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노 우편향, 진보신당 좌편향이 망쳐"
        2010년 06월 06일 09: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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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진영이 수도권에 기초단체장을 확보하는 등 역대 최대성과를 거두었지만 평가는 조심스럽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진보진영의 ‘패배’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이는 선거가 ‘반MB연대’로 치러진 만큼, MB와 구여권 세력에 밀리면서 지난 2000년 진보정당이 창당된 이후 10년의 성과에도 진보진영의 존재감이 가려진 채 진행됐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선거 통해 거리 멀어진 진보양당

    또한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각기 다른 전략으로 선거에 임했기 때문에, 선거 과정의 연대를 통한 진보정당 통합이라는 목표는 오히려 더 멀어졌으며, 따라서 향후 진보진영 재편과 연대의 지형조차 불투명해졌다. 

    5일 오후, 혁신네트워크와 새세대네트워크 등의 주최로 프레스센터 언론노조에서 열린 ‘6.2지방선거 평가와 새로운 진보정당운동’ 토론회에서도 진보진영의 이번 지방선거 성적표를 ‘낙제’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높았다. 또한 이번 선거를 통해 “진보양당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라는 평가 속에 “제2노동자 정치세력화”, “제3지대 정당” 등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을 제안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6.2 지방선거 평가와 새로운 진보정당운동’토론회(사진=정상근 기자)

    토론회 발제자인 하부영 울산혁신네트워크 대표(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는 이번 선거에서 진보양당 모두에 칼날을 들이댔다. 하 대표는 “민주노동당은 지나친 우편향, 진보신당은 좌편향을 극복하지 못했다”며 “비록 양당 모두 (의석수에서)일정 정도 이상의 성과를 냈지만 수도권의 정당득표율은 의미를 잃었고 호남에서도 제1야당의 지위를 빼앗겼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민주노동당 당권파는 전략적 방향을 상실하고 실리주의에 매몰돼 우경투항주의에 빠졌고, 진보신당 주류는 반MB라는 시기적 전술 과제에 불철저했고 나아가 일관된 전략도 원칙도 없이 좌충우돌했다”며 “진보연합과 민주연대의 관계를 정립하지 않으면 민주노동당은 민주당과의 공동정부에 현혹돼 우경화되고 진보신당 등은 고립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민주노총, 판세 제대로 못 읽어"

    하 대표는 민주노동당에 대해 “민주당 다음의 제2야당에 안주하고, 민주당을 뛰어넘는 대안세력으로서 과감한 도전과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과 행보를 같이하며 캐스팅 보트 역할로 협상을 주도하고 적절한 정책 견인과 권력지분을 챙길 수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에 대해서도 “진보대통합 선언과 반MB연대를 반신자유주의로 견인하는데 소극적이고 자신의 입지 강화에만 매몰되었다”며 “신자유주의 세력이라도 강경파와 온건파가 분열되어 진보진영 집권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면 온건 신자유주의와 전술적 제휴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역시 “진보대연합을 지지하던 방침에서 선회해 노회찬 후보를 지지후보에서 빼고 반쪽짜리 반MB연대에 얹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우회하려는 편법으로 요행을 바라는 비일관된 모습이었다”며 “울산, 거제 등 민주노총 계급투표로 승산 있는 지역에서 진보후보 단일화를 강조해야 했으나 여론에 뒤진 창원에 집중하는 등 판세도 읽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 대표는 “당장 MB독재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싸우고 있는 민주노총의 현안에 대한 정책과 입장의 실질적 합의가 없는 야권연대가 민주노총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결국 하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전략적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우선적으로 양당이 진보연합을 이루고 그 합의에 기초해 5+4에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개별적으로 성급하게 참여한 것부터가 문제였다”며 “분파주의적 활동, 상층과 하층, 당과 국민들의 유리, 민주노총이 진보정당운동에 추동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을 주요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조합원 30% 이상 참여하는 재창당운동을"

    하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를 교훈삼아 “분열주의와 관념성을 혁파하고 현장 중심 대중 주체의 새로운 대안세력화로 나아가야 한다”며 “진보정당 분열의 근본 원인을 성찰하고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차원에서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결의하고 조합원의 30% 이상이 참여하는 재창당운동을 대대적으로 전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경우 세새대네트워크 기획위원은 “이번 선거는 민주당+친노의 승리로 끝났고 진보개혁진영의 분열과 무기력이 목도되었다”며 “민주노동당은 자기 존재를 상실하고 시구의원 정도만 챙겼고, 향후 정치의 핵인 수도권 20~30대에게 마음을 얻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보적 의제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 자체가 부재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반MB 자체에 전략적 의의를 부여하면서 정치적 성과를 축소시켰다”고 말했다. 이는 “선거구도를 좌우한 심각한 우편향”이라며 “진보진영의 주동적이고 적극적인 활동도 부족했다”고 혹평했다.

    진보신당 역시 “당을 깨고 나갔다면 그에 걸맞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진보정당의 토대를 쌓는데 주력했어야 했는데 당이 갖고 있는 역량에 비해 너무 무리한 욕심을 부렸다”며 “반MB라는 대중적 압박과 실현하기 어려운 요구 사이에 헤매고 다녔으며 이로 인해 당내 분란은 가중되고 정치적 궁지에도 내몰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식자층 태도”라며 “선거막판 모 인터넷 매체가 진보정당 독자성을 운운하며 일련의 연재를 게재하고, 여기에 유력 진보지식인들이 기고하거나 연서명한 것, 거기에 민주노동당 당권파를 비난하며 당을 깬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직도 진보신당이 분당에 대한 책임의식이 부재한 듯하다”고 말했다.

    "진보양당 소아적 경쟁의식 대세 그르쳐"

    그는 결국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과의 단합보다 민주당-국참당과의 연합에 치중한데 비해 진보신당은 자당 존립에 대한 위기감으로 대책없는 독자노선을 견지했다”며 “서울과 경기에서 의미없는 단일화를 해주었음에도 민주노동당은 얻은 것이 없고 진보신당은 진보정당이 배출한 걸출한 스타 2명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4+4가 깨진 이후 양 당이 남은 지역 후보를 조정하고 공동전선을 유지하며 그 기초위에 민주당, 국참당과의 후보 조정을 마무리했어야 하는데, 민주노동당은 외견상 별 득실 없는 소단일화 협상에 치중하는 등 양당의 소아적 경쟁의식이 대세를 그르치고 말았다”고 말했다.

    민 기획위원은 “지방선거 이후 MB정권의 권력기반과 현실의 괴리가 심화되고 범여권 분열도 극대화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다양한 세력을 망라하는 폭넓은 연대와 연합을 실현하고 이를 기초로 공세적이고 적극적으로 상황을 반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통합은 사실상 무산되었다”며 “제3지대에서 새로운 진지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범야권과 연대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공동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선거결과를 좌우한 2~40대와 어깨를 걸고 진보정치 발전의 길을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 연구원 부원장은 “이번 선거 결과에서 주목되는 것은 20~30대의 투표 참여와 이들의 표심”이라며 “젊은 세대의 역할을 인정한다면 진보운동은 2012년까지 공식적이고 적극적으로 ‘진보운동 세대교체론’을 자신의 비전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혁신네트워크, 새세대네트워크, 서울시민연대, 출판공동체 ‘열다섯의 공감’의 공동주최로 이루어졌으며 하부영 울산혁신네트워크 대표와 민경우 새세대네트워크 기획위원이 발제를 맡았다. 이어 토론자로 양흥관 열다섯의 공감 대표와 김병권 새사연 부원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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