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급투표에 대한 불편한 말들
        2010년 06월 06일 02: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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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운동의 시선으로 바라보자면 이번 선거 결과가 마냥 흡족하지만은 않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오가는 말들 중에는 불편한 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단연 백미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다. 선거 직후 이명박 대통령의 첫 일성은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자”였고 “내각은 흔들리지 말라”고도 했다. 반성의 향기보다는 오기의 입 냄새가 짙다. MB식 경제 살리기의 핵심은 ‘비즈니스 프렌들리’이고 ‘노동유연화’다.

    때문에 대통령의 교훈은 ‘한 분에게 충실하고 한 놈만 패’라는 말로도 들리는데 한 분은 자본이고 한 놈은 바로 노동일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자본의 대리권력을 자처해왔으며 ‘노동유연화’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밝히기도 했다.

    나아가 묻지마 고용확대를 통해 노동유연화를 추진해왔다. 뭐니 뭐니 해도 일자리는 민심의 화두이다. 이를 이명박 정부는 잘 알고 있다. 4대강사업에도 근기법 개악에도 최저임금 삭감에도 고용 창출을 이유로 들이민다. 일자리만 늘리면 무슨 일을 저지르던 국민은 결국 정부를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선거 패배의 교훈이랍시고 “경제 살리기 전념”운운하는 것이다.

    견제론과 무개념 민주당

    이론의 여지가 없는 한라나당의 완패이기 때문에 보수언론조차도 정부여당을 거들기가 민망하다. 그래도 가만있을 리 만무하다. 정권심판이라는 선거의미를 인물선택론으로 희석시키는 것쯤은 그래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견제론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다.

    견제와 심판은 의미와 무게가 확연히 다르다. 심판이 준엄한 처벌이라면 견제는 그저 여야의 균형을 맞추려는 기계적인 선택이라는 점을 은근히 강조하는 말이다. 그런데 심지어 정권심판론의 반사 이익을 가장 많이 얻은 민주당의 인사들조차 “거대여당을 견제하라는 국민의 뜻이다”는 말을 넙죽넙죽한다.

    요샛말로 ‘무개념’이다. 진보진영 내부에서 야권연대에 대한 경계가 설득력을 가지는 요인도, 진보적 노사관계에서 민주당은 무개념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재미를 본 야권연대를 지속하고 싶다면 우선 노사문제에 대해 민주노동당의 반에 반이라도 배우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렇듯 불편한 말들은 MB는 물론 반MB에도 있다. 반MB에 속하는 누구를 막론하고 쉽게 하는 선거 평가가 경남에서의 지역구도 돌파다. 대개는 그 원인을 노(盧)풍으로 풀이한다. 노무현의 좌희정과 우광재가 각각 충남과 강원에서의 당선된 점이 노풍에 무게감을 더하지만 충남은 세종시로, 강원은 북풍 탈출로 해석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

    따라서 이들 지역을 덧붙여 노풍의 영호남 지역구도 극복의 핵심 성과로 경남을 꼽는 것은 불편하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두관 후보 자신도 노풍을 불러들일 생각도 없고 득 될 것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지역구도 타파, 盧풍이냐 勞풍이냐

    지역구도 타파의 성과는 노(盧)풍이 아닌 노(勞)풍에 돌려야 마땅하다. 계급구도 형성을 가로막는 강력한 지역구도는 우리 선거문화의 고질적 병폐이며 어느 세력도 넘지 못한 장벽이었다. 이번 역시 영호남구도가 뚜렷한 가운데 이를 유일하게 극복한 지역인 경남에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경남은 바로 민주노총의 대표적인 전략 지역이다. 이는 민주노총 조합원의 승리이다. 아울러 상층 관료들의 한나라당 정책연대를 무력화시킨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선택이다. 김두관 후보는 민주노총 경남본부의 연대지지 후보였으며 한국노총 소속 31개 현장노조도 한국노총 방침에 반해 김두관을 지지했다. 실지로 경남지역 가운데 가장 표를 많이 얻은 곳은 노동인구가 밀집한 창원이다.

    노전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에서 두 번째로 많은 표가 나오긴 했지만, 세 번째로 표가 나온 곳도 바로 노동자의 도시 거제였다. 창원시장 민주노총 후보는 첫 출마임에도 32%가 넘는 득표로 2위에 올랐으며 경남 기초의원에 민주노총 후보 또는 지지후보는 대거 39명이 출마했고, 그 중 25명이나 당선(64.1%)되는 기염을 토했다.

    한편 경남보다 먼저 지역구도 타파의 시발점이라고 불릴 곳은 울산인데, 현대중공업 정몽준 공화국인 동구에서 민주노총은 한나라당과 접전을 벌였고 북구청장은 무난히 탈환했다. 또 광역의원으로 출마한 진보정당 후보 12명 중 8명이나 당선(66.6%)됐고, 기초의원에 출마한 민주노총 후보 또는 지지후보 25명 중 당선자는 무려 18명(72%)이다.

    이렇듯 울산과 경남을 중심으로 보수양당의 영호남 싹쓸이 선거에 저항해 온 것은 노동자 계급투표였지만, 이 점은 언제나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그 비난의 화살을 계급투표에

    계급투표와 관련된 불편한 말이 또 있다. 관련 지역은 바로 서울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헌신적 조력에도 불구하고 반MB가 그야말로 억울하게 패배했다. 노회찬을 찍은 진보신당 당원이라 할지라도 마음 조이며 한명숙의 당선을 바랬을 법한 선거결과를 놓고, 노회찬 후보가 가져간 13만여 표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물론 진보신당의 전략적 선택에 대해 유효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진보정치의 성숙을 위해선 그 비난의 화살은 온전히 계급투표에 보내길 바란다. 너무나도 계급적인 강남3구였다. 이전 교육감 선거에서도 이윤을 쫓는 그 계급적 본능은 눈부시게 빛났고, 100만원은 뇌물도 아니라는 공정택 교육감의 돈다발을 만들어냈다.

    이를 잊고 진보정치의 일각에 비난을 퍼붓는 것은 결코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말할 우리가 누구냐고 물어올 수 있겠지만, 하여간 우리가 눈을 부릅뜨고 고발해야 하는 것은 부자들의 계급적 본성이고,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것은 아직도 부족한 우리 노동자들의 계급투표이다.

    이상 불편한 말들에 대한 나의 이야기가 손톱만큼이라도 노동기본권 확장과 노동자정치세력화 발전을 위한 고민에 자극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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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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