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역동성 재확인된 선거
개발정책 허구, 복지 중요성 인식
    2010년 06월 14일 06: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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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상근 기자 

민주당의 승리, 한나라당의 패배로 평가되는 이번 6.2지방선거, 야권은 선거연합이라는 방식을 통해 지방권력을 바꿔냈고,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승리를 장담했던 한나라당은 지도부가 총 사퇴하는 등 격한 내홍에 빠져들었다. 

<레디앙>은 이번 지방선거 평가와 향후 정국 전망, 진보정치 세력의 향후 과제와 방향을 이야기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 참석자들은 신언직 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하승창 희망과 대안 상임운영위원이다.

좌담 참석자들은 “민주당의 승리”라는데 이견을 달지 않았으나 이번 민주당의 승리가 연합정치에 근거했다는 점과 민주당이 별다른 대안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실력 이상의 승리”, “횡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대 의석을 거둔 진보정당에 대해서는 평가가 다소 엇갈렸다. 이대근 논설위원과 신언직 위원장은 “진보정치가 자신의 실력과 가치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지만 조희연 교수와 하승창 상임운영위원은 민주노동당의 성과를 평가하면서 “진보신당이 연합정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독자 완주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선을 막지 못했다는 일부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에 대해 “신경 쓸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었으며, 심상정 진보신당 경기도지사 후보 사퇴에 대해서는 “진보신당만의 문제가 아닌 진보정치 전체의 비전이라는 맥락 속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좌담은 9일 오후 5시 30분부터 이광호 편집국장의 사회로 <레디앙>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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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횡재한 선거"

이광호 = 여러 각도에서 평가가 내려졌지만, 다시 한 번 이번 선거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를 한다면?

   
  ▲이대근 논설위원

이대근 = 독주하는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식이 잘 표출된 것 같다. 그러나 이 견제에는 균형도 있는 것 같다. 정당득표율은 여전히 한나라당이 높다. 이를 보면 야당을 내세워서 정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민심이 있는 반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한 것 같다.

사실 이렇게 정권의 임기 중간에 하는 선거는 중간평가 성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민주당이 잘하든 못하든 유리한 선거였고 질 수 없는 선거였다. 시민들은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견제해야 할 도구로 잠시 이용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횡재’로 볼 수 있다.

새로운 것은 무상급식 등의 복지 문제, 4대강 사업 등 생태 문제가 선거의제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지방선거의 경우 개발이 중심 의제였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복지 의제가 많았다. 반면 이런 중심 의제 변화 현상과 달리 정책을 중시한다는 진보정치의 실종이라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났다.

밑에서부터 사회 변화의 광범위한 욕구가 분출되었지만 그것을 조직할 정치세력들은 흩어지거나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투표율이다. 많이 높아진 것은 아니지만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높았는데, 이는 촛불집회의 교훈이 반영된 것 같다.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여봐야 정부는 바뀌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었고, 결국 투표를 통해 바꿔야 한다는 교훈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시도된 것이고 또 (정권 심판에)성공하면서 투표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조금이라도 변화하면 다시 정치에 대한 환멸을 벗어나 "참여하면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지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선거에도 적극적 참여와 조직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긍정적 신호로 본다.

"정치인은 배제투표, 교육감은 대안투표"

이광호 = 이 위원은 이번 선거에서 진보진영은 관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대근 = 지난 총선에 비해 진보정당의 지지율이 조금 높아졌지만 민주당은 엄청나게 횡재했다. 그 몫의 일부를 진보가 가져가야 하는데 전혀 가져가지 못했다. 진보의 정체성을 후퇴시키고 진보에 대한 열망을 조직하지 못한 결과라는 점, 특히 민주당을 중심으로 여론이 몰려갔다는 점은 진보정치 발전이 진전은 없고 후퇴했다는데 재론의 여지가 없다.

신언직 = 이 위원의 평가에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투표율 전날까지만 해도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이기지 않겠냐는 예측이 있었지만, 이는 MB에 대한 민심 이반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에 대해 우리도 몰랐다는 얘기다.

민심을 몰랐던 큰 이유는 집 전화를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의 한계지만, 그보다 여론조사 외에 정치집단들이 바닥 민심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부재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오차범위 내에서 틀리면 이해하지만 20% 포인트 이상씩 틀려버리니 선거 전략과 대응도 잘못 짠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가 어떤 가치를 선택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배제하고자 했는가가 핵심인 것 같다. 여론조사에서는 천안함이 가장 큰 의제였고, 단일화, 노풍, 무상급식, 4대강이 쟁점이었는데 유권자들의 선택은 살림살이와 경제에 어려움을 가져온 MB심판이었다. 선호투표가 배제투표 성격이 강했던 거 같다.

반면 교육감 선거는 다른 양상이었다. 진보와 보수의 대결구도였는데 무상급식과 혁신학교가 주 이슈였고, MB교육에 대한 심판의 성격도 있지만 대안투표 양상을 보여주었다. 그런 점에서 교육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 힘이 모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즉 똑같은 사람이 지방선거는 배제투표를하고 교육감은 대안투표를 하는 역설적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정치 역동성 재확인"

조희연 = 이번 지방선거는 한국정치의 역동성을 보는 것 같았다. 한국정치를 볼 때 제도화된 정치와 대중의 요구간 거대한 괴리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조희연 교수 

노무현 정부에 대한 대중들의 이반이 급속히 일어났고 그것이 MB라는 보수적 구심점으로 수렴되었었는데 그것이 2년 만에 해체되었다. 한국정치의 역동성은 흥미롭다.

남북대결주의와 공존평화주의의 상호관계에서 남북 평화공존 프레임을 대중들이 선택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2000년 이후 남북관계 개선이 평화를 당위가 아니라, 이해관계의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진보교육감 선거는 제도정당이 직접 개입하지 않는 공간인데, 그 곳에서 진보가 대대적 약진을 했다는 것도 흥미롭다. 제도정치에 대한 민주당이 대안 리더십이 없는 상황에서 진보교육감이 선전하고, 100% 보수가 통치하던 영역이 획기적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이 희망이다.

하승창 = 지금까지의 평가에 모두 동의하고 하나 추가를 하자면 이번선거에서 포괄적으로 정치연합이 다 이루어진 건 아니었지만, 일정하게 연합이 이루어진 영역은 승리에 상당 수준 영향을 주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신언직 = 그런데 2012년에도 MB심판이 통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때는 MB가 아닌 새로운 사람이 나올텐데?

민주당 헤게모니의 해체

조희연 = 민주당 헤게모니 해체가 중요한 출발점이다. 개혁자유주의정당의 리더십이 균열되고 국민정치에 거대한 리더십 공백이 드러났다. 하지만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불안정한 과도기가 있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그 공백이 5+4로 상징되는 연합정치로 메워졌다. 아직 조직적 대안은 없지만 국민들이 투표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했다. 

하승창 = 2012년은 지금 예측하기 어렵다. 앞으로 한나라당 후보가 김문수 경기도지사처럼 이명박 대통령과 노선 차이가 없는 사람이라면 그런 문제가 야기될 것이나, 다른 지형의 후보가 된다면 다른 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 

조희연 = 연합정치와 관련해 지자체 선거는 나눌 수 있는 의석이 많다. 이 때문에 전국적 타협은 깨졌지만 지역에서는 성공적인 사례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12년 선거에서는 이해관계 조정이 어려울 것이다.

이대근 = 2012년 대선은 먼저 치러지는 총선에서 이미 정치지형이 결정날 것이다. 총선에서는 새로운 후보들이 많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처럼 배제투표의 형태가 아닐 가능성이 많다. 

이광호 = 현상적으로는 여당 패배, 야권의 승리(진보신당은 패배)로 볼 수 있는데, 정당 선택 문제를 접어두고 생각할 때 유권자들은 어떤 가치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나?

복지에 관심 갖기 시작

   
  ▲하승창 운영위원

하승창 = 처음에는 4대강이나 무상급식이 의제가 되었지만 천안함 사건으로 이런 의제들이 부수적으로 전환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실제로 유권자들에게 이런 의제들이 잠재되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4대강은 반대하는 국민들에게 있어 무상급식보다 호소력 있는 이슈였고 그들이 투표에 나선 것 같다. 일반유권자들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의 방식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져 국정운영에 제동을 건 것이다.

앞서 언급이 되었지만 가치라는 측면에서 이전과 비교했을 때 개발보다는 복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천안함 이슈 역시 얼마나 영향을 미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조차 이명박 정부의 독주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선택은 혼란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조희연 = 지난 촛불시위에서 표현된 대중의 정치성, 정치적 지향이 뭘까 생각해 봤다. 또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표현된 정치적 성격은 무엇일까? 이건 굉장히 복합적인 것 같다. 복지프레임을 선호하는 사회경제적인 지형도 있고, 충남의 경우에는 지방분권 역행에 거부감을 느낀 측면이 있고 4대강처럼 생태파괴적 행위에 대한 저항도 있다.

이것은 독재 대 반독재, 그것의 변형인 개혁 대 반개혁 프레임이 깨지고 난 상황에서 개혁, 반독재가 담을 수 없는 새로운 요구들이 정치적 요구로 올라오며 복합적으로 표출되는 과정인 것 같다.

나는 이처럼 다중다양한 정치적 요구가 연결이 되느냐 안되냐, 즉 보수적 프레임에서 연결되는가? 진보적 프레임에서 연결되는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이건 가설인데 MB정부의 일방통행식 통치, 신권위주의 등의 표현들이 다중다양한 요구들을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제대로 된 야당 필요성 ‘신호’

하승창 = 그런 지점들이 섞여 있는 것은 분명한데 이 역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견제가 크게 느껴진 탓 아닐까? 여론조사 때문에 헷갈린 측면도 있지만 앞서 보궐선거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가 40~50%에 달하였음에도 여당은 패배해왔다. 지지율과 상관없이 민심은 반MB에 대한 정치공간을 넓혀왔다. 이번 선거도 보궐선거의 흐름을 확인 한 것 같다.

이대근 = 가치문제로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유권자들이 ‘제대로 된 야당이 필요하구나’라는 신호를 보낸 것 같다. 지방과 중앙정부를 장악하고 방송을 장악하고 인터넷을 통제하고 검경을 동원한 공안통치를 하는데 야당의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야당의 존재가 너무 없어 야당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

하승창 = 그것을 민주주의의 가치라거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신언직 = 그동안 이명박 정부 반대 세력은 적극적으로 반대투표도 해왔다. 다만 이번에는 감지되지 않은 민심이반이 컸다는 것이다. 조직된 대중 뿐 아니라 조직되지 않은 전체가 이명박 대통령을 반대했다. 하지만 그들이 민주당이나 야당을 좋아서 찍은 것은 아니다. 그들이 무엇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을까?

   
  ▲신언직 위원장

서울의 경우 개발에 대한 피로감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개발을 하면 좋아질 줄 알았는데 부자들에게만 좋고 우리에게는 고달프다는 생각이 깔리고 있지 않나? 유세를 하면 가장 잘 먹히는 얘기가 ‘부자들만 대변한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무상급식, 무상보육을 말하면 호응이 온다. 그것을 단순히 복지를 선택하고 개발을 거부했다고 개념화시켜 볼 수는 없지만 일반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문제, 그리고 이에 따른 이명박 정부에 느끼는 배신감이 크지 않았을까?

대안적 경제정책 받아들일 준비돼

이광호 = 과거 민주파가 정치적으로 괴멸적 타격을 받았을 때 "대중이 복수했다"는 표현을 썼다. 지금도 복수의 측면이 있지 않나? 일방성, 비민주성에 대한 심판의 얘기가 있고 맞는 점도 있지만 과연 그것만 가지고 대중들이 복수를 했을까? 오히려 경제문제가 더 클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조희연 = 노무현 정부를 지지했던 대중들이 노무현 정부에 복수했다는 표현을 한 적이 있는데, 문제는 대중들의 물적 경제적 조건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부동산 불패신화에 기초해 자신의 경제적 삶을 꾸려나가나 젊은 세대는 부동산 불패신화가 깨졌다.

우리 학생들도 전망이 없다는 얘기를 한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전망이 깨지고 중간층, 젊은 층의 경제적 좌절이 생겼다. 이것을 2008년 총선에는 뉴타운이라는 허구적 욕망을 부추기며 전유되었지만 그 역시 깨져버렸다.

대안적 경제정책을 받아들일 사회심리적 공간이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뉴타운 이후 뉴타운식 보수적 비전을 대중이 체질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훨씬 대안적으로 끌어갈 수 있는 고민들을 던져준 것 아니겠는가?

신자유주의 허구성 자각

이대근 = 신자유주의에 허구성에 대해 자각을 하게 되었다고 할까? 청와대 관계자가 경제성장을 말하면서 쇄신할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민심은 다르다. 정부가 성장률을 근거로 대중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민심을 못 읽는다는 것이다.

성장, 개발, 뉴타운이 우리 삶에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으로, 예전에는 성장이 언젠가 나에게 오겠지라면서 따라갔다면, 이제 몸으로 체득하면서 더는 이 명제를 믿지 않게 되었다.

   
  ▲이광호 편집국장 

결국 사회 공동체가 복지서비스로 자신들을 구출하지 않으면 안되는 걸 느낄만큼 오면서 관심이 폭발한 것 아닌가? 무상급식은 그 작은 일부인데 결국 욕구가 그 작은 출구를 통해 분출한 것이다.

이광호 = 부동산이 희망이 안될 것 같다는 사람도 있는 반면, 은행 돈을 빌려서 집을 마련한 사람들 중에는 ‘야당을 찍고 싶은데 집값이 떨어질 거 같아서 여당을 찍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선택의 기준은 다양하다. 

하승창 = 그런데 대안경제의 내용을 제출한 정치세력이 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이런 (신자유주의적)방식이 싫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알게 된 것 같다.

만약 대안이 있다면 그것이 표현되었을 텐데 그것이 없다보니 무상급식 하나로도 의제가 팽창된 것 같다. 사회 전체로 보면 다른 삶의 방식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흐름이 전보다 강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방식대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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