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했다"
    By 나난
        2010년 06월 03일 12:52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노조 내 성폭력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김모 금속노조 전 사무처장이 공개 사과문을 통해 “무엇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위치에 있었던 저는 한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며 “저로 인해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안게 된 피해자 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3일 가해자 당사자의 공개사과문과 박유기 위원장의 공개 입장을 노조 홈페이지(http://metalunion.nodong.org/) 에 게재했다. 금속노조는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바탕으로” 피해자 요구에 따라 공개 사과 입장 발표 등을 실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도덕성 문제 및 일부의 지도부 사퇴 요구 등이 일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모 전 사무처장은 공개 사과문에서 “한 여성 활동가에게 저녁 식사와 술자리 및 뒷풀이 자리에서 개인적 모멸감을 느낄 성폭력을 생사했고, 그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지금 와서 후회하고 반성한다고 피해자의 상처가 없어지지 않겠지만 피해자의 상처가 최소한이라도 작아지고 옅어졌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조의 사무처장이라는 공직의 도덕성에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더 나쁜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며 “피해자가 가지게 될 상처에 비할 바 아니겠지만 저도 그 짐을 무겁게 지고 노조 사무처장 직책을 내려놓고 깊이 반성하고 스스로 채찍질 하면서 평생을 살겠다”고 말했다.

    김 전 사무처장은 “노동운동과 금속노조라는 조직은 많은 이들에게 가장 귀중한 재산이고 삶의 희망”이었다며 “저로 인해 조합의 파업투쟁을 앞두고 있는 엄중한 시점에 금속노조 전체에 씻을 수 없는 배신감과 실망감, 오명을 덧씌우게 된 점 15만 금속노조 조합원 모두와 노동운동을 아끼는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유기 위원장 역시 홈페이지에 게재한 공개 입장에서 “위원장으로서 노조 내에서 있어서 안 되는 일이 발생한 점 피해자와 조합원 동지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당사자가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을 상처를 빠른 시간 안에 치유하는 것에 우선 집중하기 위해 피해자의 요구를 그대로 즉각 이행하고, 그 이행이 제대로 될 수 있게 위원장으로서 책임 있게 관장하는 것이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지난달 28일 금속노조에 요구사항을 공식 전달했으며, 그 내용은 △피해자의 신변보호 △사무처장 사퇴 공식처리 △가해자 공개사과와 위원장 입장 공지 △피해자 향후 활동 보장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그리고 제2, 제3의 성폭력 가해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각종 추측과 유언비어를 차단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허위보도를 하거나 피해자를 유추하여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법적인 대응을 포함하여 강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충격을 빨리 극복하고 노동조합사수와 임단투 전선을 강화하여 6, 7월 파업투쟁 승리와 금속노조의 전망을 만들어 나가는 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며 “앞으로 조합 내에서 성폭력, 성폭행, 폭행, 도박 등 도덕적 생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사전 조치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전 사무처장의 성폭력 사건은 지난 26일 오후 3시경 금속노조 여성위원회에 접수됐으며, 노조는 “김 전 사무처장의 행위가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27일 김 전 사무처장은 자진 사퇴서를 노조에 제출했다.

    이후 28일 피해자는 노조에 사건 처리와 관련된 요구사항을 공식 전달했으며, 노조는 31일 사무처장의 사퇴를 공식 처리했다. 금속노조는 피해자 요구와 보호에 따라 사건 경위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피해자의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해자가 공개 사과문에서도 밝혔듯 “해서는 안 될 행동”을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노조 활동가”가 함으로써 노조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혔다. 여기에 최근 한 지역본부 남성 간부가 여성 활동가에게 욕설 등 언어 폭력을 자행한 이후 또 다시 이 같은 일이 발생해 성폭력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나 금속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서 ‘성폭력 예방’을 담은 바 있으며, 지난달 노조 차원의 성폭력 예방 교육도 실시한 바 있다. 결국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원칙하에 사건의 경위를 함구하고, 가해자를 사퇴시키는 것으로 사건을 정리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노조 내 성폭력을 예방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질책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현 집행부를 뽑아준 우리부터 자숙해야 할 것이고, 그 다음은 국민에게 지탄 받을 멍에를 씌어준 사무처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총사퇴해야 한다”, “무거운 굴레를 벗고 백의종군하면서 현장에서부터 다시 단계를 밟아라” 등의 지도부 책임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속노조는 다음주경 여성위원회를 열고 이번 사건과 관련된 후속 조치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6월 노조 전임자 유급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결정과 관련해 임단협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속노조가 성폭력 사건으로 자행된 내부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지 주목된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