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 망루
        2010년 06월 05일 12: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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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들은 가셨는데
    내 몸 안의 화기는 가시지 않습니다

    돌돌돌 흐르는 강물 앞에 앉아
    몇 시간이고 넋놓은 마음을 씻어봐도

    숲 사이로 부는 신선한 태고의 바람을 맞으며
    몇 시간이고 걸으며 머리를 식혀봐도

    내 가슴의 분노
    제 가슴의 미움과 저주는 풀리지 않습니다

    아직도 입이 마르고
    피가 쏠리고,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그러나 이제
    파란 샌드위치 판넬집을 떠나
    정말 파란 하늘 망루로 오르신 영혼들이여

    이제는 편안하시길
    그날 뜨겁게 솟구쳐 오르던 흰 연기의 숨막힘도 악몽도 공포도 잊고
    저 하늘의 하얀 구름들에게 위안 받으시며
    그날 빨갛게 다가오던 수천도의 화염과는 다른
    따뜻한 태양의 위로 받으시며
    차가운 빗물에도 젖지 마시며

    하늘 망루로 오르신 영혼들이여
    1년동안의 념을 통해
    말끔히 깨끗이 씻기워진 영혼들이여

    우리를 앞서 가
    저 하늘 망루에
    평화롭고 평등한 세상을 짓고
    새 생활에 분주할 님들이시여
    우리 다시 만날 날을 위해
    지금 여기 우리처럼 속닥속닥 즐거우실 님들이시여

    여기 우리들 함께 살았던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웠던 시절들에 대한
    작은 묘비 하나 세워두고
    우리 다시 투쟁의 길로 나서니
    부디 잘 계세요

    * 6월 5일 마석 모란공원 묘역에서 열린 용산철거민열사들 묘비 제막식에서 낭독된 추모시.

    필자소개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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