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진보신당을 놓아 주시라"
        2010년 06월 09일 07: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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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심상정 당원의 인터뷰를 보았다. “진보정당이 광장으로 나가 그 광장에서 서로 경쟁하면서 민주노동당, 친노세력,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진보대연합이 필요하다"는 그의 결론을 존중한다. 그런데, 심상정 당원은 진보신당이 창당된 지 2년 3개월이 지나서 그것도 선거 3일 전에 경쟁후보를 지지하는, 조직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노회찬 당원이 당 대표로 선출되기 전 심상전 당원은 진보신당의 공동대표였고, 당시 진보의 재구성은 진보신당의 창당 이유였으나 심상정 당원은 당원들에게 이러한 취지의 발언을 하거나 이러한 내용으로 당원들을 설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년 동안은 별 생각이 없다가 투표 3일 전에 이런 생각을 하였다는 것인가.

    2.

    심상정 당원은 당의 선거전략의 부재를 이야기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일반 당원이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일 수는 있으나 심상정 당원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인지는 의문이다. 아시다시피 심상정 당원은 진보신당의 대주주이다. 이 말은 진보신당은 심상정 당원을 지지하는 당원들과 노회찬 당원을 지지하는 당원들로 상당 부분 구성되어 있다는 말이다.

    노회찬 당원이 단독 대표로 선출될 수 있었던 것도 심상정 당원이 이를 용인했기 때문이고, 2007년 민주노동당 경선과정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두 사람이 경쟁을 한다면 심상정 당원이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 진보신당의 실정이다.

    즉 심상정 당원의 현 직책과 무관하게 심상정 당원은 진보신당의 지도자이다. 지도자이기 때문에 결단을 했다고 했지만 정당의 지도자가 선거 와중에 타당 후보를 지지하고 사퇴한 사례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많은 당원들은 반문한다. 일부 열혈 당원들이 국회에서의 기자회견을 저지하기 위해 실력행사에 나섰을 때, 굳이 그들이 잠시 휴식할 때 몰래 국회에 들어가 기자회견을 했어야 하는가 말이다. 그렇게 고통스럽고 당원들이 저지까지 하려고 했다면 사퇴의사 표명은 보도자료로 충분했을텐데 심상정 당원은 굳이 당원들을 따돌려가며 국회기자실에서 눈물의 기자회견을 했다.

    3.

    6월 3일은 진보신당의 당원들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하루였다. 진보신당 중앙당은 항의전화로 업무가 마비되었다. 한명숙의 낙선 책임으로 인한 비난은 노회찬 당원만이 들은 것이 아니다. 거의 모든 진보신당의 당원들이 지인들로부터 힐난과 질책을 받은 날이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고, 필자를 힐난한 지인도 심상정은 사퇴했는데 왜 노회찬은 사퇴 안했느냐고 필자에게 항의하였다. 평소 같으면 육탄전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싸움이 날 것 같아 조용히 자리를 피했다.

    심상정 당원의 선택은 반MB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친노세력까지 포함하는 연합에는 큰 기여를 했지만 진보신당의 구성원들을 매우 고립시켰고 진보신당은 이제 생존권 투쟁을 하여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심상정 당원의 <프레시안> 인터뷰를 보니 징계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분노가 치민다. 내부 사정을 너무나 잘 아는 심상정 당원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 말이다. 진보신당에서 심상정 당원을 징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것은 회사에서 대주주를 내치기 불가능한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

    심상정 당원을 지지하는 당원과 활동가들이 당 내에서 과반수를 넘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과연 진보신당이 징계를 할 수 있을까.

    심상정 당원이 속해 있는 진보신당 경기도당의 간부는 심상정 당원을 징계하려면 대의원 40%가 진보신당을 유지하는 것에 찬성해야 하고, 노회찬 당원은 대표에서 사퇴하여야 하며, 김석준 당원과 이용길 당원도 같이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아는데 아마 이 조건을 맞추려고 한다면 진보신당은 논란 속에 공중분해 될 지도 모른다.

    즉, 경기도당 간부의 이 발언은 심상정 당원에 대한 징계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8689)

    더군다나 진보신당은 한명숙 낙선의 주범으로 사회적으로 온갖 비난을 받고 있는데, 심상정 당원이 중시하는 민심은 그나마 진보신당 내에서 정신 제대로 박힌 사람이 심상정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진보신당이 심상정 당원을 징계하는 순간 진보신당은 그야말로 나락에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조직도 지도자의 이적행위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러한 일이 일어나면 그 조직은 붕괴될 뿐이다. 아마도 심상정 당원이 자신은 정당하다는 주장을 하면서 진보신당에 남아 있는 한 진보신당은 내홍으로 붕괴될 지도 모른다.

    4.

    심상정 당원은 자신의 사퇴로 진보진영에서 상식이 있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하였고, 야권의 어떤 인사들도 심상정 당원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심상정 당원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으며 큰 정치인이 되었다.

    그러나, 진보신당과 당원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진보정당 운동은 그 상처를 극복하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필자는 잘 아는 당원들과 진보신당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루었다.

    심상정 당원의 말대로 심상정 당원은 결단을 하였다. 모든 결단이 그러하듯이 모든 집단에게 득이 되는 결단은 존재하지 않고, 심상정 당원의 결단은 진보신당을 제외한 야권 전체와 정치인으로서의 심상정에게는 큰 득이 되었고, 진보신당에게는 독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심상정 당원은 자신의 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보다 큰 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필자를 포함한 남은 ‘좌파 꼴통'(!)들은 어쩔 수 없이 독자정당 노선을 부여잡고 있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상정 당원이 유시민과 김문수와의 토론에서 자신은 끝까지 한 길을 걸어왔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끝까지 한 길로 가는 것이 꼭 옳은 것은 아니다. 그것은 개인적 선택일 뿐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른 길을 가더라도 그것이 나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좋은 것일 수 있으니 마음 편히 생각하시고 이제 그만 ‘좌파 꼴통’들은 놓아 주시라. 심상정 당원이 진보신당에 남아 있으면 이제 한 줌 밖에 안되는 좌파 꼴통들은 모두 흩어져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서 그들이 한 줌 정도는 있어야 될텐데 심상정 당원은 그것마저 없애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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