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르게 치른 선거, 멀어진 진보연합
        2010년 06월 08일 01: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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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요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전혀 다른 전략을 택했다. 민주노동당은 ‘반MB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MB정권 심판’을 이루는데 중요한 디딤돌 역할을 하였으며, 진보신당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후보가 완주하며 진보정치의 가치를 보존시켰다.

    그러나 양 당 선거전략에 대해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높이 나오고 있다. 각 당의 선거전략이 나름대로 의미를 가지고 있고, 실제 선거결과 진보진영의 최대 의석을 확보하는 등 ‘선전’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적 평가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민노당, 만족 분위기 속 일부 아쉬움 표현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울산 북구청장을 탈환한데다 수도권인 인천에서 남동구와 동구를 반MB연대를 통해 차지함으로서 “진보적 지방자치에 초석을 놓았다”는 내외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등 총 142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며 분당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 사진=진보정치/정택용 기자

    이의엽 당 정책위부의장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지난 3월 1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3가지 정치적 목표를 정했다”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심판, 전략 지역에 교두보를 구축해 진보정치 도약 토대 마련, 2012년 양대 선거에 디딤돌을 확보 등이 그것이고, 그 과제로서 ‘반MB연대’와 ‘진보대연합’을 병행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8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야권연대를 위해 민주노동당이 해온 진정성을 알아주신 국민들께서 지지해 주셨고 선거가 끝난 뒤에도 많은 격려와 칭찬들을 받고 있다”며 “MB심판을 화두와 목표로 삼았던 우리로서도 당의 승리가 국민의 승리로 이어지게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강 대표는 이어 “우리의 정체성과 존재감도 중요하지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오기와 독선으로 치닫고 있고 국민의 소리를 외면하는 MB를 심판하라는 것이 국민적 염원과 시대에 요구로 이에 복무하는 것이 진보정당으로써 가장 올바른 응답”이라며 “이런 모습이 유연한 진보에 모습으로 평가를 해주셨지 않는가”라고 덧붙였다.

    핵심 당직자들도 “중앙 차원의 반MB연대가 성사되지 못하는 등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 진보정치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전국 정당지지율 7.3%를 얻으면서 지난 2008년 총선당시 득표율 5.68%보다 상승해 제3당의 지위를 회복하기도 했다는 것도 민주노동당에겐 큰 의미를 갖는다.

    진보신당 "방침 옳았지만, 결과 아쉬워"

    그러나 당 내에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역 차원에서 야권연대를 주도적으로 한 경우 일정 정도의 성과를 얻을 수도 있었지만, 서울과 경기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며 “거대정당이 판을 뒤흔들어 놓은 것이 사실이지만 민주노동당이 큰 성과 없이 막판에 그대로 단일화 해준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의엽 정책위부의장도 “반MB연대가 이루어졌지만 이것이 전국적 범위에서 연합공천이 이뤄지지 않고 지역적 범위에서 부분적으로 이루어진 한계가 있다”며 “우리의 잘못이라고 볼 수 없고 기성 정당들이 가진 한계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진보신당은 지난해 전국위원회를 통해 “새로운 진보를 기치로 독자후보 출마를 원칙으로 하며 ‘반MB 대안연대’를 기준으로 선거연대를 추진할 수 있다”고 선거방침을 확정했다. ‘반MB 대안연대’는 ‘민주대연합’의 흐름과 궤를 달리하는 ‘진보대연합’에 가까운 방침이다.

       
      ▲ 사진=노회찬 블로그

    진보신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3명의 광역의원과 22명의 기초의원을 배출해냈다. 이는 창당 이후 1명의 광역의원과 14명의 기초의원만 보유하고 있었던 것에 미루어 다소 증가한 것이다. 때문에 노회찬 대표는 “이번 선거가 설정한 목표에는 미흡한 점이 있지만 지방의회 진출 현황으로 보자면 과거보다 더 당선자가 늘어난 건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선거방침은 올바랐지만 결과를 놓고 봤을 때 아쉬움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광역단체장의 득표율이나 성과에 아쉽지만 기초단위 의원 진출이나 전국단위 정당지지율(3.06%)에 있어서는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컨트롤 타워 없는 최악의 선거"

    그러나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이번 선거방침과 후보들의 방침 실행에 대한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부산과 고양에서 ‘반MB연대’를 성사시켰고, 선거를 3일여 앞두고 당내 유력주자인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마저 유시민 후보를 지지하며 사퇴했기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컨트롤 타워도 없는 최악의 선거”라며 “애초 독자노선을 조직 방침으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5+4 협상회의’에 참가한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4에 중앙당이 참여한 이후부터 ‘독자노선’이라는 중앙당 방침이 무너졌고 각 지역 별로 통일되지 않은 연합전술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역설적으로 부산과 고양에서 진보신당의 후보가 다수 당선된 ‘사실’은 ‘독자노선’이 올바른 방향이었는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신언직 서울시당 위원장은 “(독자노선과 연합정치의 차이가)심상정 후보 사퇴의 근본적인 논쟁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당의 이번 선거노선을 두고 평가는 다양하지만, 극명하게 엇갈린 양 당의 선거노선이 향후 진보정치 연대, 나아가 통합까지 이어지는데 장애 요소가 될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장은 “MB심판이 중요한 화두였지만 ‘반MB연대’ 일변도로 민주노동당의 독자성이 약화되었다”며 “진보대통합을 소홀히 함으로서 같은 선거구에 진보 후보가 중복 출마하는 것을 막지 못했고 진보정치 대통합에도 매우 미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신당 역시 반MB연대를 원천적으로 배제함으로서 스스로의 입지를 좁혔다”고 말했다.

    이의엽 부의장은 “진보대통합과 관련해 선거 전 통합 원칙 확인하고 적극 나서기로 결정했으나 첫 번째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못했다”며 “현실적으로 우리가 진보연합을 이룬 뒤 반MB연대에도 나서려 했지만 진보신당이 이를 거부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진보대통합은 오히려 선거를 거치면서 난관이 형성된 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진보양당, 노선 달라 통합 불가능"

    진보신당의 다른 관계자는 “거제와 울산 등에서 진보정당이 선거연대에 실패하고, 서울과 경기 등에서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이 향후 진보연합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석준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강기갑 대표가 2012년까지 반MB연대 노선을 고수하는 상황이라면 진보신당과 엄연히 노선과 생각이 다른 것”이라며 “노선과 생각이 다른데 통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 실장은 “결국 2012년 대선이 최종 과정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진보대연합을)열어놓고 봐야 한다”며 “민주노동당 내에서 반한나라당 연합에 부정적이거나, 민주노동당이 반한나라당에 대해 비판적으로 전환해 진보 독자대응을 선택한다면 대선을 계기로 진보대연합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에 앞서 있는 총선은 이번 지방선거와 비슷한 흐름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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