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세대 '좌파'를 주목하라
        2010년 06월 06일 08: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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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내내 단일화로 난리를 치더니 선거 평가도 벌써부터 몇몇 후보에 대한 빤한 평가로 단일화하려는 것 같다. 선거 후에도 단일화의 유령은 팔팔한데 패퇴와 약진의 양면 분석에는 소극적이다. 안타깝고 서럽다고 혼자 소리죽여 우는 것 같아서 짠한 기분이지만, 평가가 죽자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진보정당 정책, ‘안습’

    지난 5월은 참 추웠다. 싱거운 동풍 두 개가 설레발치며 불고다녔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래봤자라고 생각했다. 개표 결과도 예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심 같은 이야기에 나는 당최 관심이 없었다. 후보 윤곽이 잡힌 후부터 관심은 오직 정책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언론에 의해 선별된 진보정당의 정책을 보면 ‘참으로 안습’이라는 한탄만 나왔다.

    사실인 즉, 무상급식 정도로 모인 이번 판에 큰 기대를 할 수 없었다. 진보정당에 대한 포괄적인 지지 말고는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애초부터 없었다. 그 정도의 기대에 거대한 드라마가 올 것이라는 전망을 얹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노회찬 지지율만 궁금하다"고 했을 때, 펄쩍 뛴 것은 한명숙 지지자들 뿐이었고, 진보정당 지지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논리를 다 빼고 솔직히 말해보자. 싱거운 선거 아니었나.

       
      ▲ 진보신당 신문지면 광고 (사진=노회찬 블로그)

    그렇더라도 이번 선거가 제도정치의 화두를 진보정치와 ‘좌파’로 옮겨놓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유시민의 국참당과 진보신당은 이번 선거의 양대 스타였다. 진보라는 수사를 같이 사용한 두 진영이 수싸움을 한 탓과 덕에 어쨌거나 진보는 핵심 키워드가 되었지만, 같은 이름의 다른 모습은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유시민이 유명해진 거야 노무현 때문이고, 유시민발 정책이라는 게 뭔지 도통 알 수 없지만, 무상교육, 무상보육 정책과 함께 노회찬과 심상정을 모르던 사람들이 이 두 명의 이름과 진보신당이라는 정당을 기억 속에 각인시킨 것은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진보신당에 새롭게 유입되는 젊은 지지자들

    그 힘은 무엇이었을까. 노, 심의 개인적 인기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큰 몫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그들은 과거 재야세력이라는 이미지를 넘어 좌파정치인이라는 새로운 대중정치인의 이미지를 창조했다. 물론 내세운 공약을 두고 면밀히 평가할 때 노, 심 두 후보나 진보신당이 진짜 좌파냐 하는 말에 품평하려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극우 카르텔이 노골적으로 움직이면서 노풍으로 대표된 중도노선이 창궐할 때, 왼쪽을 지키고 있었던 초가삼간에 뭉쳤던 지지자들을 중도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제도정치판에 좌파가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는 것에 대한 분석이라면 어쨌거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발달부터 살피는 것이 정석이겠지만, 최근 진보신당에 새롭게 유입되는 젊은 지지자들을 고려한다면 시민운동 진영의 현장 변화와 문화운동 내부의 구조변동과 더불어 풀뿌리 지역할동과 문화 부문에 모여있던 젊은 세대가 제도정치에 진입하는 양상에 주목하는 것 또한 중요한 접근이라고 본다.

    예전엔 시민운동진영을 싸잡아 중도우파쯤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었지만, 이번 선거의 두 광풍 사이에서 진보신당과 정책협약을 맺은 풀뿌리조직이나 시민단체, 그리고 거기서 유입된 진보신당 지지자들을 과거와 같이 재단할 수는 없다.

    요는 진보의 가치를 지키려는 새로운 존재라 명명할 수 있는 세력들이 자기 정체성을 왼쪽으로 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표방송을 지켜보면서 친구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는 이번 선거의 결과가 아닌 10년 후의 정치 판도였다.

    다음 정치를 준비해야 할 ‘책임’을 자각하다

    작년부터 풀뿌리 활동과 문화 부문에 집중되어 있던 또래들의 관심이 부쩍 정당정치로 넘어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들은 대부분 기존 정치권의 학생 부문 정도를 고수하던 학생운동 조직체에 염증을 느끼고 시민사회 각 부문으로 이동, 활동을 이어온 이들이었다.

    거대정당의 공학정치를 견제해온 이들의 ‘재이동’에는 물론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각 단체의 활동이 타격을 받으면서 느끼는 위기의식과 촛불 이후 제도정치를 통한 정치연합의 필요가 그 직접적인 계기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기 세대가 더 이상 미숙한 존재가 아닌 다음의 정치를 준비해야 할 ‘책임 세력’이라는 자각이고, 지난 두번의 선거에서 풀뿌리 시민대표 추대가 다소 실패했던 경험이 배경으로 작동한 것이다.

       
      ▲ 노회찬 후보의 유세 장면 (사진=노회찬 블로그)

    즉, 이들이 진보신당을 선택한 까닭은 진보정당운동의 역사에 대한 인식 때문이라기보다는, 좌파에 대한 새로운 필요 때문이라는 것이 더 정확하다. 다시 말해 진보신당에 유입되는 새로운 지지는 ‘진보신당’이기 때문이 아니라 제도정치권 내 좌파에 대한 상징적 지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당에 살고 당에 죽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각종 정세와 20대론의 혼란 속에서 새롭게 형성된 ‘젊은 좌파’들의 유입을 진보신당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앞으로 면밀한 분석이 더해져야 하겠지만, 이들을 비롯하여 진보신당을 지지한 사람들이 보여준 ‘좌파에 대한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좌파로서의 정체성을 재확인해야 한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비판적 지지는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

    대대로 소수의 탓을 해왔던 싸구려 호사가들은 범야권의 공학설계에 집착해 수도권의 패배를 좌파의 책임으로 몰아간다. 하지만 진보 또는 좌파 눈으로 시각을 바꿔보면 북풍과 노풍으로 대표된 이번 선거의 결과, 극우를 막기 위한 비판적 지지는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이것이 곧바로 좌파나 급진이 필연적으로 승리하리라는 논리를 보위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요구와 새로운 세력에 더 예민해야 한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선거기간 동안 진보신당을 죽일 듯 물어뜯은 세력에 대한 분노와 우울은 십분 이해되지만, 어쨌거나 선거는 끝났고, 하나의 공당으로서 진보신당이 지금보다 줄어들 리 없는 지지율을 보며 고민해야 할 것은 정체성의 확보와 새롭게 진보신당에 눈을 돌리게 된 지지층을 지속적으로 붙잡을 수 있는 다음 행보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물론 10년 후, 20년 후의 정치를 가꾸는 것으로, 다음 정치의 기둥이 될 사람들과 진보신당이 만나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2012년 선거와 더불어 빠르면 4년 후, 또는 8년 후에 각 지역에서 입후보할 인물을 찾아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하고 단계별 플랜을 구상해 보는 것, 자기 동네에서 급진의 평범함을 찾아 10년 후의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을 만들 작전을 짜는 것이 바로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우리에게 어울리고 또 절실한 선거 평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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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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