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MB 연대승리" vs "진보정치 몰락"
By 나난
    2010년 06월 04일 07: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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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를 놓고 ‘반MB 연대의 승리’를 기뻐하는 목소리와 함께 ‘진보-노동정치의 몰락’을 우려하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노동계 역시 일방독주하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견제를 보여줬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으나, 노동자 정치세력화 차원에서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고 있다.

   
  ▲투표 참여와 정책선거를 호소하는 민주노총 기자회견 모습.(노동과 세계=이명익 기자) 

"민주노총 목표 성취"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노총은 ‘이명박 심판’을 화두로 삼았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노동계에 자행되는 탄압은 명백하게 노동조합 운동의 명백하게 겨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법에 이어 지난 연말, 개정 노조법이 노동계의 반발과 협박에도 불구하고 통과됐으며, 최근에는 파견업무 허용 범위 확대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어 운수노조, 공무원노조, 청년유니온 등에 대한 노조 설립의 사실상 ‘신고제’ 운영은 노동조합을 아예 인정하지 않겠다는 현 정권의 의도를 보여줬다. 이와 함께 특정 정당에 대한 후원금 납부를 이유로 217명 교사, 공무원에 대해 해임, 파면을 결정이 내려졌다.

“한나라당만은 안 된다”는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노동계는 ‘이명박 정권 심판’과 ‘진보정당의 단결과 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6.2지방선거에 조직력을 집중했다. 이 결과 민주, 진보진영의 다수 의원이 당선되며 “노동자, 민중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강승철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이번 지방선거는 MB심판과 진보정당 단결과 통합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민주노총의 목표가 반영됐다”며 “특히 노동자들에게 비이성적인 탄압을 가한 상대에 대해 반드시 응징한다는 본보기를 제대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강 사무총장은 이어 “한나라당의 텃밭에서 전직 장관이자 현 정권의 황태자인 이달곤 전 행안부 장관을 심판했다는 것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2012년에 진보정치 실종 우려"

라일하 공무원노조 사무처장도 “막무가내식 반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국정에 대해 심판”이었다며 “노동계에서도 5+4프레임에 긍정 또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했지만, 그 굴레를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반민주적, 반노동자적 정책을 추진하는 정권에 합심해 싸우지 않으면 어렵다는 뜻이 표로 조직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회적 대의라는 측면에서 우리의 정책을 같이 입안하고, 실현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 우선 당면 과제였다”며 “이제는 당선시킨 야당의 후보들이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잘 수용할 수 있도록 참여하고 견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인 남은 숙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MB’라는 이름 아래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연합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노동자의 계급적 요구와 계급의 전망을 제대로 제시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연합의 실제 내용이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리 나눠먹기식의 연합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가 계속된다면 2012년 대선에서는 한나라당을 이기기 위해 진보정치는 실종되고, 거대 야당을 밀어주는 구조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장의 노동자 정치 역시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민주, 진보세력에서) 의원 배지를 단 사람이 늘었다고 해서 진보정치, 노동자 정치가 발전했다고 볼 순 없다”며 “노동자 정치는 진보정치를 뛰어넘어 계급정치가 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위한 새로운 토론 필요"

정용건 사무금용연맹 위원장은 “진보 양당은 분당 이후 갈등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상당 부분 실종됐으며, 이번 선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며 “더구나 대중조직도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을 신뢰하지 않는 상황이기에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 사무총장은 “진보 양당이 갈라진 상황에서 이를 하나로 모아내고, 단일 전선을 치는 데는 다소 부족했지만 민주노총 후보 및 지지후보 3명이 기초단체장에 당선됐다는 데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민주노총이 나서면 정치판을 움직일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선거였다”며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승리를 거뒀지만 정부의 노동 탄압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노동계 전망이다. 정 위원장은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을 심판했다는 자신감이 붙었기에 예전처럼 쉽게 밀리진 않을 것 같다”면서도 “정부는 오히려 국면 전환을 위해서라도 노동을 희생양 삼아 탄압의 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역시 “정부의 노동탄압의 기조가 바뀔 것 같진 않다”며 “이미 노동진영의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오히려 탄압의 고삐를 더 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전교조나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은 다소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 위원장은 “교육감 선거에서 노동계는 우리의 요구를 쟁점화시키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을 당선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성과도 거뒀다”며 “이러한 성과를 볼 때 전교조 탄압이 일방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전교조 공세 안 먹혀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6명, 교육의원이 16명이 당선됐으며, 이 중에는 전교조 출신도 있다. 특히나 선거에 앞서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교원단체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전교조에 대한 정치공세를 강화했고, 보수진영은 “전교조 심판”을 내걸고 선거에 임했지만, 서울 경기 등에서 민주, 진보 후보가 단일화됐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대목이다.

전국적으로도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됐다는 사실은 “정부의 반전교조 공세가 민심에 먹혀들지 않았다”는 것은 물론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한 정부 탄압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높여줬다"는 전망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특히나 정부가 민주노동당 후원금 납부 혐의 등으로 217명의 교사․공무원에 대해 해임․파면 조치를 밝힌 상황에서, 이들의 징계 권한을 가진 교육감에 진보성향 인물들의 당선되었다는 것은 전교조 탄압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이 표심으로 드러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정 위원장은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천군만마를 얻었다”며 “이명박 정부가 교육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국민적 반발로 나타날 것”이라며 “민주당도 교육정책과 기본권 등과 관련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이번 선거와 관련해 “현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의 표현이자 교육의 변화와 대안을 바라는 엄중한 요구”라며 “선거기간 내내 보수진영과 후보들이 전교조 심판을 외쳤지만 학부모와 국민들은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거는 보수수구 세력과 진보적 교육개혁 세력의 정책 대결”이었다며 “민주․진보진영의 교육감 당선자는 더욱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무총장은 지방선거와 관련해 “이명박 정권의 교육과 파렴치하고 비이성적으로 행해지는 전교조 죽이기가 국민의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드러났다”며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권의 잘못된 정책을 심판한 국민의 승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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