금총액 대비 최저임금은 25.7%”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위반 단속 강화해야"

    그는 또 재계가 (명목)임금인상률과 (실질)생산성증가율을 비교해 “2000년을 제외하고는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최저임금 인상률을 상회한 경우가 한 차례도 없다”며 “노동생산성만 고려한다면 2011년 최저임금은 36.2% 삭감이 적절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자료 분석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소장은 “(실질)생산성증가율과 실질임금인상률을 비교하든가, (실질)생산성증가율+물가증가율과 (명목)임금인상률을 비교하는 게 상식”이라며 “그럼에도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는 것은 한국의 사용자단체 수준을 밑바닥까지 드러낸 것”이라고 비꼬았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 위반업체에 대한 단속 및 벌칙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소장은 “2010년 3월 시간당 임금인 4,110원 미만인 사람은 211만 명(12.7%)”이라며 “노동자 8명 중 1명 꼴인 210만 명이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최저임금법 위반업체에서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법정 최저임금제도가 ‘저임금계층 일소, 임금격차 해소, 소득분배 구조개선’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근로감독 행정의무를 다 함과 동시에 최저임금 위반업체에 대한 벌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ILO의 Global Wage Report는 ‘최저임금 준수는 근로감독관의 사업장방문 확률과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을 때 벌칙 수준의 함수’라며 ‘근로감독 행정이 취약하고 벌칙 수준이 낮으면 최저임금은 종이호랑이가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토론에는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과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기만 전북실업자종합지원센터 상담팀장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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