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후폭풍, 어디로 흘러갈까?
    2010년 06월 04일 02: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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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후보 사퇴’는 진보신당의 향후 진로를 둘러싼 논쟁의 중핵이다. 가깝게는 선거 전술, 길게 보면 당의 노선과 관련된 화두를 던진 ‘심상정 문제’는 내용적으로는 야5당 연대에 합의한 부산과 고양과 겹치는 문제이고, 절차적으로는 충남의 이용길 후보 사퇴와 연결돼있다.

심상정 후폭풍의 자장

   
  ▲ 사진=심상정 블로그

심상정 사퇴 후폭풍의 자장은 진보신당에 국한되지 않는다. 김종철 한겨레 정치부문 편집장은 3일자 칼럼을 통해 “길지 않은 6·2 지방선거 운동 기간에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지만, 그중 중요한 ‘사건’은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의 경기지사 후보직 사퇴”라며 이는 “지방선거 이후 한국 정치의 판에 균열을 일으킬 조짐”이라고 말한 것은 후폭풍의 범위를 가장 넓게 본 경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 이후 심상정 논쟁은 우선적으로는 진보신당 내부에서 중심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심상정 사퇴의 배경과 성격, 그리고 징계 등이 포함된 ‘처리 방안’ 등과 함께, 그가 던진 화두인 ‘연합정치’가 주된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 전 대표는 당원게시판에 올린 사퇴의 글을 통해 “진보정치를 감싸고 있는 협소함과 관성을 넘는 몸짓을 시작할 것”이라며 “완주 여부만이 선악의 기준으로 다루어지는 건 지나치게 협소한 접근”이라며 당의 ‘독자후보 노선’에 이의를 제기하며, ‘연합정치’ 의제를 꺼냄으로서 당 내 뜨거운 논쟁을 예고하면서 사퇴 배경의 일단을 밝혔다.

심 전 대표는 사퇴 직전 진보신당 경기도당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국민참여당 일부” 등을 거론하며 연합정치의 범위를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비민주 진보개혁 야당론’인 셈이다.

심 전 대표의 사퇴의 배경을 둘러싸고는 여전히 당 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연합정치를 화두로 진보신당과 거리두기를 시작한 것이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전망을 우선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라는 비판에서부터, 진보신당의 사활적 문제와 관련된 연합정치의 화두를 극적인 방식으로 던진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평가까지 다양하다.

"협소함과 관성을 넘어"

그가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밝힌 사퇴 배경은 뜻밖에 “자신의 비겁함”이었다. 그는 스스로 “용납할 수 없어 참 힘들었”던 비겁함을 던지고 용기를 내서 “진보정치를 감싸고 있는 협소함과 관성을 넘는 몸짓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격렬한 첫 몸짓이 사퇴였던 셈이다.

사퇴 배경에 대한 논의는 모든 것이 드러나기는 어려울 것이며, 공개적으로 드러난 부분에 대한 해석 투쟁과, 드러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한 추론 싸움의 성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부분은 향후 논의 과정에서 그리고 실천적 행동 속에서 밝혀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퇴 배경 분석과 함께 사퇴에 대한 징계 여부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쟁점이다. 이는 그 내용과 함께 수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 전 대표가 던진 ‘화두’인 연합정치, 진보신당의 진로 등의 논의를 통해 이 문제가 당의 장기적 전략과 노선 정립에 도움이 되는 생산적 논쟁이 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징계 문제 우선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진보신당의 일부 당원들은 “심 후보를 당기위에 제소하고 징계해야 하며, 이 문제가 우선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이적 행위, 해당 행위”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중앙당의 당직자들 가운데에서도 “심 전 대표의 징계가 불가피한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징계 사유는 무엇보다 당원들의 힘을 통해 공직후보로 선출된 심 전 대표가 본인의 판단을 근거로 후보직을 일방적으로 내려놓았다는 점이지만, 여기에는 연합정치에 대한 각각의 정치적 판단도 다양하게 착종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징계 찬반 팽팽

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심 전 대표의 징계가 논쟁의 핵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의 핵심관계자는 “심 전 대표의 선택은 향후 당의 발전전략의 틀에서 논쟁해야 할 부분이지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앙당 역시 초기 ‘5+4협상회의’에 참여를 선언한 만큼, 심 전 대표의 징계에 대해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창우 부산시당 선거대책위원장도 “앞으로의 논의가 징계의 방식으로 흘러가는 것은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고, 한석호 진보신당 전 운영위원도 “심 전 대표의 행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지만 징계로 이 논쟁을 시작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심 전 대표의 사퇴가 새로운 것은 아니”라며 “5+4협상회의에 참가한 지도부와 부산, 고양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평가가 있어야 하고, 이용길 부대표의 사퇴에 대해서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수순과는 별도로 징계 문제와 함께 논의될 수밖에 없는 핵심 화두는 연합정치와 진보신당의 진로에 관한 전략적 방침에 대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진보신당이 선택할 전략이 아니라는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이창우 선대위원장은 “그동안의 선거연대가 ‘비판적 지지’로 흘러왔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선거연대는 다양한 전술적 시도와 흐름이 있었다”며 “우리가 가려는 방향을 우회적으로 성취하려는 시도에 대해, 타 정당과의 타협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활동가 반성할 일 많아

반면 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연합정치로 당의 전망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이번 선거결과를 보더라도 불가능한 것”이라며 “의석이 늘고 두 당의 지지율이 올라가긴 했지만, 이번 선거결과는 죽어가던 민주당을 연합정치로 살려놓은 셈이 되었으며, 영남과 호남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도 진보정치가 제1야당의 지위를 놓침으로서 향후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고 분석했다.

한석호 전 운영위원은 “가장 중요한 고민은 진보신당이 창당 후 당원들을 움직이고 국민 대중들을 만나는 활동들이 방치된 것”이라며 “촛불 이후 지도부는 당의 성장을 방치했고 발전전략도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진보신당이 제2창당의 교두보라고 해도 당의 성장 없이 어떠한 재편도 불가능하다”며 “지도부는 물론 나 같은 활동가들까지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전 대표는 이번 선거 이후 비민주당 통합 야당을 염두에 두고,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국민참여당 일부가 통합하는 그림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가 4일자 보도에서 “심 후보는 민주당 패배를 전제로 민주당 이탈세력을 포함한 큰 판을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선거결과가 달라지자 장고에 들어갔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의 경우 반MB연대에 너무 함몰되어 진보정치의 전망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면, 진보신당은 반MB연합을 원천적으로 거부함으로서 진보의 가치를 떨어뜨렸다”며 “그런 점에서 심상정 전 대표의 결단은 후보가 진보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얘기해오다 막판 반MB여론에 복무하는 어려운 결단으로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문제’에 대한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오는 6월 19일에 열리는 진보신당의 전국위원회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노 대표는 4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엄밀한 평가에 들어가기로 했"으며 "그걸 기초로 해서 다음 2012년을 향해서 좀 진보진영의 대연합과 또는 질적인 강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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