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은 없고 후보들이 치른 선거였다"
        2010년 06월 08일 12: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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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은광 진보신당 관악구 당협위원장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구의원 후보로 출마해 179표차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해오며 기반을 다져오던 홍은광 위원장이었기에 낙선의 상처는 컸다.

    그런데 이번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홍 위원장은 고배를 마셨다. 27.6%. 진보정당을 통틀어 서울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씩만을 공천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밀렸다. 당선된 민주당 후보와 한나라당 후보는 각각 36%, 34.3%. 3파전에서 ‘구도’ 싸움에 밀린 것이다.

    ‘돌아온 홍길동’으로 기발하고 발랄한 선거운동을 해 온 홍 위원장이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낙선의 ‘아픔’이 묻어났다. 그는 “할 수 있는 구도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지만 “당적 지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당에서 일을 할지, 당 밖에서 일을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이은 선거와 당직생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고민도 내비쳤다. 

                                                      * * *

    – 우선 위로를 전합니다. 이번이 두 번째 출마이고 지난 번 출마 때 179표차로 정말 아쉽게 낙선하셨어요. 이번에도 꽤 높은 득표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낙선의 고배를 마셨는데요

       
      ▲홍은광 위원장(사진=홍은광 위원장 블로그) 

    = 진보신당과 홍은광이라는 후보가 국민들의 바램과 열망을 받아내는데 한계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그것이 반MB든 무엇이든 투표 결과만 보면 일단 민심을 받아내는데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을 해요

    어떤 선거든 인물이나 지역 활동, 정책보다 우선시 되는 것이 정당정치의 프레임인 것 같아요. 그것이 우선 되는게 현실이고 그런 현실에서 진보진영의 정치적 포지션이 명확하게 서 있지 않은 상태로서 치른 선거였고, 이 때문에 선거 이후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예상돼요

    – 원래 지난 금요일에 인터뷰를 하려 했는데, 전화가 꺼져계셨어요, 혹시 너무 속상하셔서 그런 건 아닌지 걱정했었습니다.

    = 그건 아니에요(웃음) 선거가 끝나고 워낙 전화와 문자가 많이 와서 배터리가 많이 달아 있었어요. 처음에는 답을 하나하나 하려고 했는데 하다보니 끝이 없어서 못했지요

    – 전화나 문자의 내용은 무엇이었나요?

    = 아쉬움이 많았죠, 제가 27.6%를 얻었는데, 이는 냉정하게 봐서 진보신당을 보고 찍었다기 보다 후보자 개인을 보고 찍은 비율이 높아요. 서울에서 정당지지율이 3~4%고 관악이 6% 수준인데 그보다는 더 많이 얻었지요.

    후보를 보고 찍은 분들도 많으실텐데 저를 찍어주시는 분들은 순도나 충성도가 높았어요. 다른 정당의 경우 후보를 보지 않고 당만 보고 찍은 것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지역에서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특히 많았어요, 물론 아쉬움만 말하기엔 부족한 측면도 있었죠, 이제 오늘부터 다시 지인들을 만나고 있어요.

    – 홍길동 복장을 하고 선거유세를 치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유권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 유권자들께서는 역시 젊은 후보답게 아이디어가 톡톡 튄다, 열정적이다, 이런 평가를 많이 해 주셨어요, 또 그 컨셉 참 잘 잡았고 재밌다, 열심히 잘한다는 얘기도 하셨죠. 초등학생들에게도 호응을 많이 얻었어요. 인지도나 호감도 높이는데 역할이 컸고 후보 컨셉에도 맞았고요. 과감한 도전이었다고 봐요.

    (-후보 본인은 홍길동 복장으로 다니시기에 어떠셨나요?)저는 본선거 들어가서는 그 복장을 하지 않았어요.(웃음) 당은 마이너지만 후보는 3파전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에 당선권 후보로서 진중함을 지키면서 선거운동원들을 중심으로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활동한 것이죠.

    – 옆 지역구에 출마한 나경채 후보는 당선이 되었어요, 홍 후보는 두 번 출마를 하셨는데 두 번 모두 아깝게 져서 아쉬움이 컸을 것 같아요.

       
      ▲’홍길동’ 홍은광(사진=홍은광 위원장 블로그) 

    = 우리 지역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저의 1대 1대 1 구도였어요, 후보 한 분이 더 계셨지만 의미 있는 득표를 하지 못하셨죠. 때문에 사실 이 구도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우리 쪽 후보가 강하다고 판단해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2인 공천을 하지 못했어요. 실제 마지막까지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고 있었기도 했지요. 그런데 구도가 그렇게 잡혀버렸어요.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했죠. 다만 MB정권 심판이라는 부분을 끌어안기 위해 반한나라당 전선을 분명히 치고 들어갈 필요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 그래도 표 차가 워낙 적은데, 선거운동 과정에서 아쉬움이 있지 않나요?

    = 가장 아쉬운 것은 당적인 지원이었어요. 특히 당의 포지션이 없었어요. 이번에 당선된 사람들 중 진보신당 때문에 당선된 사람은 없어요. 단일화를 이루었거나 지역 활동을 오래 열심히 했거나 둘 중 하나이죠. 어디서도 진보신당을 찾아볼 수 없었어요.

    – 다음 선거에 다시 도전하실 의사가 있나요?

    = 정치인으로서 무조건 출마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출마의 비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당적 상황이 좋지 않아요. 그런 부분(진보신당의 상황)이 풀리면 5%를 받더라도 총선에 나갈 수도 있지요. 하지만 당의 비전 없이 30% 득표도 소용없어요.

    지금은 10년, 20년의 비전을 풀어갈 고민을 해야 해요. 물론 당선이 되었으면 적극적으로 이런 비전 만들기 위해 새 젊은 그룹 활동가들을 묶어내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하고 싶었지만 그게 안되었어요. 당의 상황이 제 의도와는 상관없이 형성된 것이 사실이에요.

    – 앞으로 어떤 활동에 나설 계획이신가요?

    =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제가 교육학을 전공했고 교육 정책보좌관도 해봐서 이번에 당선된 교육감 측과 얘기가 있기도 했고. 당에 남아서 역할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또 다른 고민은 제 마음먹은 바와 달리 기반이 형성되지 않아 있다는 거예요.

    – 기반이라면 어떤 기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개인적인 삶의 문제예요. 한 3년 가까이 당을 위해 일했는데, 사실 활동비 5만원 받으면서 당의 재정을 끌어 채워왔었어요. 그런데 이제 나이도 찼고, 결혼을 할 수도 있고, 그러면서 많이 답답해요. 또 정치적 기반을 갖기 위해서는 발언력이 향상돼야 하는 건데, 많이 득표는 했지만 저는 패장이죠. 뒤로 물러서는게 도리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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