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화두는 단일화 아닌 연합정치"
    2010년 06월 01일 11: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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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잘못된 결정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었지만, 이번 결정이 그의 바람대로 “진보정치를 위한 속죄양”이 되기보다는 ‘나쁜 선례’로 악용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심 전 후보의 사퇴성명이 발표되자마자 나온 민주당의 일성은 노회찬 후보에 대한 사퇴 종용이었다. 인터넷 매체 여기저기서 그의 ‘고뇌에 찬 결단’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혹자는 중국공산당의 ‘국공합작’에 비유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아예 유시민이 당선되지 못할 때 야권 전체로 확산될 위기를 미리 걱정하기도 한다.

이들의 ‘진정성’을 나만의 잣대로 평가절하하는 것도 일종의 폭력일 수 있겠지만, 왜 진보정당의 ‘양보’와 ‘희생’만이 아름다운 것인지 이들은 설명해 주지 않는다.

“지금은 진보 이전에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야”한다며 “살신의 결단”이라고 규정한 사람은 얼마 전 진보신당 지지를 선언한 107명의 교수․연구자 중 한 사람이었다. 심상정 전 후보의 사퇴발표에 잇따른 이러한 반응들만 보아도 단일화라는 ‘괴물’앞에서 심 전 후보가 겪었을 압박감과 고충이 진정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진보정당의 딜렘마, 성장하면 죽는다

하지만 이 괴물은 진보정당 성장의 딜렘마를 먹이로 하기 때문에 ‘속죄양’으로 극복될 수 없다. 김진표-유시민 단일화로 삼자구도가 형성된 이후, 심 전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는 오히려 보수야당의 단일화 압력을 가중시켰다는 것이 이 딜렘마의 성격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무엇보다 이러한 상황이 그만의 것은 아니었다. 이번 선거에 나선 모든 진보신당과 사회당 후보들에게 동일한 것이었을 거다. 또한 이번 선거가 회자되는 곳곳에서 진보신당의 당원들과 그 지지자들 모두가 맞닥뜨려야 했던 ‘현실’이기도 했다.

그는 사퇴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라는 국민다수의 뜻”을 내세웠다. 모든 선거에는 각 정당이 설정한 구도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정당은 선거구도를 유권자들에게 설득하고 동의를 획득하는 활동을 벌인다. 즉 자신이 설정한 구도를 통해 선거의 의미를 해석하고, 선거승리의 적임자가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정당임을 확인받는 과정이 선거라는 것이다.

심 전 후보는 이와 같은 과정에서 자신과 진보신당의 한계를 절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진보정치의 제한성과 현실의 벽앞에서 느낀 무력감이 어제 오늘의 일인가? 지금의 진보신당에 필요한 것은 “공세적인 선택”이 아니라, 공세적인 리더십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없어도 현실정치의 가장 낮은 곳을 근거로 ‘버티고 서있는 것’이다.

또한 심 전 후보는 “당심과 민심을 진정으로 맺어가야 가는 방도에 대해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말로 당의 선택이 MB심판론이라는 “국민다수의 뜻”에 반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국민’이라는 무차별적인 논리

민심이 단일화에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출발한다면, 진보정당, 특히 소수정당의 선거정치는 애초 성립하기가 불가능해진다. ‘국민다수의 뜻’과 같은 무차별적인 논리가 바로 단일화라는 괴물이 탄생하는데 양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얘기를 다른 누구도 아닌 심상정의 입을 통해 듣고 있자니 가슴 한쪽이 먹먹해짐을 어찌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단순하게 ‘선거평가’의 영역에서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그가 ‘계급장’을 떼가며 궁극적으로 제기한 문제는 ‘연합정치’에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연합정치에 대한 그들의 태도와 방향을 이번 선거를 통해 분명하게 했다. 그럼 진보신당은?

현실의 매우 민감한 의제를 책임지고 주도하겠다는 그의 각오는 가감없이 받아들이고 싶다. 하지만 그의 ‘선의’와 진보신당 내 논쟁, 그리고 그 결과에 상관없이 이번 선택을 자유주의정치세력이 ‘진보정치세력에게 진 빚’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집권을 위한 과정에서 이번 사건이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DJP연합을 대체하는 ‘좋은 선례’로 되풀이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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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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