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정치인가? 독자생존인가?
    2010년 06월 07일 06: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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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정치의 첫 번째 중장기적 화두는 복지국가와 증세이다

한국이 OECD 평균 복지지출 수준이 되려면 현재 기준으로 연간 110조원 정도의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국방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 여건을 고려하면 OECD 평균으로 가는 것도 쉽지는 않은 과제이다.

국채발행이나 차입으로 이러한 복지지출 증가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원화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통화가 아니고, 외풍에 흔들리기 쉬운 개방경제인 한국경제로서는 선택하기 어렵다. 따라서 재정균형을 유지하면서 110조 원의 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그 대부분의 자금은 증세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

향후 10년간 한국경제 규모가 50% 정도 커지고, 이에 따라 세수와 재정지출 규모도 그에 비례하는 수준 이상으로 규모가 증가한다고 가정할 경우, 10년 후를 기준으로 연간 155조원의 복지 지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

현재 기준으로 볼 때 연간 110조원의 증세가 얼마나 어려운 정치적 과제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감세철학의 신봉자인 한나라당은 말할 것도 없고, 현재의 민주당 역시 결코 이러한 규모의 증세를 공약하고 실천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대규모 증세를 통하지 않는 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 보편적 복지보다는 시혜적이고 선별적인 복지를 통해 조금씩 복지 지출을 늘려가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 연간 110조원의 증세가 필요하고 또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정당은 진보정당뿐이다. 따라서 획기적 수준의 증세를 전제로 한 복지혁명 노선에 합의가 되지 않는 한 진보정당으로서는 민주당 중심의 반한나라당 연대를 해야 할 명분도 없고 현실적 필요성도 없다.

이러한 복지 예산 순증가분의 지출 우선 순위는 대략 무상공공보육, 무상교육(국공립 고등학교와 국공립 대학까지 완전 무상화), 아동수당제도 도입, 기초노령연금 수혜자 100% 확대 및 급여수준 상향과 장애인 연금 상향, 사회적 일자리 100만개 창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지원 등에 쓰여질 것이다.

2. 한국정치의 두 번째 중장기적 화두는 노동시장관련 규제와 투자이다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점은 큰 틀에서 보아 2가지이다. 첫 번째는 비정규직과 정규직간 차별의 문제이다. 이 문제는 현재보다 비정규직의 비중을 축소(30% 이하 수준)시켜야 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격차(상여금, 사회보험, 기타 사내복지 포함)를 축소(정규직의 80% 수준까지)시키는 과제이다.

두 번째는 획기적인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도입이다. 덴마크 모형을 고려하되 한국의 수준과 현실을 전제로 한 시스템이 설계되어야 한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방향은 실업급여 수급자와 수급기간 및 급여수준 등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급여기간 6개월 이후부터는 최장 2년까지 급여수급자격을 국가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직업재훈련교육과 연계함으로써 구조조정에 따른 삶의 안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국가적으로 노동력의 질을 지속적으로 제고함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덴마크의 경우 이러한 비용으로 연간 GDP의 4%를 쓰고 있지만 우리는 0.3%대 수준에 불과하다)

‘획기적 확대’의 구체적 내용은 △자영업주를 제외한 전 근로자 강제가입 △최장 2년까지 급여지급 △1년차 종전 임금의 80% △2년차 종전 임금의 60% 수준으로 확대 △최대급여액 월 200만원까지 상향 등을 들 수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금지시키고 사유제한을 통해 비정규직을 축소하며, 노동의 숙련도 등의 요인을 제외하고 비정규직의 임금 및 근로조건을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으로 강제하는 것이나, GDP 대비 3% 수준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투자를 하는 문제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노동시장 정책이란 근본적 영역에 있어서 진보정당이 한나라당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 민주당 중심의 반한나라당 연대에 참여해야 할 아무런 명분이나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3. 남북통일과 선거제도 개혁

남북통일을 위한 정책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내정치를 고려한 립서비스나 북한의 태도변화를 위한 당근과 채찍의 비율혼합에서 정도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궁극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남한 중심의 통일국가로 가기 위해 북한에 장기적 선행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 양당의 입장은 다를 게 없다. 그러므로 남북통일문제도 진보정당이 반한나라당 전선에 복무해야 할 명분이 될 수 없다.

비례대표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예를 들어 독일식 정당명부제나 또는 현실적으로 지역구 220석, 비례대표 110석 비율 수준)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불문하고, 진보정당으로서는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성격의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만약 2012년 총선에서 현행 소선거구제로 갈 경우,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거의 전멸하는 수준의 결과가 초래되고 영남당으로 찌그러들 우려가 증대된다면, 한나라당이 비례대표 확대를 원하게 될 것이다.(이번 지방선거는 그런 위기의식을 조장하기에 충분하다)

한나라당은 60~70대 유권자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강한 정당이다. 그러나 핵심지지층이 계속 ‘죽어나가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내용으로 당이 운영될 경우 한나라당은 영남과 강남 정도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향후 20년간 한국사회를 주름잡게 될 386세대를 등에 업고 호남은 물론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선거구제를 통해 많은 이득을 챙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선거제도 개혁 문제도 반한나라당 연대를 통해 제기할 성격의 문제가 전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4. 기타 정책적 쟁점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들 이외의 나머지 정책적 쟁점들은 한국사회 구성원 다수의 객관적 삶의 조건을 바꾸는 성격의 쟁점이 될 수 없으며, 진보정당 입장에서 연합을 해야 할 조건이 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주거문제, 통일을 제외한 남북간 교류와 지원 등의 문제, 미군기지, FTA, 환경, 금융 및 외환관련 규제, 재벌규제나 중소기업 지원, 의료보장성 확대, 언론 및 사법개혁 등과 같은 과제들은 대부분 한국적 상황에 기초하여 이미 수십년 이상 진화해온 나름의 제도적 경로의존성을 갖고 있는 쟁점들이다.

이 말은 곧 위와 같은 쟁점들은 그것이 경제적 영역이건 사회적 영역이건간에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조건을 바꾸는 획기적 개혁이 필요한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성격의 쟁점들은 대부분 한나라당이건 민주당이건 그 시대의 여건에 맞게 그리고 공정성의 관점에서 정책방향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거나, 아니면 적절한 수준의 필요한 규제나 기존 조직운영의 변화 및 개선 등을 통해 논의되어야 할 성격의 과제들이다.

이런 과제들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일정 정도 정책의 방향과 규제 수준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그러한 차이가 진보정당이 독자성을 버리고 반한나라당 연대에 참여해야 할 수준의 중요한 차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쟁점이나 과제들은 진보정당이 독자적으로 가야할 이유를 제공하지도 못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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